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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BTS 여론조사'라니, 연예인 병역이 방송 경연 프로인가?



칼럼

    [칼럼]'BTS 여론조사'라니, 연예인 병역이 방송 경연 프로인가?

    용서안되는 병역비리, 칼 같은 형평성에서 시작
    병역을 인기투표로 결정하다니
    운동선수와 연예인 병역면제는 기본적으로 달라
    병역의무 신성함을 수호해야 할 국방장관의 가벼운 처신
    누군가에게는 병역특례지만 누군가에게는 병역기피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빅히트뮤직 제공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빅히트뮤직 제공
    대한민국 정치인과 프로스포츠 선수, 연예인들에게 성추문과 음주운전, 폭력, 허위 경력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순간은 폭풍처럼 비난이 쏟아지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망각의 강물을 타고 돌아온다.
     
    다만 예외가 있으니 바로 병역이다. 병역 비리만큼은 도무지 용서가 안된다.

    스티브 유. 연합뉴스스티브 유. 연합뉴스
    스티브 유로 불리는 유승준은 연예계 복귀는 커녕 국내 입국조차 안되고 있다.
     
    군대를 피해 해외를 전전했던 프로축구 선수 석현준은 결국 처벌을 감수하고 국내 입국을 결심했고 국제대회 금메달로 어떻게든 병역면제를 받으려고 30세가 되도록 버틴 프로야구 오지환 선수는 훌륭한 기량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주홍글씨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대한민국 남성에게 병역은 시지프스의 돌처럼 피할 수 없는 짐이다.

    병역을 둘러싼 논란은 그 돌을 누구나 공평하게 짊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시작된다.
     
    BTS(방탄소년단)의 병역 문제가 국회까지 넘어왔다. 국민의 힘 성일종 의원과 민주당 설훈 의원 등 여야 일부 의원들이 'BTS가 군대에 가야하는지' 여론조사로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통화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통화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방부 장관까지 논란에 참여했다. 이종섭 국방장관은 지난 31일 국회에서 "여론조사를 빨리 하자고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연예인의 병역을 여론조사로 결정한다는 소식에 2030 청년들은 물론 많은 국민들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정인의 병역을 여론조사 찬반으로 결정한다는 단순한 해결방식이 어이없고 제도화할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병역을 한낱 가요 방송 경연 프로그램쯤으로 여기는 것 아니냐?"는 반응들이 많다.

    연예인에 대한 여론조사는 인기투표의 성향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2년 전 BTS 병역특례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찬반은 46% 대 48%로 엇비슷했지만 최근인 지난 4월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찬성이 59%로(반대 33%)보다 훨씬 높았다.

    BTS(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제공BTS(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제공
    그러나 여론조사는 조사하는 방식과 시점에 따라 변수가 많기 때문에 객관성과 일관성에 논란이 많다.

    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여론조사의 맹점은 누가 설계하느냐, 어떻게 물어보느냐, 전후 질문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므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설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안규백 의원도 "BTS가 대중예술로 국위를 선양한건 사실이지만 대학에서 공부한 청년이나 농촌의 농사짓는 청년, 방산업체에서 근무하는 청년도 다 국위 선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조차 의견이 모아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인구절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한민국은 병역자원이 부족해져가고 있는 시점이다.

    공정과 형평성인 핵심인 병역의무를 국위선양에만 맞춘다면 누구는 군대를 가고 누구는 가지않는 심각한 형평성과 위헌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석현준·오지환. 연합뉴스석현준·오지환. 연합뉴스
    운동선수는 나이에 따른 전성기가 지나면 기량이 현격하게 떨어지지만 연예인은 나이를 들어도 활동을 하는데 지장이 없다.

    이런 차별성과 논란을 모두 외면하고 특정인을 위한 특례를 만들 경우 위인설법, 위인조사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국방부는 "국방부가 주도해 여론조사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다가 "여론조사를 할 계획이 아예 없다"고 태도를 바꿨다.

    이와 관련한 국민의 정서도 알지 못하고 "BTS의 병역을 여론조사 결과로 판단하겠다"는 이종섭 국방장관의 발언은 경솔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국방과 병역의 사령탑인 국방장관이 병역의무의 신성함을 지키기 보다 면제 논리에 적극 뛰어드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연합뉴스연합뉴스
    BTS의 국위선양 기여도는 새삼 되짚을 필요 없이 전국민이 인정하는 사실이고 해외에서도 멤버들의 병역 이행에 관심이 높다.

    BTS 멤버 중 가장 생일이 빠른 진(30)의 병역 연기 기간은 연말까지다.

    국방부로서는 어떻게든 결론을 내려야하는 시점이다.

    반드시 면제가 아니더라도 BTS의 병역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다.
     
    운동 선수들의 상무 부대처럼 군 복무를 하면서 연예활동을 할 수 있다.

    다만, 인기투표나 다름없는 여론조사로 특정인의 병역특례를 결정한다는 말만큼은 더 이상 나오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국민개병제 국가에서 병역면제는 누군가에게는 병역특례지만 누군가에게는 병역기피로 해석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접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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