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병철 의원. 소병철 의원실 제공 여순사건특별법 개정을 앞두고 여순사건 관련 시민단체와 유족회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여순사건특별법은 지난 16대 국회부터 20년 동안 총 8번 발의됐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21대 국회에서 소병철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 만장일치로 행안위·법사위를 통과했고, 본회의를 거쳐 여야를 넘어 화합과 평화를 상징하는 법안으로 평가됐습니다.
20년 넘은 난제를 해결한 소병철 의원은 특별법 제정 1주년이 되는 현 시점에 다시 개정안을 내놨지만 도리어 비판을 받는 모양샙니다.
소 의원은 지난달 30일 여순사건 당시 발생한 재산상의 피해를 조사 대상에 포함하도록 한 여순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개정안에는 여순특별법 제2조(정의)에 '재산상 피해를 입은자'를 추가로 신설해 여순사건과 관련한 물건의 멸실·훼손 등 재산상의 피해를 본 사람이나 법인, 단체를 규정했습니다.
이는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가 심의·의결하는 사항에 '재산상 피해를 입은자'를 심사·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한 겁니다.
그러나 여수지역사회연구소는 지난 7일 '여순사건특별법 1주년에 대한 논평' 이란 제목으로 소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할 자격이 없다고 맹비난을 쏟았습니다.
특별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유족회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일부 조항을 수정 삭제했다며, 소 의원이야말로 원안을 크게 후퇴시킨 장본인이라는 겁니다.
그러자 즉각 반발하고 나선 건 다름 아닌 전남 동부권 유족회입니다.
여수·광양·순천·구례·고흥 여순사건 유족회는 지난 9일 공동 성명을 내고 "여사연이 1년 전 특별법 제정에 환영 성명서까지 발 빠르게 발표해놓고 1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법 개정 밥상에 숟가락을 올리는 행위는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고 반발했습니다.
특히 "여사연 이영일 이사장은 중앙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소위원회와 간담회에서 매우 심각할 정도로 논제를 파악하지 못했으며 딴죽걸기에만 급급한 것을 똑똑히 지켜봤다"며 "그들의 주장은 유족회의 명예를 훼손하고, 지역사회 분열을 조장해 자신들의 이득을 챙기기 위한 날조에 불과하다고 판단한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사장의 위촉직 사퇴를 촉구한다"며 "여수지역사회연구소와 어떠한 연대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특별법 제정 1주년이 된 현 시점에 벌어진 상황을 두고 지역 안팎에서는 여수지역사회연구소와 유족회 간에 쌓였던 갈등이 폭발했다는 시각입니다.
그동안 여순사건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주도권 싸움을 벌여왔던 차에, 여수지역사회연구소가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이러한 태도를 보였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여순사건 범시민연대 관계자는 "여수지역사회연구소가 여순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반대파를 설득하기 위해 몇 가지 양보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알면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양보했던 것을 되찾기 위한 개정안 발의를 두고 비판하는 것은 74년의 한을 품은 여순사건 피해자들을 위한 행동이 아니다"고 목소리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여순특별법 작업 과정에서 소외됐다고 느낀 여수지역사회연구소가 소 의원을 향해 악의적으로 서운함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습니다.
여수·순천 10·19사건은 1948년 10월 19일부터 1955년 4월 1일까지 전남과 전북, 경남 일부 지역에 발생한 혼란의 진압 과정에서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당한 사건입니다.
특별법 시행에 따라 지난 1월 21일부터 2023년 1월 20일까지 1년 동안 사건의 진상규명과 희생자 및 유족 피해 신고 접수 활동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러나 여순특별법의 궁극적인 목적인 진상규명과 희생자들의 완전한 명예회복을 이루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입니다.
20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어 한 발짝 나아간 여순특별법이 제대로된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을 담은 법안으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에서 분열이 아닌 힘을 실어줄 한 목소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