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박종민 기자금리 인상 본격화로 이자 부담이 급증하면서 부동산 심리가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6억 원 이하 저가 아파트가 수도권 부동산 거래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신고건수는 모두 520건으로 조사됐다. 1년 전인 지난 9월 신고 건수(2801건) 대비 18% 수준으로 거래량이 급감한 것이다. 이중 6억 원 이하 주택 거래건수는 254건으로 전체의 48%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 서울 아파트 거래(2801건) 중 22%(625건)가 6억 원 이하였던 점과 비교하면 6억 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지난달 인천 아파트 실거래가 신고 건수도 718건으로 지난 9월(2255건)보다 급감했지만 6억 원 이하 거래 비중은 높아졌다. 지난달 인천 아파트 거래 중 90%(651건)이 6억 원 이하 아파트였다. 지난 9월에는 인천 아파트 거래(2255건) 중 84%(1903건)이 6억 원 이하 아파트였다.
지난달 경기 아파트 실거래가 신고 건수도 2443건으로 지난해 9월(10431건) 대비 23% 수준으로 급감했다. 다만 6억 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서울과 인천처럼 높아졌다. 지난달 경기 아파트 거래 중 84%(2054건)이 6억 원 이하였다.
경매 시장에서도 감정가 6억 원 이하 저가 주택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진행된 서울 아파트와 주상복합 경매물건 중 감정가 6억 원 이하 물건의 매각가율은 94.6%로 집계됐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인 매각가율은 해당 물건에 대한 인기를 가늠하는 하나의 지표다. 응찰자가 몰릴수록 낙찰가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감정가 6억 원 초과 9억 원 이하 물건의 매각가율은 85.9%였고, 9억 원 초과 15억 원 이하 물건의 매각가율은 82%였다.
지난달 진행된 인천 아파트와 주상복합 경매에서도 감정가 6억 원 이하 아파트와 주상복합의 매각가율은 80.1%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감정가 6억 원 초과 9억 원 이하 물건의 매각가율은 75.8%였고, 9억 원 초과 15억 원 이하 물건의 매각가율은 71.1%였다.
지난해만해도 경매로 주택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취득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응찰자가 몰리면서 매각가율이 100%를 넘기는 사례가 빈번했지만 최근 금리 인상 기조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집값 고점 인식까지 맞물려서 낙찰가율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낙찰가율 하락세 속에서도 감정가 6억 원 이하 주택들이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가속화로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이 급증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아 이자 부담이 덜한 주택에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보다 상대적으로 이율이 낮은 서민 대상 정책금융상품인 '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 주택이 6억 원 이하인 점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된다.
투미부동산컨설팅 김제경 소장은 "금리가 급격하게 인상되면서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 대출을 받는 것) 투자는 어려워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금액대가 낮은 주택들이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크게 올랐던 고가 주택의 하락폭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지역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상대적으로 저가이면서 상승폭이 크지 않은 주택들이 거래된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