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미국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 우승 기념 알렉사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지비레이블 제공열네 살까지 발레를 배우고 중학교 때 학교 치어리딩 팀을 거친 후, 고등학교 때는 쇼 합창단에서 활동했다. 어렸을 때부터 남들 앞에서 무대를 보여주는 걸 무척 좋아했던 소녀는 2008년 우연히 K팝을 접하게 되었고, 2019년 마침내 K팝 가수로 데뷔했다. '프로듀스48'이라는 국내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기도 한 그는 데뷔 3년 만인 올해 미국 오디션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 모든 일이 꿈 같지만, 한 명의 K팝 가수로서 더 널리 K팝을 알리고 싶다는 마음은 단단히 굳혔다.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미국 NBC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 우승 기념 알렉사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MC 하루가 진행한 이날 행사에는 알렉사와 소속사 지비레이블의 김준홍 대표가 참석했다. 이날 새벽 입국했다는 알렉사는 지친 기색 없이 놀라운 활력으로 취재진을 맞았다.
알렉사가 우승한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는 오랫동안 유럽에서 열린 노래 콘테스트 '유로비전'을 현지화한 것이다. 알렉사는 참가한 것만으로 "너무 큰 영광"이라며 "제가 원래 '유로비전' 팬이고, 오클라호마 대표이자 K팝 대표로서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다. K팝을 좀 더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도록 해 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김준홍 대표는 "이 프로그램은 1954년부터 진행한 '유로비전' 스태프들이 그대로 미국으로 넘어와서 미국 버전으로 만든 거다. 그래서 미국뿐 아니라 유럽 전역 시청자들도 이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았다. 꼭 나가고 싶었고, 작년 이맘때부터 예선을 준비해 오클라호마 대표가 됐다. K팝 스타일의 트레이닝을 거쳐 참여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알렉사는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 참가자 56명 중 유일한 K팝 가수였다. 지비레이블 제공스눕독과 켈리 클락슨이 MC를 맡고, 마이클 볼튼 등 유명 스타도 참가한 미국 최대 규모 경연 프로그램에서, 알렉사는 미국 시청자들의 높은 지지를 받아 결국 1위의 자리에 올랐다. 우승 소감을 묻자 알렉사는 "아직까지 진짜 실감이 안 난다"라며 "꿈 같고, 현실인지 가상인지 모르겠다"라고 감격스러워했다.
김 대표는 "K팝 음악이 생소했던 심사위원단 마음 잡는 게 숙제였다. 미국 컨트리 음악에 익숙한 분들에게 그렇게 좋은 점수를 받진 못해 심사위원단 점수는 5등이었다. 이 판을 뒤집기 위해서는 많은 미국 국민들 투표가 필요했다. (이후) 700점이라는 고득점으로 우승했다. 지금도 눈물이 날 정도로 저희한테 감격적인 순간이었고, 어떤 새로운 K팝의 시작을 알리는 무대였다고 생각한다.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에 유일한 K팝 가수로서 참가한 알렉사는 'K팝만의 강점'이 무엇인 것 같냐는 질문에 "제 생각에는 헤어 메이크업 의상 등 무대에 여러 가지 요소가 들어가고 그게 어우러지는 게 남다른 점이라고 본다"라고 답했다. 이어 "저만이 보여드릴 수 있는 K팝의 강렬한 무대와 퍼포먼스가 있었던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알렉사 소속사 지비레이블의 김준홍 대표. 지비레이블 제공알렉사는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에서 시선을 잡아끄는 강렬한 무대를 선보였다. 안무 선생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상의하며 오랜 시간 연습한 덕이다. 주어진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집중해서 열심히 배워나갔다. 높은 곳에 앉은 연출이 인상적이었던 결승 무대에 관해 알렉사는 "전 높은 곳을 좋아한다. 무섭지 않고 너무 설렜다. 높은 자리에서 무대 아래 관객과 댄서들을 보고 심장이 두근두근했다. 너무 심장이 뛰더라"라고 회상했다.
김 대표는 알렉사가 펼친 '원더랜드'(Wonderland) 무대 콘셉트를 상세히 전했다. 그는 "1차에서는 웜홀로 빠지는 느낌, 2차는 내면의 모습, 3차는 퀸(여왕)이 된 모습을 담았다"라며 "결승전에서는 뭔가 방점을 찍고 싶어서 퀸 모습을 보여주고자 제일 높은 곳으로 컨택했다.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 쪽에서도 저희 의견 좋게 봐주셔서 안전 장비를 포함해 많은 서포팅을 해 주셨다. '여왕' 알렉사 모습이 잘 표현된 것 같다"라고 밝혔다.
