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봉산에서 바라본 성동구 전경. 성동구 제공 지난 20대 대선에서 성동구는 '정권 심판론'을 여실히 보여준 지역이다. 약 10%p의 격차를 벌리며 국민의힘 대선후보에 힘을 실어줬다. 60년대 이후 도심 주변 산동네, 변두리라는 특성 때문인지 서민층이 모여살아 진보정당계 인사들의 정계진출이 많았던 지역이다. 오랫동안 민주당 텃밭이기도 했다. 적어도 재개발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재개발은 결국 부동산 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져 경제적 부담이 커진 서민층이 다시 외곽으로 밀려나거나 자산증식을 통한 중산층 형성으로 보수화되는 경향이 뚜렷해진다. 생활 인프라가 함께 성장하면서 타 지역의 자본이 유입되고 원주민의 계층이동 사다리가 부실해지면 반발심은 커질 수 밖에 없다. 과거 보수정당이 시장주의와 기득권 중심의 정책을 펴온데 반해 서민층 밑자락을 뒷받침해온 진보정당을 지지해온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성동구의 '색채' 변화…서민·청년층 보듬기, 재개발·재건축 급부상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민주당에게는 그래서 뼈아프다. 코로나19 여파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사회·정치 개혁의 고삐를 죄지 못한 것도 원인이다. 2000년대 이후 보수정당이 서민층 복지 정책을 대거 내세우면서 공약만으로는 진보와 보수를 구분하기 애매해지고 있다. 성동구는 이런 변화를 관통하는 대표적인 지역 중 하나다.
인구변화 추이를 보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듯 하다. 성동구가 주민등록 인구 이동 및 전입신고 시 주민이 직접 기재한 전·출입 사유 등을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강남구에서 많은 주민들이 성동구로 이사 오고(9172명), 성동구 주민은 인근 자치구인 동대문구(9681명), 광진구(8475명), 강남구(6930명) 순으로 이사를 간 것으로 나타났다. 성동구 인구 순유입이 증가된 주요 사유는 '일자리'와 '교육' 때문이었다.
민선6기 이후 일자리 및 지역경제 활성화, 교육 여건 개선을 구정 최대 역점사업으로 선정해 추진해오면서 성수동 지역 지식산업센터 유치, 소셜벤처밸리 조성, 전국 최고 수준의 일자리 창출 등 지역 경제의 급속한 성장으로 늘어난 일자리가 전입 인구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했다.
전입 사유는 '주택'(37.6%), '가족'(24%), '직업'(19.9%)의 비중이 높지만, 구로 인구 순유입(전입자수-전출자수)은 '직업'(3.5%)과 '교육'(2.6%), '주거환경'(0.5%), '가족'(0.3%), '자연환경'(△0.7%), '주택'(△6%) 순이었다. 교육환경 개선도 컸다. 한양대와 한양여대를 끼고 있고 2개 고교가 신설됐다. 25억원이던 학교 교육경비가 2021년에는 60억원으로 늘어났고 교육인프라 확충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서울 성수동 서울숲과 이웃한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가 이전한다. 서울시는 서울숲과 연계한 수변 거점으로 변화시켜서 많은 시민뿐 아니라 전 세계 관광객이 찾아오는 서울의 대표 명소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청년 첨단 혁신축' 강화와 미래 서울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전략적 부지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제공반면 내 집 마련, 전세, 월세 등 계약기간 만료, 재개발, 재건축 등 '주택'(43.6%)문제와 결혼, 이혼, 독립 등 '가족'(23.7%)사유로 인근 동대문구와 광진구, 강남구 등으로 전출 발생률이 컸다.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주거비 부담이 영향을 준 것으로 성동구는 보고 있다.
