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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대출금리 낮추기 나섰지만…"오를 수 밖에" 한숨

경제정책

    은행권 대출금리 낮추기 나섰지만…"오를 수 밖에" 한숨

    우대금리 확대하는 방식으로 금리 인하 효과…'금융당국 눈치보기'
    한은 기준금리 인상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효과없을 것" 한숨
    모건스탠리 "한국은행 기준금리 4번 각각 0.25%p씩 올릴 것"

    "금리 상승 시기에 금융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금융회사가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한다(윤석열 대통령)"

    "금리상승기에 은행들의 예대금리차가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들의 이자 상승과 관련한 우려를 표현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같은 날 서울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 자리에서 보다 직접적으로 은행들의 '이자장사'를 경고하고 나섰다.

    여당도 지원사격에 나선 상황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은 "금융기관의 자율적인 협조를 통해 현장의 분석을 통해 예대마진에 대한 쏠림 현상이 없도록 자율적으로 참여해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한다"고 힘을 보탠 바 있다.

    정부 압박에 은행권 대출 인하 움직임 본격화···가계대출 역성장세 영향도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이를 의식한 듯 직후부터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하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7월 1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상품의 금리를 연 0.1~0.2%포인트 인하한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농협은행은 지난 24일 전세자금대출의 우대금리를 0.1%포인트 확대한 데 이어 다음달 1일부터 추가로 0.1%포인트를 더 확대할 계획이다. 주택담보대출도 우대금리를 0.1%포인트 확대한다.

    앞서 지난 22일 케이뱅크도 고객 이자 부담 경감을 위해 대출 금리를 최대 연 0.41%포인트 낮춘다고 밝혔다. 우리은행도 24일부터 은행채 5년물 기준 고정금리 대출에 적용하던 1.3%포인트의 우대금리(은행 자체 신용등급 7등급 이내)를 모든 등급(8~10등급 추가)에 일괄적으로 주기로 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금리 인하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렇게 개별 은행의 금리 인하 움직임이 이어지는데다 채권 금리(시장 금리) 급등세가 다소 진정되면서,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도 하락하는 모양새다. 지난주만 해도 7%를 웃돌던 주요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 상단은 0.6%포인트 이상 떨어져 6% 중반대를 보이고 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금감원장의 은행장 간담회 이후 시중은행들이 금리인하를 검토하는 분위기"라며 "한시적 금리인하 정책을 연장하거나 저신용자에게 적용되는 우대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최고금리를 하향하면서 주담대 금리 상단을 낮추는 방법 등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정부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에 가계대출 감소세가 장기화되면서 은행들의 대출 영업에 '빨간불'이 켜진 탓도 있다. 이자 부담이 커진 데다가 주가 하락 등 부동산 및 주식시장의 침체로 대출 수요가 크게 줄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도 있었지만, 올해 개인대출 영업에 대해 위기감이 생기고 있는 현실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용대출을 받아 투자에 나서려는 수요 등이 많았는데 지금은 '빚부터 갚자'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대출 금리 다시 오를 수 밖에···은행들, "임시방편" 한 숨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다만 금융권에서는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하반기까지 은행들의 대출금리는 다시 오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의 은행이 우대금리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금리 인하 효과를 내고 있는데, 가산금리나 우대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은 결국 대출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기준금리 인상폭을 당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대출 금리는 보통 '기준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로 산출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금리 상승기에는 은행들이 제공하는 우대금리 인상보다 기준금리의 영향이 클 수 밖에 없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 금리 기준이 되는 채권금리와 코픽스(COFIX)가 상승세를 탄다. 결국 대출금리가 오를 수 밖에 없고 속도도 매우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지난 26일(현지시간) 내놓은 아시아 태평양 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이 올해 4번 남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이에 따라 연말 기준금리가 2.75%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지난달 2.5% 전망보다 높아진 수치다.

    미국이 이번 달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한꺼번에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만큼, 7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결단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에 진입하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큰 폭 인상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선 때부터 이어진 예대금리차에 대한 비판여론이 직접적으로 언급되면서 은행도 대출금리와 관련한 조치에 나섰지만 어차피 기준금리 인상 등 현 추세에 따라 큰 힘을 쓰지 못할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압박에 은행도 어느 정도 조정에 들어가려 하겠지만 한계는 있다. 비판 여론과 정부 요구 가운데 난감한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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