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경남 김해 대동선착장 앞 낙동강 녹조. 이형탁 기자10년 전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설치한 다수의 낙동강 보로 인해 올해도 영남권에는 대규모 녹조가 창궐하고 있다. 녹조에 담긴 다량의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 물질이 낙동강물로 재배하는 농산물에 축적되고 최근에는 수돗물에도 검출되고 있어 국민 건강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환경단체는 매해 도돌이표처럼 이뤄지는 녹조라떼 현상을 이번에는 끝내자며 윤석열 정부에 수문을 개방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4일 취재진이 찾은 경남 김해 대동선착장. 바로 앞 드넓게 펼쳐진 낙동강이 끈적끈적하고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녹조로 뒤범벅돼있다. 이명박 정부가 강의 대대적 정비를 표면적으로 내세우며 추진한 4대강 사업의 흔적이다. 2012년쯤부터 대구·경북과 경남·부산 등 1300만 영남권 식수 낙동강에는 이명박 정부에 의한 8개 보 설치 영향으로 매년 여름이면 대규모 녹조가 창궐하고 있다.
대구경북에서 경남까지 이어지는 낙동강 상하류에는 상주보부터 낙단보, 구미보, 칠곡보, 강정고령보, 달성보,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 등 8개 보가 수문을 닫으며 낙동강 물의 유속을 막고 있다. 환경부는 농업 용수 이용 등의 이유로 거의 보 수문을 열지 않는다.
이형탁 기자녹조는 단순히 끈적끈적하고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미관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여기에 포함된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 물질로 인해 국민 건강에 대한 피해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인체에 흡수되면 간·폐·혈청·신경계 등에 악영향을 미치고, 정자·난자를 감소·변형시키는 데다 발암성도 갖고 있다는 연구가 있다.
환경단체 낙동강네트워크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대구환경운동연합과 부경대 이승준 교수 연구팀의 낙동강 녹조 분석 결과 낙동강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최대 5921ppb(㎍/ℓ)가 검출됐다. 이는 미국 환경보호청이 마이크로시스틴에 따른 물놀이 금지 기준(8ppb)과 비교하면 최대 740배로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6월 환경단체가 보트 등 레저시설이 운영되고 있는 창원 본포 수변생태공원에서 채수한 샘플의 마이크로시스틴은 8600ppb로 미국 환경보호청의 물놀이 금지 기준에 1075배였다.
올해 2~3월 민간단체들은 낙동강 물로 재배된 쌀과 배추 등 농산물에 독소가 축적되고, 지난달 말에는 대구 정수장 3곳에서 이 독성 물질이 검출된 사실도 밝혀냈다. 분석 결과, 매곡 0.281ppb, 문산 0.268ppb, 고산 0.226ppb였다. 이 수치는 미국 환경보호청의 미취학 아동의 음용수 기준(0.3ppb)에 근접한 수치다. 환경부 등은 이런 조사 결과에 대해 분석 방법 등에서 신뢰성 문제가 있다며 부인하고 있다.
이형탁 기자환경단체는 이명박 정부 후 윤석열 정부에 이르기까지 3차례나 정권이 바뀌었으나 4대강 문제를 이처럼 수문을 열지 않거나 보를 철거하지 않는 등 사실상 방치하고 있기 때문에 매년 도돌이표처럼 낙동강에 녹조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를 열어서 재자연화를 해야만 녹조가 사라지며 자연과 국민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날 김해 대동선착장에서 열린 낙동강 현장 조사 기자회견 자리에서 "강이 더이상 강이 아닌 상황이 되고 강물로 기른 농작물과 이 물을 끌어다 만든 수돗물에서 녹조 독소가 검출됐다는 것은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환경재난"이라며 "낙동강의 수문을 열어 강을 흐르게 해서 녹조 환경재난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와 관련해 주로 기상 여건으로 인해 녹조가 발생하는 것이며, 여기에 포함된 독성 물질은 고도 기술로 정수처리 돼 국민이 마시는 물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