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훈. 연합뉴스"솔직히 우승까지 생각한 것은 아니었어요."
3라운까지 선두 세바스티안 무뇨스(콜롬비아)에 4타 뒤졌다. 기세는 나쁘지 않았지만, 타이틀 방어는 조금은 어려워보였다. 하지만 이경훈(31)은 역전 드라마와 함께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한국 선수 최초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 2연패였다.
이경훈은 16일(한국시간) AT&T 바이런 넬슨에서 2년 연속 우승한 뒤 "디펜딩에 성공해서 꿈만 같고, 너무 기분이 좋다"고 활짝 웃었다.
짜릿한 역전 우승이었다.
11번 홀까지 5타를 줄이면서 선두를 1타 차로 쫓았다. 이어진 12번 홀(파5). 이경훈은 두 번째 샷을 홀 1.5m 거리에 붙였고, 이글 퍼트까지 성공했다. 단독 선두로 올라선 이경훈은 18번 홀(파5) 버디로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이경훈은 "12번 홀에서 티샷도 잘 맞았다. 잘 맞았는데 앞에 나무가 있어서 안 보였고, 바람이 얼마나 불지도 몰랐다. 정확히 어디로 떨어지는지 좀 보고 싶어서 나도 모르게 달려가서 본 것 같다. 그 이글이 도움이 된 것 같다"면서 "솔직히 우승까지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타수 차이도 조금 나고, 워낙 선수들도 쟁쟁하고 타수를 많이 줄이다 보니까 좋은 모멘텀을 이어가자는 생각을 했다. 좋은 기운으로 다음주로 가자, 이렇게 마음을 비우고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반에 버디를 잡아도 선두가 아니었다. 그래서 선수들이 타수를 많이 줄이고 있구나 생각했다. 내 플레이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쳤다"면서 "12번 홀 이글을 하고 우승 경쟁을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한국 선수로는 첫 PGA 투어 대회 2연패다. 앞서 최경주가 2005년 크라이슬러 클래식, 2006년 크라이슬러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지만, 두 대회는 서로 다른 대회로 열렸다.
이경훈은 "경기 전에 욕심은 났다. 당연히 디펜딩을 하고 싶고, 지난해 좋은 기억이 있던 코스라 하고 싶었다"면서 "사실 걱정을 했다. 올해 경기가 잘 안 풀리고 있었다. 여기 올 때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서 오고 싶었는데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 다만 지난주 좋은 모멘텀이 있어서 '다시 좋아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살려서 경기를 했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타이틀 방어를 꼭 하고 싶었고, 부담감도 있었다. 오히려 마음을 비웠고, '좋은 모멘텀만 가지고 가자. 다음주 메이저대회니까 욕심 부리지 말고, 내 게임에서 좋은 점만 보려고 하자'는 생각을 했다. 이런 점이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면서 "이 코스에 오면 마음이 편하다. 뭔가가 나를 도와주는 것처럼 모든 것이 잘 풀린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우승은 부모님 앞에서의 우승이라 더 뜻깊다.
이경훈은 "부모님이 계실 때 꼭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몇 달 동안 부모님이 계셨는데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마음의 짐처럼 있었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 뿌듯하다"면서 "새벽부터 응원해준 팬들께 감사드린다. 함께 기쁨을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