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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기름값 누구 탓?" 속 터지는 소비자…정유사·주유소도 '억울'

생활경제

    "'비싼' 기름값 누구 탓?" 속 터지는 소비자…정유사·주유소도 '억울'

    핵심요약

    전체 주유소 80% 일반 자영주유소…"손해 보면서 팔 수는 없어"
    주유 업계 "영업익 10~20원 불과…가격, 정유사 공급가에 결정"
    정유 업계 "석유제품 70% 수출…국제 현물시장 가격 무시 못해"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정부의 유류세 추가 인하 조치에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기름값에 소비자 불만이 거센 가운데 비싼 기름값 책임 공방까지 이뤄지는 모양새다.

    유류세 인하 폭을 37%까지 확대한 정부는 시장점검단을 구성해 정유업계 담합 여부와 주유업계 불법행위 적발에 나선 상황이다.

    8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기준 리터당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2108.96원이다. 그나마 유류세 인하 폭이 37%로 확대 적용된 첫날인 지난 1일 평균 가격이었던 2128.84원에서 조금씩 내린 결과다.

    경유 평균 가격도 1일 2157.70원에서 조금씩 내려 전날 2145.24원으로 마감했다.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 적용한 첫날부터 기름값이 하락하고 있지만, 소비자 체감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의 유류세 추가 인하 조치로 리터당 휘발유는 57원, 경유는 38원의 가격 인하 요인이 생겼지만, 유류세 인하 효과는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전체 주유소 80% 일반 자영주유소…"손해 보면서 팔 수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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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계에서는 유류세 인하 확대 조치 이전에 주유소가 사들인 석유제품 재고 사정에 때문에 유류세 인하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국 주유소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일반 자영주유소들이 유류세 추가 인하 전 공급받은 재고를 소진한 뒤에야 가격을 내릴 것이라는 취지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전국에 등록된 주유소는 1만1064곳이다. 이 중에서 정유사가 직접 운영에 관여하는 직영주유소는 △SK이노베이션, 157곳 △GS칼텍스, 244곳 △현대오일뱅크, 325곳이다.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은 에쓰오일(S-OIL)도 사정은 비슷하다. 여기에 한국석유공사가 밝힌 알뜰주유소는 전체 1268곳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유사나 석유공사가 직영주유소와 알뜰주유소를 통해 추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즉각 적용한 석유제품을 공급하더라도 전체 시장 물량의 20%에 불과하다"며 "시장 가격에 곧바로 영향을 미칠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격 인하 효과를 위해 이미 확보한 재고가 있는 일반 자영주유소에 손해를 보면서까지 팔라고 할 수도 없고 자율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전체 등록 주유소 가운데 80% 정도가 자영주유소인 사정으로 즉각적인 가격 인하를 기대할 수 없고 강제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는 취지다.

    주유 업계 "영업익 10~20원 불과…가격, 정유사 공급가에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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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유소 업계에서는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최종 가격을 주유소가 결정하는 것은 맞지만, 사실상 판매 가격은 정유사가 공급하는 가격에 따라 이뤄진다는 입장이다. 가격 결정에 개입할 여지가 상당히 좁다는 취지다.

    한국주유소협회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휘발유 평균 마진은 5~7%로 나타났다. 여기에 신용카드 수수료, 대출 등 금융비용, 임대료, 인건비, 공과금 등을 제하고 나면 주유소 평균 영업이익률은 1~2%에 불과하다는 게 협회 측 설명이다.

    예를 들어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리터당 2천원에 판매할 경우 정유사 공급 가격(매출 원가) 1880원을 제하면 매출 마진은 120원이다. 여기에 신용카드 수수료(전체 금액의 1.5%) 30원과 대출과 같은 금융비용이나 인건비, 임대료 등 판매 관리비 명목으로 70~80원을 빼면 10~20원 남는다는 얘기다.

    주유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유소는 정유사에서 받아오는 가격에서 일정부분 마진을 남기고 판매하는 업종으로 가격 조정 폭이 매우 좁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의 이런 설명에도 일각에서는 기름값이 급등할 경우 즉각적인 가격 반영을 통해 이익을 취하는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나오고 있다.

    정유 업계 "석유제품 70% 수출…국제 현물시장 가격 무시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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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유가와 정제마진 초강세로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정유사들도 속내는 복잡하다. 저렴한 가격으로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책임 대신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거센 비난이 나오지만, 정유사들은 국제 현물시장 가격을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유사가 원유를 사들여 휘발유나 경유 등 석유제품을 만들어 파는 가격은 역내 석유 제품시장인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국제제품가격을 기본으로 결정된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대부분 정유사는 수출 비중이 70% 안팎에 이를 것"이라며 "싱가포르 현물시장 가격을 무시하고 국내에만 싸게 공급한다면 수출 시장에서 곧바로 외면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또 국제유가 급등과 정제마진 강세로 실적을 올린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이 유가상승에 따른 재고이익으로 유가가 떨어질 경우 재고 손실로 토해내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국제 유가가 경기침체 우려로 일제히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하락하면서 국내 기름값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9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배럴당 99.80달러를 나타냈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4월 25일 이후 약 석 달여 만에 처음이다.

    국제유가 흐름이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에 반영되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기름값 하락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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