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장으로 들어가는 국민의힘 이양희 윤리위원장. 연합뉴스'1호 혁신안'으로 공천심사권까지 일부 이양 받으며 위상이 올라가게 된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를 두고 당내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윤리위의 권한과 독립성을 강화해 당내 사법기구로서의 역할을 다하게 하겠다는 취지지만, 비대해진 권한에 대한 견제 수단이 없다는 우려다. 여기에 당과 반대 목소리를 낸 권은희 의원에 대한 윤리위의 징계절차 개시를 두고 "당내 정치의 사법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일며, 이준석 전 대표의 징계 때부터 존재감이 커진 윤리위를 둘러싼 논란은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23일 기자들과 만나 윤리위의 권한 강화를 골자로 한 혁신위원회의 1호 안에 대해 "공천관리위원회가 공천 때마다 독선적으로 전횡해 공천 대란이 일어난 측면이 있다는 반성적 차원"이라며 "전반적으로 윤리위원회 권한 강화가 들어가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혁신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앞서 혁신위는 전날 공천관리위원회의 '후보자의 부적격 심사' 권한을 분산해 윤리위원회로 부여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공천관리위원회에 일원화됐던 권한을 윤리위로 이양해 견제와 균형을 맞추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윤리위원회를 당의 '사법기관'으로서 역할과 위상을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내놨다. 윤리위원장 임명을 최고위원회의 의결과 상임전국위원회의 추인을 받는 방식으로 바꾸고, 임기도 당 대표의 임기(2년)보다 긴 3년 단임으로 바꿔 독립성을 높이겠다는 방안이다.
이와 함께 혁신위는 윤리위원의 자격요건도 △대학이나 공인된 연구기관에서 부교수 이상으로 10년 이상 있거나 있었던 사람 △판사‧검사‧변호사 등 법조인으로 10년 이상 경력이 있는 사람 △국가 고위공무원에 속하는 사람 등으로 강화하는 안을 내놨다. 이같은 안이 비대위를 거쳐 통과되면, 윤리위원회는 당원들에 대한 징계처분을 심의‧의결하는 기존 권한과 더불어 공천에까지 영향을 행사하는 권력기구로서 자리매김하게 된다.
하지만 혁신위의 '윤리위 권한 강화'가 발표된 지 약 5시간 만에 같은 장소에서 발표된 윤리위의 권은희 의원에 대한 징계 절차 개시 통보는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날 윤리위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탄핵해야 한다는 등 경찰국 신설과 관련해 당과 반대되는 주장을 해 온 권 의원에게 징계 절차를 개시했는데, 곧바로 윤리위가 의원들의 개인 의견까지 제약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권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리위원회는 국회의원의 헌법과 양심에 따른 국회 활동을 징계 대상화했다. '윤리참칭위원회'가 돼 정당정치를 희화화시키고 있다"며 "윤리위원회 '본캐'(본래 캐릭터)가 국정운영의 장악력을 위해 당정관계를 수직적으로 설정하는 것임을 드러낸 무모함"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조해진 의원은 페이스북에 "헌법기관이자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정치적 견해에 대해 당내 기구인 윤리위가 징계를 통해 재갈을 물리고 족쇄를 채우는 것은 민주주의와 정치적 자유에 반하는 행위"라며 "윤리위의 과잉, 월권적 개입은 정치의 본령을 축소시킬 뿐만 아니라, 당내에 정치의 사법화를 심화시키는 퇴행적 형태"라고 말했다. 천하람 혁신위원도 라디오에서 "권 의원이 여당 의원으로서 국무위원에게 탄핵을 언급하고 경찰국에 반대는 것들이 좋아 보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연 징계까지 할 일인가"라고 반문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자유 중시 기조에서 벗어나는 윤리위부터 오히려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윤리위원회가 이준석 사태 이후 연일 뉴스의 중심에 서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지금도 당 대표를 내쫓을 만큼 막강한 윤리위가 더 권한이 비대해져 당내 또 다른 권력이 될 수 있다"며 "특히 정치인의 발언에 대해 징계하는 것은 최소화해야 하는데, 윤리위가 입장문까지 내며 정치인들의 입단속을 경고하는 게 바람직해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혁신위가 꺼내든 '윤리위 강화 개혁안'이 차기 지도부에서 온전히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차기 지도부 입장에서 통제할 수도 없고 심지어 공천권까지 나눠 갖는 윤리위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혁신안 채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