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7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인천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2차 지역순회 경선이 열린 제주와 인천에서도 이재명 후보가 압도적인 표 차이로 앞서면서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굳어지고 있다. 한참 뒤에서 추격 중인 박용진·강훈식 후보는 일정 부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제주·인천서 74.15%…박용진 20.88%·강훈식 4.98%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최고위원 후보자들이 7일 인천 남동구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8.28 전당대회 지역 순회 경선 인천지역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청래, 윤영찬, 고영인, 고민정, 박찬대 최고위원 후보, 이재명, 박용진, 강훈식 당대표 후보, 장경태, 서영교, 송갑석 최고위원 후보.국회사진취재단
8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후보는 제주·인천에서 권리당원 득표율 합산 74.15%(3만3344표)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했다. 2위 박 후보는 20.88%(9388표), 3위 강 후보는 4.98%(2239표)였다. 이 후보는 자신의 지역구가 있는 인천에서 75.4%, 제주에서 70.48%의 득표율을 얻었다.
앞서 첫번째 경선 투표 지역인 강원·대구·경북에서도 이미 독주 체제가 형성된 바 있다. 이 후보는 권리당원 득표율 합산 74.81%(1만5528표)로 압승을 거뒀다. 2위 박 후보는 20.31%(4215표), 3위 강 후보는 4.88%(1013표)를 기록해 큰 차이가 났다. 이 후보는 각각 강원 74.09%, 경북 77.69%, 대구 73.38% 등 세 지역 모두에서 70% 득표율을 넘었다.
이 후보가 강원·대구·경북·제주·인천 지역에서 두 후보를 과반이 넘는 차이로 따돌리면서 어대명 기류가 확정됐다는 분위기가 감돈다. 국민 여론조사에서도 상당한 지지를 받아왔는데 권리당원의 지지까지 압도적이라는 점을 확인하면서 친이재명계 측은 한껏 고무된 상황이다.
행사 종료 후 이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지지해 감사할 따름이다"면서도 "아직 개표 초반이고 특히 권리당원 외에 대의원 투표, 일반 국민 여론조사가 남아있기 때문에 결과를 낙관하지는 않는다"고 겸손한 태도를 유지했다.
'저조한' 박용진·강훈식 비상…단일화 논의 '촉각'
국회사진취재단예상보다 큰 차이로 뒤처지는 박 후보와 강 후보는 선거 전략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당초 박용진 후보는 이 후보에 대한 공세를 가하면서 1:1 대결구도를 만들기 위해 애써왔다. 이 후보를 자극하기 위해 발언 수위도 끌어올렸다. 그는 이 후보의 인천 계양을 공천에 대해 "지금 민주당에는 해명과 결과에 대한 책임이 없다"며 "왜 이재명 후보는 아무런 해명이 없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나"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강훈식 후보는 두 후보와 거리를 두고 포용론을 어필해 왔다. 강 후보는 "이재명은 이래서 밀어내야 하고 박용진은 저래서 쳐내야 한다면 민주당은 도대체 누구와 함께한다는 건가"라며 "검찰의 표적이 된 이재명을 외롭게 두지 않고 소신파 박용진이 소외되지 않게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제3의 대안이 되겠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여론이 잠잠하면서 새로운 선거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문제는 반전카드로 사용할 수단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수면 아래로 잠들어 있던 단일화 카드를 다시 띄워 분위기를 환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어대명 기류가 굳어지는 상황에서 분위기를 환기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현재까지 치러진 권리당원 표의 비중이 크지 않고, 친문계 입김이 강한 대의원 투표까지 남아있어 전략적 변화를 도모해볼 만하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이 후보의 표가 압도적으로 많이 나오는 상황에서 단일화가 승부수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강하다. 지지율 격차가 너무 커 단일화 바람이 탄력을 받기 힘들 것 같다는 관측이 상당해서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단일화 카드까지 썼는데 어대명 분위기에 묻혀버리면 오히려 회생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차라리 완주하면서 이번 기회에 정치인으로서 본인의 이름을 알리려는 계산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박 후보와 강 후보 모두 단일화에 크게 적극적이지 않고, 이미 경선 투표가 진행돼 사표가 발생했다는 점도 단일화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최고위원도 친명계 싹쓸이…전원 당선권
고불어민주당 당대표, 최고위원 후보자들이 7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인천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정청래, 윤영찬, 고영인, 고민정, 박찬대 최고위원 후보, 이재명, 박용진, 강훈식 당대표 후보, 장경태, 서영교, 송갑석 최고위원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최고위원 투표에서도 친명계가 높은 투표율을 얻으며 약진하고 있다. 총 5명의 위원이 당선되는데 고민정 후보(22.24%)를 제외하면 4명의 친명계 정청래(28.40%), 박찬대(12.93%), 장경태(10.92%), 서영교(8.97%) 후보 모두 당선권이다.
앞서 강원·대구·경북 지역에서도 정청래 후보가 29.86%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고민정 후보가 22.50%, 박찬대 후보 10.75%, 장경태 후보 10.65%, 서영교 후보 9.09% 순으로 5명 안에 들었다. 6위는 윤영찬 후보 7.83%, 7위는 고영인 후보 4.67%, 8위는 송갑석 후보 4.64% 등으로 집계됐다.
이재명 사법리스크 여전…'李 방탄용' 당헌 개정 논란에 '재점화'
한편 이 후보에 대한 사법리스크가 꾸준히 제기된 가운데, 최근 '이재명 방탄용' 당헌 개정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개정 논란과 함께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도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향후 투표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민주당 당헌 제80조는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친명계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향후 검찰의 기소로 이 후보의 당 대표 직무가 정지될 것을 우려해 개정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개정 요구 청원서에는 권리당원이 7만명 가까이 동의했다. 5만명이 넘으면 지도부가 30일 내에 답변해야 한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합동연설회에서 "개인의 위험이 당의 위험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당헌 80조 개정에 결연히 반대한다"며 "민주당이 더 극심한 사당화 논란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 후보도 "전당대회 직전에 특정 후보의 당선을 전제로 제기된 문제라는 점에서 '특정인을 위한 당헌 개정'으로 보일 우려가 충분히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