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대북제의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8일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을 개최할 것을 북한에 공개 제의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 룸에서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 개최를 제의하는 통일부 장관 담화를 발표했다.
권영세 장관은 담화에서 "정부는 언제든 어디서든 어떤 방식으로든 이산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면 모든 노력을 기울여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며, "남북당국 간 회담을 개최하여 이산가족 문제를 논의할 것을 북한 당국에 공개적으로 제의 한다"고 말했다.
권영세 장관은 "남과 북의 책임 있는 당국자들이 빠른 시일 내에 직접 만나서 이산가족 문제를 비롯한 인도적 사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정부는 열린 마음으로 북한과의 회담에 임할 것"이고, "회담 일자, 장소, 의제와 형식 등도 북한 측의 희망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영세 장관은 "한 달에만 이산가족 400여 분이 세상을 떠나고, 남아계신 4만 여분도 80~90대의 고령"이라면서, "남북당국이 아픈 현실을 솔직하게 대면해야 한다. 이산가족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지기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장관은 특히 "과거와 같은 소수 인원의 일회성 상봉으로는 부족하다"며, "당장 가능한 모든 방법을 활용하여 신속하고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지난 7일 황해도 벽성군 출신의 이산가족 이종원(84)씨를 방문해 위로하며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통일부 제공북한이 회담 제의를 무시하거나 비난할 경우 대응 방안에 대해 권 장관은 "지속적으로 제안해 나갈 것"이라며, "저희로서는 반드시 필요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북한에 대해서 문을 두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장관은 다만 이산가족 남북회담 성사를 위한 유인책으로 북한에 쌀을 지원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이런 인도적 문제에 대해서 특별한 유인책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이산가족 문제는 인도적인 문제기 때문에 북한도 반드시 호응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권 장관은 이산가족 문제가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는 "이산가족 문제는 담대한 구상과 병행되는 문제이다. 담대한 구상은 담대한 구상대로 가고 또 이산가족 문제를 포함해서 인도적 문제는 인도적 문제로 가서 서로 간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의 수단적인 관계이거나, 선행하고 후행하는 그런 관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권 장관은 특히 남북경색 국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산가족 남북대화를 제의한 배경과 관련해 "이산가족 문제는 추석 계기에 가장 절실한 문제라고 생각해 대화를 제의한 것"이라며, "남북관계와 이산가족 문제 간에 선후관계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산가족 대화 제의를 통해 다른 남북문제가 함께 풀릴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제안한 것은 윤석열 정부 출범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정권수립 74주년(9·9절)을 맞이해 지난 6일 중앙노동자회관에서 시, 노래모임 '심장을 바치자 어머니 조국'이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7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다만 북한이 권영세 장관의 회담 제의에 호응할지는 불투명하다.
북한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8월 18일 담화에서 "(남북이)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라면서, "담대한 구상으로 안 된다고 앞으로 또 무슨 요란한 구상을 해가지고 문을 두드리겠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발언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을 포함한 각종 남북대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됐다.
남북분단이 70년을 넘어가고 이산가족들의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현재 이산가족문제는 매우 절박한 상황이다.
지난 2018년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마지막 날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 및 공동중식을 마치고 버스에 오른 북측 가족들이 남측 가족들과 헤어지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통일부에 따르면 2022년 8월 말 기준으로 정부에 이산가족 찾기를 신청한 사람 중 현재 생존해 있는 사람은 4만 3746명으로, 평균 연령이 82.4세에 이른다. 이 중 29.4%인 1만 2856명이 이미 90세를 넘었다. 지금과 같은 남북경색이 계속되면 생전에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보지 못하고 생을 마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얘기이다.
게다가 권영세 장관이 언급한대로 한 달 평균 400여 명의 이산가족 생존자들이 숨을 거두는 상황이다.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8월 말까지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했으나 사망한 신청자 수는 2504명인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