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 부산 남구 용호별빛공원 진입로에 차량이 몰려 혼잡한 모습. 정혜린 수습기자예산 수억원을 들여 조성한 부산 남구 용호별빛공원에 가족 단위 방문객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지만, 진입로가 좁고 별도의 주차장조차 없어 시민 안전까지 위협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게다가 개장 1년이 넘도록 주민을 위한 행사는 거의 열리지 않는가 하면, 많은 기대를 모았던 어린이 물놀이 시설도 무산되는 등 혈세를 들여 만든 공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말인 23일 오후 부산 남구 용호별빛공원 진입로. 좁은 도로 양쪽으로 수십대의 차량이 줄지어 세워져 주차장을 방불케했다. 차량 2대가 지나가기도 버거울 만큼 도로가 좁다 보니, 진출입 차량이 서로 뒤엉켜 혼잡한 모습을 연출했다.
공원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진입로에는 걸어서 입구로 향하는 시민과 방문 차량이 동시에 이동하며 위험한 모습을 연출했다. 부모와 함께 차에 타고 내리는 어린이들 옆으로 다른 차량이 빠르게 지나가는 아찔한 상황도 목격됐다.
진입로 한쪽에는 높은 철제 펜스가 설치된 채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용호별빛공원'이라는 입구 표지판을 제외하면 이곳이 공원 진입로라는 사실조차 알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주말 오후 부산 남구 용호별빛공원 진입로. 차에 타려는 시민 옆으로 다른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정혜린 수습기자한 주민은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휴식 공간이 생겨서 반갑지만, 기본적인 정비가 부실하고 편의시설도 없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부산 남구에 사는 배영선(61·여)씨는 "차를 타고 손녀와 함께 공원에 왔는데, 입구가 '정말 공원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정리와 정비가 안 된 상황"이라며 "주차장이 없어서 차를 갓길에 세우고 들어왔다. 기본 시설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방문객도 사람이 오가는 갓길에 차를 세우다 보니 아이를 데리고 다닐 때 안전이 걱정된다며, 기본적인 편의시설은 갖추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금정구에서 온 정경훈(47)씨는 "따로 주차장이 없어 좁은 길에 차를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아이들하고 지나갈 때 혹시 차가 갑자기 움직이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며 "간단한 음료나 간식을 살 수 있는 매점이라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 남구 용호별빛공원. 정혜린 수습기자부산 남구 용호동에 있는 '용호별빛공원'은 지난해 7월 부산 남구가 부산항만공사 소유인 옛 용호부두 부지에 조성한 공원 시설이다. 전체 예산 7억 8천만원을 투입해 1만 6450㎡ 규모에 잔디광장과 그늘막, 운동기구 등을 마련했다.
비교적 넓고 안전해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데다 광안대교 등 경관까지 뛰어나 가족 단위 방문객이 잇따르면서, 개장 이후 지난달까지 15만 2600여명이 방문하는 등 인가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자체 주차시설을 마련하지 않았고, 인근에도 활용 가능한 주차장이 없어 시민 불편은 물론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매점이나 휴게 공간 등 기본적인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부산 남구 용호별빛공원. 정혜린 수습기자또 주민을 위한 시설로 조성했지만, 정작 주민이 즐길 수 있는 행사나 공연, 놀이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남구에 따르면 지난해 공원이 문을 연 뒤 최근까지 주요 활용 사례는 지난달 제18회 반딧불이 축제와 지난 5월 조선통신사 축제 등이 전부였다. 지난해 말부터 각종 체험 행사나 캠페인이 열렸지만, 대부분 민간 단체가 주도한 자체 행사였다.
남구는 주민들이 즐길거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올해 여름을 앞두고 어린이 물놀이장 등 놀이 시설을 조성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된 상황이다.
더 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안전하게 여가를 보낼 수 있도록 환경을 정비하고 활용 방안 마련에도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이런 상황에 대해 남구는 주차장 부족 문제나 공원 진입로의 위험성 등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 남구 관계자는 "공원 진입로가 한 곳이고 주차장이 없어, 걸어오는 주민과 차량이 같은 길로 들어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 위험할 수도 있다"며 "주차공간 등에 대해서는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