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대한축구협회 제공"사실 월드컵은 축제잖아요."
손흥민(30, 토트넘 홋스퍼)은 처음 출전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마지막 경기가 끝난 뒤 펑펑 울었다. 생각보다 월드컵이라는 무대에 대한 부담이 컸기 때문. 그리고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는 "월드컵은 무서운 무대"라고 말했다. 어느덧 세 번째 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손흥민이지만, 월드컵은 여전히 두려운 무대다.
손흥민은 20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월드컵이라는 무대는 항상 두려운 무대다. 우리보다 잘하는 상대들이 나온다. 온 국민들, 또 각자의 나라에서 월드컵이라는 무대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알기에 두려운 무대인 것은 사실"이라면서 "아무나 나갈 수 있는 무대는 아니다. 나도, 선수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여전히 부담스럽고, 두려운 월드컵. 손흥민은 후배들에게 조언을 건넸다. 조언은 간단했다. 즐기라는 조언이었다.
손흥민은 "사실 월드컵은 축제다. 한국의 축제일 수도, 전 세계 팬들에게도 4년에 한 번 오는 축제일 수도 있다"면서 "실질적은 목표도 이야기하겠지만, 그걸 이루기 위해서는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월드컵을 두 번 뛰어봤는데 부담감으로 인해 경기가 반대로 흘러가는 것도 직접 체험했다.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하고 싶은 것을 다하고 올 수 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제 월드컵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당연히 부상이다. 9월 A매치 2연전을 치르면 다시 토트넘으로 돌아가 프리미어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 월드컵을 신경쓰느라 몸을 사릴 수는 없다.
손흥민도 "어쩔 수 없이 조심하게 된다. 다들 그럴 것"이라면서 "축구는 상당히 위험한 스포츠다. 그런데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고, 축구 선수라는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경기장에 들어가면 승부욕이 컨트롤 안 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월드컵을 앞두고 부상에 신경을 쓰고 있다. 하루에 말도 안 되는 시간을 투자해서 매일 관리를 하는 이유가 이런 것 하나하나가 월드컵, 시즌을 책임지기 때문"이라면서 "월드컵 뿐 아니라 매 경기 건강한 모습으로 있어야 내가 좋아하는 축구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장으로서 첫 월드컵이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잠시 주장 완장을 찼지만, 본격적인 캡틴으로 활약한 것은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후다. 4년이라는 시간이지만, 손흥민은 아직 주장 완장이 조금은 어색한 눈치였다. 물론 주장의 역할은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다.
손흥민은 "지금까지 주장 역할을 했는데 아직도 주장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팀을 잘 이끌고 있는지 궁금하다. 사실 내가 좋은 리더십을 가진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선수들이 잘 따라와줘 이런 팀을 구성할 수 있었고, 팀이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면서 "모든 선수가 각자 잘하는 것을 뽑아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내 역할인 것 같다. 나도 경기장에서 해야 할 일이 있지만, 선수들이 능력치를 뽑아내고, 마음을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최근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선배들의 경우를 보면 어쩌면 손흥민에게도 마지막 월드컵일 수 있다. 하지만 손흥민은 당장의 월드컵만 바라보고 있다.
손흥민은 "일단 이번 월드컵을 잘 치르고 생각해야 할 것 같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몸 관리를 잘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내가 실력이 안 되면 대표팀에 못 온다"면서 "벌써 다음 월드컵을 생각하기보다는 다가오는 월드컵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