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튀르키예(터키)의 '밀당'(밀고 당기기)이 먹히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세력이 똘똘 뭉치는 와중에 튀르키예가 실리적 접근으로 이득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스웨덴, 핀란드 나토 반대권으로 이득 챙긴 튀르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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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유럽이 스웨덴과 핀란드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추진을 반길 때 튀르키예는 처음부터 어깃장을 놨다. 이유는 다소 엉뚱했다. 두 국가가 '쿠르드족'의 독립을 추진하고 있는 쿠르드노동자당(PKK)에 우호적이라는 것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테러단체의 게스트하우스 같다"고 불만을 표했다.
PKK는 튀르키예 동남부와 시리아 북동부, 이라크 북부 등을 근거지로 삼아 무장 투쟁을 일삼는다. 그런데 스웨덴과 핀란드에 상당 규모의 쿠르드족 이민 공동체가 있고, PKK에도 우호적인 태도를 취해 왔던 것이 튀르키예 입장에선 늘 불만이었다.
이번참에 PKK를 털고 가고 싶은 튀르키예는 이 문제를 꺼내들며 서방세력을 압박했다.
나토는 회원국이 전원 일치가 있어야 새 회원국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튀르키예가 비토를 놓으면 스웨덴과 핀란드 나토 가입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결국 벼랑끝 협상이 시작됐고, 튀르키예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막판까지 협상하다가 많은 것을 얻어낸 뒤에 두 국가의 나토 가입을 승락을 했다.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실리 작전의 성공이었다.
튀르키예, 뭘 얻었나?
스웨덴과 핀란드는 PKK 관련자들을 튀르키예에 돌려보내기로 했다. 이 뿐 아니라 튀르키예의 또다른 위협 세력인 페토(FETO·펫훌라흐 귈렌을 따르는 테러조직) 관련자들도 넘기기로 했다. 스웨덴과 핀란드 입장에서는 나토 가입을 위해 자국내 쿠르드족 보호를 어느정도 포기한 것이다.
베키르 보즈다으 법무장관은 "핀란드와 스웨덴에 각각 12명과 21명의 범죄인 인도를 요청할 것"이라며 "두 나라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튀르키예는 이들 국가가 송환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다시 비토를 놓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 큰 이득은 미국으로부터 얻었다. 미국은 튀르키예에 F-16 전투기를 판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F-16 도입은 튀르키예의 숙원사업이었다. 튀르키예는 지난해 10월 미국에 40대의 F-16 전투기 및 기존 전투기 현대화를 위한 키트 80개에 대한 구매를 요청했으나 미국은 답변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나토 확장을 위해 결국 미국 정부가 물밑 협상 끝에 튀르키예에 전투기를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엔 얻을 것을 얻고 나토에 확실히 힘을 실었지만, 튀르키예의 밀당 외교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자정학적으로 복합적 위치 때문에 외교적 모호함은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언젠가 전쟁을 끝내기 위해 러시아와의 중재를 시도하는 국면이 오면 튀르키예가 적극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