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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전 정권 장관 중에 훌륭한 사람 못 봤다는 대통령

칼럼

    [칼럼]전 정권 장관 중에 훌륭한 사람 못 봤다는 대통령

    핵심요약

    윤 대통령 "전 정권 장관 훌륭한 사람 없다" 출근길 발언 충격적
    자신이 몸 담았던 전 정권 통째로 부인하는 대통령 발언 부적절
    장관 후보 3명 낙마한 윤 정권 인사 부실 검증 돌아봐야
    검찰 출신 요직 발탁 등 인사가 가장 큰 문제
    여론 신경 안 쓴다며 내 길 간다는 윤 대통령
    불과 0.73%차로 어렵게 이긴 대선 잊지 말아야 할 것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은 가장 큰 관심거리가 됐다. 윤 대통령은 5일 출근길에서 박순애 교육부장관 임명강행과 관련한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전 정권 인사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을 봤나." 놀랍기도 하고 충격적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전날에도 인사검증 논란과 관련해 "전 정부와 비교할 바가 아니"라면서 문재인 정부와는 다르다는 점을 유난히 강조했다. 정권이 교체되고 정권안정화를 위해 새 인물을 기용하고 이전 정권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 있는 장관 후보감에 대해 전 정권과 비교할 수 없다고 강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대기 비서실장, 오른쪽은 한덕수 총리.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대기 비서실장, 오른쪽은 한덕수 총리. 연합뉴스
    박순애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여러 측면에서 교육부 장관으로서 자질이 의심되는 인물이다. 음주운전 전력이 있고, 논문 중복게재 의혹에 갑질 의혹까지 제기됐다. 음주운전은 교장 임용이나 훈·포장대상에서 제외될 정도로 교육계에서는 심각한 사안으로 평가된다.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던 전력이 있는 인물이 교육부 수장에 앉는다면 형평성에도 문제가 될 뿐 아니라 정책수행에도 큰 장애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이런 인물을 놓고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과 비교하고 '훌륭하다'고 평가하는 대통령은 어떤 기준으로 인물을 평가하는지 묻고 싶을 지경이다.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 자신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초고속 승진을 거듭한 '검찰총장'출신이라는 점을 잊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리고 자신이 몸담았던 정권에서 함께 일했던 모든 국무위원들에 대해 이렇게 가혹하게 폄하하는 것은,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이 입에 담을 발언은 아니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는 감정이 묻어나고 있다. 장관 후보자를 임명하고 청문회를 요청했지만, 한 달이 넘도록 정쟁에 묻혀 원 구성조차 못한 국회에 대한 불만이라고 할 수 있다. 국회가 제 할 일을 하지 못하고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물론 잘못된 일이지만, 그렇다고 대통령이 전 정권을 들먹이며 감정적인 대응에 나서는 것은 적절한 처사라고 할 수 없다.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 5월 26일 후보자로 지명된 지 39일 만이다. 연합뉴스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 5월 26일 후보자로 지명된 지 39일 만이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사례는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까지 3명에 이른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상황을 관리해야 하는 주요 직책이라는 점에서 행정 공백이 우려된다. 그렇다고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인물을 장관직에 앉힐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김승희 후보자의 낙마는 안타깝지만 정권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김승희 후보자가 사퇴하자 곧바로 교육부 장관과 합참의장을 청문절차 없이 임명했다. 임명을 강행한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정상화했다. 좀 더 기다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박순애 장관에 대해서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 검증하고,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보건복지부 장관을 낙마시켰으니 나머지 인물들은 그대로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것은 정치적 판단이다. 장관은 국무위원이자 맡은 분야를 총괄하는 행정 각부의 책임자다. 국정 수행능력과 도덕성이 장관 후보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고 평가기준이다.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는 정치적 행위로 임명하는 자리가 아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인사 파행과 편중된 인사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벌써 장관후보자가 세 명이 낙마한 것은 인사검증이 부실했다는 반증이다. 문제가 있는 인물에 대한 임명강행도 잇따르고 있다.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물론이고, 공직기강 비서관에는 간첩조작 사건에 연루된 인물이 임명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박종민 기자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박종민 기자
    검찰 출신들의 요직 독점은 어떤가. 여권내부에서도 이런 인사문제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내 갈 길을 간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덕분에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4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는 50%를 넘었다. 긍정평가보다 부정평가가 많아지는 '데드 크로스'가 이뤄진 후 부정적인 평가는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출범한 지 불과 석 달도 안 된 새 정부에 대한 평가가 이처럼 부정적인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부정적인 평가가 증가한 것은 인사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이 분명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론조사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지만, 과연 '여론'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문제인지는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불과 0.73%포인트 차이로 간신히 승리했다. 불과 1%의 지지층만 이탈하면 어떻게 될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과연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문제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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