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아트원컴퍼니 사무실에서 댄스 콘서트 '희노애락 2' 기획자 김은하 대표를 만났다. 아트원컴퍼니 제공20대 초반 데스크 매니저라는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업계에 발을 들인 이후 20년 동안 '춤'이라는 한 길을 걸었다. 수많은 댄서와 소통하면서, 이들의 이야기를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 무대에 올리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고 결국 실현했다. 지난해 11월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린 댄스 콘서트 '희노애락'은 전회 전석 매진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지난해 공연으로 '테마가 있는 댄스 콘서트'의 가능성을 확인한 아트원컴퍼니가 '희노애락' 시즌 2로 돌아왔다. 이번 시즌 2는 여러 가지 면에서 두루 업그레이드됐다. 김문정 음악감독 아래 25인조 오케스트라와 댄서들이 협연하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아이돌-코레오-힙합-비보이-팝-락킹-크럼프-하우스-왁킹-탭댄스 등 다채로운 장르만큼이나 라인업도 한층 화려해졌다. 스케일이 커진 만큼 공연장도 더 커졌다.
댄스 콘서트 '희노애락 2'를 기획·제작한 아트원컴퍼니 김은하 대표를, 지난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아트원컴퍼니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대표는 '희노애락'이라는 댄스 콘서트를 구상하고 선보이게 된 계기부터 공연의 특색과 강점에 관해 풍성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20년 동안 여러 댄서를 만나면서 가지각색의 이야기를 들었다는 김 대표는 이들의 '드라마'를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세상이 기회를 주지 않아도 기회를 만들 줄 알고, 너무 열악한 상황에서도 너무나 열심히 하는, 그래서 늘 행복해 보였던" 이들의 반짝반짝한 순간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다는 게 요지였다.
오는 23~25일 사흘 동안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열리는 댄스 콘서트 '희노애락 2'. 아트원컴퍼니 제공코로나19가 극심했던 2020년, 공모 사업에 지원했던 게 성사된 덕에 아이디어로만 남지 않고 실제 공연으로 올릴 수 있었다. 저스트절크 등 8개 댄스팀이 참여한 첫 공연은 '춤을 직업으로 선택한 이들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펼쳐졌다. 남성 아이돌 그룹 SF9의 메인 댄서 유태양도 스페셜 세션으로 힘을 보탰다. 전회 전석 매진이라는 좋은 성과를 거두었고, 이는 다음 단계로 가는 디딤돌이 됐다.
"잘하는 친구들 몇 팀이 순서대로 하는 발표회가 아니라, 그들의 드라마를 이어서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라고 운을 뗀 김 대표는 "사실 사이즈가 조금만 커져도 힘들긴 하다. 저희가 맨땅에 헤딩하는 장르라서 저 또한 겁없이 시작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연출도, 음악 감독도, 모두 이 공연에 녹이려는 '가치'에 집중하다 보니까 은연중에 스케일도 커진 것 같다"라고 부연했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바로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다. 댄스 콘서트에서 오케스트라 협연을 진행하는 건 '희노애락 2'가 국내 최초다. 뮤지컬 '영웅' '마리 앙투아네트' '레베카' '모차르트!' 등 다수작품을 담당한 김문정 음악감독과 아티스트 크루 '더 피트'(THE P.I.T)가 뭉쳤다.
김 대표는 "더 피트도 (기존에) 하지 않거나 할 수 없던 걸 하려고 하는, 혁신적인 생각을 하는 팀이다. 더 피트 대표님이 오케스트라 버전의 댄스 콘서트가 가능한지 제안해서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는 음악이 좀 더 클래식하고 중후하게 나올 수 있어서, 춤과 음악이 잘 어우러지지 않으면 오히려 지루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
왼쪽부터 김문정 음악감독, 더 피트 오케스트라. 더 피트 제공김 대표는 "뒤에는 오케스트라가 있고, 앞에는 댄서들이 있는 건데 가장 중요한 건 '융합'이다. 서로 어우러진다는 느낌이 있어야 한다"라며 "더 피트 팀 자체도 원체 춤을 좋아한다. 문정 감독님도 팀원들도 (분위기에 맞춰) 율동이라도 할 수 있고 그러면 너무 재밌겠다고 하더라. 댄서들도 고유한 스타일 안에만 자기를 가두기보다 뭔가 열어가고 싶었던 것 같다. 덕분에 서로 마찰 없이 '즐거운 공연'을 위해 힘을 합쳤다"라고 밝혔다.