금호·옥수·왕십리를 비롯해 용답동, 행당동 지역 재개발로 전출이 늘어났고, 고급 주거단지를 형성하고 있는 성수동 지역 가치 상승 등 '마용성'이라 불리는 성동구의 경제적 가치가 상승했다. 경제력 있는 인구의 유입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처럼 성동구는 도심권과 강남권에 인접한 특수성으로 재개발과 도시 인프라 촉진이 이어지면서 전통적인 '색채 구도'에서 벗어나고 있다. 실망과 기대가 공존하는 열정적인 지역으로 거듭나고 있는 셈이다. 다만 민선6·7기 내리 민주당 구청장이 수성하면서 지역개발을 견인한 점은 주민들의 평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즉, 이번 대선 결과의 흐름이 지방선거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얘기다. 전통적 관점에서 보면 대선에서 승리한 정당이 지방선거에서도 휩쓸어온 전례가 있지만, MZ세대로 불리는 2030세대가 대선 캐스팅보트로 떠올랐고 실제 대선 투표 막바지까지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개발과 인프라 수혜를 견인하는데 누가 유리하냐의 경쟁이 될 가능성도 있다. 더군다나 윤석열정부가 대선기간 내세운 핵심 공약들이 대거 수정되거나 연기되는 등 기대감이 하락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국정지지율이 50% 안팎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뒤쳐져 있다. 여론 전문가들은 대선패배 이후 실망감이 반영된 통상적 수치로 보고 있지만 비대위 중심의 지도부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민주당 지지층의 거리두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성동구청장 선거…'일꾼 3선 도전' 정원오 vs '서울시 경력자' 강맹훈
성동구는 2014년 민선6기 지방선거에서 정원오 현 구청장을 낙점한데 이어 민선7기에서도 정 구청장을 서울 구청장 중 최다 표(69.46%)로 재선시킨 바 있다. 민주당 텃밭임을 확실하게 보여준 셈이다.
1995년 지방선거 시행 이후 2006년 민선4기를 제외하면 구청장은 모두 민주당계가 휩쓸었다. 역대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에서도 이같은 흐름은 계속됐지만 박원순 전 서울시장 이후 오세훈 현 서울시장이 작년 보궐선거에서 박영선 후보를 큰 격차로 따돌리며 분위기는 국민의힘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6.1 지방선거 성동구청장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현 구청장(왼쪽)과 강맹훈 국민의힘 후보. 중앙선관위 제공정원오 구청장은 이같은 분위기 속에 3선에 도전한다. 그는 "삼표 레미콘 철거, 금호역 앞 장터길 확장, GTX-C노선 왕십리역 신설 확정을 비롯한 성동구민들의 굵직한 지역 숙원사업들을 모두 해결했다"며 '4대 도약 프로젝트'를 통해 성동의 발전을 마저 이끌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정 구청장의 '4대 도약 프로젝트'는 △왕십리역 일대 구청·경찰서 부지 등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 조성 △삼표레미콘 부지 일대 오페라하우스·문화관광타운 조성 △소월아트홀 광장 인근 부지 신(新) 행정타운 조성 △덕수고 부지-한양대-4차산업혁명센터 미래교육타운 구축 등이다.
'진짜 지역일꾼'을 자처한 정 구청장은 "그동안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내일의 성동을 오늘보다 더 좋은 성동으로 만드는 일에 힘을 다하겠다"며 "서울 탑5 자치구를 넘어 서울의 '넘버 1'으로 비상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정 구청장은 1968년생 전라남도 여수 출신으로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특임교수를 역임했다. 민선 6·7기를 이어오며 성동구의 굵직한 숙원사업을 추진해온데다 업무 공백없이 신속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반면 강맹훈 국민의힘 후보는 건설교통부 건축계획팀장, 서울시 주택건축정책관, 서울시 도시재생실장 등을 역임하며 '서울 도시공학 박사'임을 내세우고 있다. 대표적인 안철수계로 꼽힌다.
강 후보는 "지난 30 년간 도시공학 전문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동구를 도시다운 도시, 서울 제일의 명품 주거지로 만들겠다"며 "'내일의 도시, 위대한 성동'을 위해 성동구민의 권익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구청장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핵심 공약으로는 △삼표레미콘 부지 개발에 구글 R&D센터 유치 △MIT미디어랩과 견주는 성수 첨단 융복합 단지 조성 △'허드슨 야드'를 넘는 성수 전략정비구역 추진 △한강과 통하는 녹지 보행 축 조성을 위한 서울숲의 회복 등을 내놨다.
그는 "미래세대를 위한 미래먹거리를 만들고 삶의 터전이 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제가 갖고 있는 30년 공직 경험을 총동원해 주민들과 함께 이 지역을 위대한 성동의 시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강 후보는 1962년생 경상남도 고성 출신으로 30년 이상 서울시 공무원으로 재직했다. 새정부 내 안철수계 입지는 미약하지만 도시개발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서울시와의 연계성이 강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