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바다거북은 드넓은 바닷속에서 수백~수천㎞ 떨어진 목적지를 어떻게 찾아갈까. 찰스 다윈 이래 많은 생물학자가 궁금증을 가졌던 질문이다.
1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내비게이션을 장착한 듯 신비로운 여행의 비밀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는 기대와는 정반대였다.
그레임 헤이스 호주 디킨대 해양과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저널 오브 더 로열 소사이어티 인터페이스'에 바다거북의 일종인 대모거북의 이동을 추적한 논문을 게재했다.
논문에 따르면 이 바다거북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헤엄쳤다.
연구팀은 위성을 활용해 인도양 남서부의 차고스제도에서 대모거북 22마리가 인도양 내 먹이가 있는 장소까지 가는 여정을 기록했다.
관찰 결과 바다거북들이 짧은 거리를 이동하면서도 빙 돌아서 가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조사한 바다거북들은 일반적으로 목적지까지 직선거리의 두 배를 이동했다. 한 바다거북은 176㎞ 거리의 섬에 닿기 위해 최단 거리의 7배가 넘는 1306㎞를 헤엄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연구팀은 대모거북이 바닷속에서 목적지를 찾아가는 항해 감각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논문 제1 저자인 헤이스 교수는 바다거북들이 완벽한 항해를 했다면 먹이가 있는 곳까지 직선으로 갔을 것이라며 "지자기(地磁氣) 지도를 활용한다는 것은 거의 틀림없지만, 지도의 해상도가 상당히 떨어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연구에서 바다거북은 태어난 곳의 자기장을 감지해 훗날 다시 알을 낳으러 돌아갈 때 방향을 찾는다고 알려졌다.
이번 연구는 바다거북의 지자기 지도 감각이 특정 목표 지점을 찾을 만큼 충분히 세밀하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 때문에 바다거북들은 목표 지점에 가까워지면 냄새나 지형지물 등 보조적인 수단을 쓴다.
매부리바다거북으로도 불리는 대모거북은 해안 가까이 물이 얕은 곳에서 짝짓기한다. 해변에 구멍을 파 알을 낳고 다시 바다로 돌아간다. 보통 이동 거리는 약 150㎞ 정도이다.
푸른바다거북은 이보다 훨씬 긴 거리를 이동하지만, 역시 뛰어난 항해 능력을 갖추고 있지는 못하다.
연구팀은 차고스제도부터 인도양을 건너 아프리카 대륙까지 가는 푸른바다거북의 이동 경로 5천㎞도 추적했다.
헤이스 교수는 "매우 긴 거리지만 바다거북은 그저 서쪽으로 계속 헤엄치다 보면 아프리카 대륙에 닿게 되므로 어렵지 않은 항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