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런 홈런' 포효하는 이정후. 연합뉴스KBO 리그 최고 타자로 거듭난 이정후(24·키움). 타격 천재의 뒤에는 늘 아버지(이종범 LG 2군 감독)와 훌륭한 선배들이 있었다.
이정후는 2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KIA와 홈 경기에 3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1홈런) 3타점 1득점 1볼넷을 기록했다. 팀의 5 대 2 승리와 3연승을 이끌었다.
KIA 선발 이의리를 상대로 시즌 14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정후는 2 대 1로 앞선 5회말 1사 1, 2루에서 이의리의 2구째 시속 134km 슬라이더를 걷어올려 우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3점 홈런을 터뜨렸다.
올 시즌 이정후는 9개 구단 가운데 고향인 광주 연고의 KIA를 상대로 가장 많은 홈런(5개)을 터뜨렸다. 이정후는 이에 대해 "KIA에 특별히 강한 것은 아니고 타격감이 좋은 시점에 자주 만난 것 같다"면서 "최근 들어 타격감이 좋다. 지금 타격감이 좋기 때문에 어느 팀을 만나든지 자신감이 있다"고 밝혔다.
어느덧 프로 6년 차가 된 이정후는 올해 데뷔 후 가장 빠른 홈런 페이스를 달리고 있다. 2020년 140경기에서 한 시즌 개인 최다인 홈런 15개에 벌써 1개 차로 근접했다. 올 시즌 72경기에서 홈런 14개를 터뜨리며 이 부문 2위인 김현수(LG)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장타력까지 겸비한 완성형 타자로 거듭났다. 하지만 이정후는 "홈런을 의식하고 친 적은 한 번도 없다. 한 시즌 이렇게 쳤다고 홈런 타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홈런 스윙을 하면 집에 가서 혼난다. 아버지가 바로 알아채시고 '그렇게 스윙하지 마라'는 카톡을 보내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이정후. 고척=김조휘 기자
아버지인 이종범 LG 2군 감독은 항상 아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정후는 "아버지가 어릴 때는 힘이 없어서 그렇게 스윙하면 타격 밸런스가 무너진다고 말씀해 주셨다"면서 "25~26세쯤 되서 치면 알아서 넘어간다고 하더라. 내가 올해 25세인데 아버지 말씀이 현실이 되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아버지 외에도 주변에 좋은 선배들이 이정후의 성장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정후는 "선배들의 존재는 정말 중요하다. 같은 팀이었던 (김)하성이 형과 (박)병호 선배를 보고 많이 배웠다"면서 "병호 선배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기 위해 일찍 나오시면 같이 따라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김)휘집이나 어린 선수들이 나를 따라 운동하러 나오는 문화가 생겼다"면서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타 구단의 여러 선배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받았다. 이정후는 "KIA에서는 나성범 선배와 최형우 선배가 하는 걸 유심히 지켜보곤 했다"면서 "먼저 살갑게 물어보는 성격은 아니지만 대표팀에서도 선배들의 배팅 루틴을 보고 따라했다"고 밝혔다. 이어 "배움은 끝이 없다. 선배들의 루틴만 지켜봐도 좋은 커리어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정후는 개인 타이틀보다 우승 트로피에 대한 열망이 더 강했다. 그는 "제일 하고 싶은 건 우승이다. 우리 팀이 우승을 한다면 내 기록도 원하는 숫자들이 나와 있을 것"이라며 "모두가 우릴 상위권으로 평가하지 않았는데 그걸 뒤집었다. 마지막까지 그렇게 된다면 선수들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