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6회 국회(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된 가운데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박병석 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법안에 대한 국민의힘의 마지막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마무리됐다. 주말 국회 본회의장은 고성과 삿대질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검수완박 마지막 필리버스터 마무리
지난달 30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은 검찰청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검수완박 마지막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지난달 27일에 이어 두 번째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본회의장 의석은 대부분 비어있었다.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이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첫 주자로 나선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은 약 2시간 40분 동안 연설했다. 김 의원은 "오늘(4월30일)은 문재인 정권의 대선 불복이자 민주주의 파괴의 날로 기억될 것"이라며 "우리 스스로가 검찰 수사의 칼날을 피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고성과 삿대질도 오갔다. 김 의원이 "(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라디오에서 '수사와 기소가 분리됐다면 난 절대로 기소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언급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김 의원은 "손가락질하지 말라. 어디서 배운 버릇이냐"며 맞서 장내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두 번째로 연단에 오른 민주당 최기상 의원은 약 1시간 정도 연설을 이어갔다. 최 의원은 "이번 수사·기소권 분리 내용의 검찰청법과 형소법 개정안은 우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지 못한 핵심적인 체계를 바로잡는 시작"이라며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검찰 정상화"라고 추켜세웠다.
판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최기상 의원이 30일 저녁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찬성 무제한 토론을 하기 위해 발언석에 올라 앞서 반대 토론을 진행한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의 손팻말을 치우고 있다. 박종민 기자세 번째 주자로 나선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민주당에 의해 자행된 입법독재 현장"이라며 "검수완박법은 그 자체로 부패 완판"이라고 민주당을 거듭 비판했다. 김 의원의 연설 도중에도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와 고성이 이어졌고 김 의원은 "아이들도 보고 있다"며 자중할 것을 요청했다.
마지막 연설은 민주당 임호선 의원이 맡았다. 임 의원은 "필리버스터 토론을 들으면서 과연 우리 의원들이 모니터 앞에 놓인 법안을 두고 이렇게까지 대립하고 무제한 토론까지 벌여야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며 앞서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했던 국회의장 중재안이 파기된 것에 대한 문제제기를 이어갔다.
이날 필리버스터는 임시국회 회기가 종료되는 자정에 자동으로 끝이 났다.
朴의장에 '당신'이라며 삿대질…與 "사과해야"
여야 신경전은 본회의 개의 전부터 펼쳐졌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내 국회의장실 앞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검수완박' 관련 법안인 검찰청법 개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손피켓을 들고 있다. 박종민 기자정진석 국회부의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 시작 직전 국회의장실로 몰려가 박병석 의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박 의장은 20여분 뒤 의장실을 포위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뚫고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국민의힘은 이 과정에서 여성 의원들이 의장실 직원들에게 밟혀 다쳤다고 밝혔고, 정확한 진상조사와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겠다는 방침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제396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 된 후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박종민 기자검찰청법 표결 이후 이번 임시국회 회기를 하루로 결정하는 안건까지 본회의를 통과하자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해 박 의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배 의원은 자신의 뒤쪽 의장석에 앉아있던 박 의장을 손으로 가리키며 "당신이 얘기하는 민주주의가 이런 것이냐"며 "역대 최다급 해외순방을 다니고 의전을 누리는 게 국회 민주주의 수장이 할 일이냐. 사퇴하라"고 쏘아붙였다.
이에 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도를 넘어선 모욕적인 발언을 한 배 의원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대한민국 입법부 수장에게 차마 입에도 담기 힘든 모욕적 언사를 한 배 의원은 국민 앞에 반드시 고개 숙여 사과해야 한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