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한국 뮤지컬의 성장 과정을 지켜볼 수 있어 행복합니다. 업계가 젊고 활기찬 만큼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고 봅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뮤지컬 작곡가'로 불리는 프랭크 와일드혼(63)의 말이다. 3년 만에 한국을 찾은 그는 최근 서올 강남구 도곡동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뮤지컬과 관객에 대해 솔직하게 답변했다.
프랭크 와일드혼은 "(제가 한국을 처음 찾았던) 18년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한국 뮤지컬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며 "노래, 연기, 연주 뿐만 아니라 연출, 안무, 의상, 세트 디자인 등 창작의 모든 면에서 일취월장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주조연, 앙상블 가릴 것 없이 한국 배우들의 음악성은 세계 최고"라며 엄지를 들었다.
그는 또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는데 치중했던 과거와 달리 창작 뮤지컬을 제작·수출하려는 시도가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한국 창작 뮤지컬을 뉴욕(미국)과 런던(영국)에서 공연할 날이 머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 창작 뮤지컬이 브로드웨이에 진출하기 위해 보완할 점은 뭘까. "케이팝과 영화 '기생충'에서 보듯 한국적이면서 타 문화권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찾아야 해요. 일본 동명만화를 무대로 옮긴 '데스노트'가 좋은 예죠. 사신들이 인간과 교류하는 내용은 이국적이면서 신비롭게 느껴져요."
프랭크 와일드혼은 "한국에서 쌓은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국 창작 뮤지컬이 해외로 진출하는데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다만 "노래를 녹음한 후 영상으로 홍보하는 케이팝과 달리 뮤지컬은 직접 봐야 한다. 티켓파워가 있는 배우들이 한국을 떠나기 쉽지 않은 구조가 아쉽다"고 짚었다.
그는 '한국을 사랑하는 뮤지컬 작곡가'이기도 하다. "한국전쟁 참전 용사였던 아버지로부터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죠. 한국에서 '지킬앤하이드'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 관객과 연인 같은 관계로 발전한 것 같아요. 한국 관객은 전 세계에서 가장 젊고 열정적이에요. 바꿔 말하면 뮤지컬 시장이 발전할 여지가 크다는 거죠."
현재 한국에서는 그가 작곡한 뮤지컬 4편(데스노트·지킬앤하이드·마타하리·웃는 남자)이 동시에 공연 중이다. 프랭크 와일드혼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한국 시대극을 뮤지컬로 만드는 데 참여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한국 전통음악도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그룹 '방탄소년단'(BTS) 이야기를 꺼냈다. "BTS 뷔가 최근 미국 콘서트에서 사전 음향 테스트를 할 때 '지킬앤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으로 목을 풀더군요. 뷔가 '지킬' 역을 맡아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방탄소년단 뷔. 박종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