알렉사는 어릴 적부터 음악을 즐겨듣고 팬이었던 켈리 클락슨, 스눕독을 직접 만나고 본인 무대에 대한 반응을 들을 수 있어서 '실화인가?' 싶었다고 털어놨다. 알렉사는 "'아메리칸 아이돌' 첫 시즌에서 1등 했던 켈리 클락슨 선배님 엄청 많이 좋아했고, 스눕독 선배님은 세계적인 아이콘이자 레전드이지 않나. 마이클 볼튼 선배님 음악도 어릴 때 많이 들어서 아주 팬이었다. 같은 장소, 같은 무대에 설 수 있어서 너무 영광이었다. 제 무대 보고 아주 멋있다고 해 주신 그 순간을 잊지 못할 것"이라 부연했다.
김 대표는 "스눕독은 K팝을 이미 접해서 관심도가 높았다. (알렉사에게) 경연 끝난 다음에도 따로 보자고 했다. 음악을 너무 응원한다, 무대를 즐기라는 이야기도 했다. 켈리 클락슨은 '너 같은 퍼포먼스 본 적이 없다'라며 많이 독려해줬다. 많은 분들이 알렉사를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알렉사는 지난 15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 우승자 자격으로 참석했다. 알렉사 인스타그램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알렉사는 친구 권유로 K팝을 처음 알게 됐다. 2008년 팝 컬처에 관한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을 때, 슈퍼주니어 헨리를 모델로 삼았고 그때 뮤직비디오와 영상 등을 보며 K팝 걸음마를 뗐다.
음악적 영감을 주는 가수는 누구인지 묻자, 알렉사는 현아와 샤이니 태민을 꼽았다. 그는 "포미닛 데뷔 때부터 팬이고, 솔로곡인 '체인지'(Change)는 제가 첫 번째로 배운 안무이기도 하다. 항상 무대 보면서 이 언니가 너무 멋지고 예뻐서 그런 아티스트 되고 싶다는 생각을 엄청 많이 했다. 작년에 너무 운 좋게도 실제로 만나 영상도 찍고 아직도 가끔 연락한다"라고 답했다.
샤이니 태민을 두고는 "K팝을 처음 알게 됐던 2008년에 샤이니 선배님이 데뷔하셨다. 노래와 앨범 나오자마자 응원했다. (태민으로부터) 안무와 무대매너도 배웠다. 태민 선배님은 무대 하실 때는 춤 엄청 잘 추시고 노래도 엄청 잘하시고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그런 퍼포머와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라고 바랐다.
미국 최고의 히트곡을 뽑는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 우승을 통해 알렉사는 미국 활동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지금 최고의 경연곡으로 '원더랜드'가 뽑혔기 때문에 미국(활동)은 지금부터 시작이다"라며 "미국은 우리처럼 음악 쇼가 많지 않아서 다른 방식으로 프로모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에서 우승한 알렉사. 알렉사 인스타그램이어 "라디오 매체가 상당히 중요한데 현재 많이 플레이되고 있다. 자료를 보니 한국 K팝 가수 통틀어서 알렉사가 6위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몬스타엑스, 트와이스, 싸이에 이어 6위"라며 "남미와 유럽 쪽 프로모션도 할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예능 프로그램이라든지 좀 더 시청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알렉사를 몰랐던 사람에게도 알릴 수 있는 친화적인 느낌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전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데뷔,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 우승, 우승자 자격으로 NBC '켈리 클락슨 쇼'와 '2022 빌보드 뮤직 어워드' 참석 등 '꿈 같은 일'을 하나씩 실현한 알렉사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알렉사는 "미국 최고 아티스트와 같은 장소에 있는 것만으로 꿈만 같았던 순간이었다. (앞으로는) 노래나 앨범이 노미네이션(후보 선정) 됐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런 자리가 올 거라곤 생각 못 했다. 이렇게 생긴 기회를 잘 살려서 알렉사를 통해 K팝 활성화를 위해 더욱더 열심히 투자하겠다"라며 "알렉사가 세계적인 스타가 될 때까지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