'희노애락 2' 공연의 주제는 '길'(The road)이다. 현재의 나는 어떤 길을 선택했고 어떻게 걸어왔으며 어떤 길을 만들어왔는지, 앞으로는 어떤 길을 만들어갈지 등을 각자의 스타일대로 풀어나갈 예정이다. 라인업 초반부는 '현재의 길', 후반부는 '앞으로 나아갈 길'을 주제로 무대를 꾸민다. '희노애락'이라는 주제에 맞는 댄스 음악을 활용하고, 되도록 대중적인 음악을 녹여 친근하게 다가가도록 했다. 업계에서도 내로라하는 음향팀 아트믹스가 함께한다.
라인업도 업그레이드됐다. 아이돌-코레오-힙합-비보이-팝-락킹-크럼프-하우스-왁킹-탭댄스까지 방대한 장르를 아우른다. SF9 유태양, 2AM 조권과 같은 유명 아이돌에서부터 제이블랙&마리(코레오), 레이디 바운스(힙합), Q.M(팝), 립스티컬 펑크(락킹), B.O.T.B 크루(크럼프), HIGGS(하우스), 커밍아웃(왁킹), 김상권(탭댄스) 등이 출연한다. 국내 3대 비보이 크루로 꼽히는 진조크루, 갬블러크루, 리버스크루도 '희노애락 2'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첫 시도였던 만큼, 김 대표는 지난해 공연에 관해 무대 제작 완성도나 기획력이 약했다고 바라봤다. 가장 걱정했던 반응은 '아이돌 파트는 재미있는데 다른 건 어렵고 지루했다'였으나, 다행히 관객들은 무대에 선 댄서들의 이름을 기억해주는가 하면 '이렇게 잘하는 댄서들이 많은지 몰랐다' 등 좋은 반응을 보냈다.
아트원컴퍼니 김은하 대표. 아트원컴퍼니 제공"댄서들의 열정과 가치를 보여주면 관객들에게 삶에 대한 에너지를 주고 살아가는 데 충분히 동기부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저는 춤이 많은 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누군가의 춤을 보고 내 가슴이 뛰기만 해도 공연은 메시지를 잘 전달했다고 생각해요. (…) 삶에 관한 열정과 본인의 순수한 의지를 충분히 담아냈을 때요. SF9 유태양씨가 춤을 사랑해서 춤을 추는 게 팬들에게 선물이 되는 것처럼, 저희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면 동기부여가 되잖아요? 댄서들의 생존력, 생명력을 작품화하고자 했던 게 (공연을 시작한) 계기 같아요. (관객들이) 재미있게 소리 지르고 웃고 울다 가면 좋지 않을까요."
6개월 동안 200여 명의 스태프가 큰 트러블 없이 합을 맞춰왔고, 오는 23일부터 사흘 동안 그 노력의 결과물을 공개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퍼포먼스를 전부 다 창의적으로 준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다들 원래 가진 것보다 새로운 걸 보여드리려고 애쓰고 있으니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라며 "(사흘 공연을 전부 예매해서) 다들 3번씩 보셨으면 좋겠다. 돈이 아깝지 않은, 누구나 와도 되는 공연으로 만들고자 상당히 애썼다"라고 강조했다.
"수많은 인원이 이 공연만을 위해 단합하고 있어요. 이 조합은 아마 다시 볼 수 없을 거예요. 사흘 내내 공연을 보면 할인 혜택도 있어요. 화려한 색채를 가진 퍼포먼스에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관객들과 같이 호흡할 수 있는 즐거운 공연이 되리라고 자신합니다."댄스 콘서트 '희노애락 2'는 오는 23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열린다. 공연 분량은 100분이며 예매처는 인터파크 티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