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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B컷]국보법은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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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법정B컷]국보법은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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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3년 전 11월, 홍콩과기대생 차오츠록이 송환법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 중 추락사했습니다. 홍콩시민들 사이 시위 열기는 들불처럼 번져갔습니다. 중국 정부는 "홍콩 정부가 기본법(헌법) 23조가 규정한 입법을 완수하지 않았고, 국가안보에 관한 어떤 기구도 설치하지 않았다"고 격분합니다. 이후 홍콩 기본법 23조를 거론하면서 홍콩 자치정부가 "국가를 배반하고 분열시키며, 반동을 선동하고 중앙 인민정부를 전복하며, 국가기밀을 절취하는 행위" 등을 금하는 법을 제정토록 했습니다. 기본법 23조는 홍콩의 자주 입법(自主 立法)을 규정한 법으로, 한마디로 중국 정부는 홍콩에 국가보안법 제정을 재추진하라고 한 것입니다. 이듬해 홍콩 국가보안법은 시행됩니다.

    물론 중국의 국가보안법과 우리 국가보안법을 단선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분단국가니까요. 하지만 또다른 차이점도 있습니다. 우리는 자유민주국가고, 중국은 아닙니다. 분단국가인 동시에 자유민주진영에 속한 대한민국에서 국가보안법은 어떤 의미인지, 헌법재판소가 여덟번째 답을 내놓아야 합니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두가지 다른 방법

    지난 15일 헌법재판소에서 국보법 7조(1·3·5항) 등의 존폐를 두고 첫 공개변론이 열렸습니다. 연합뉴스지난 15일 헌법재판소에서 국보법 7조(1·3·5항) 등의 존폐를 두고 첫 공개변론이 열렸습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헌법재판소에서 국보법 7조(1·3·5항) 등의 존폐를 두고 첫 공개변론이 열렸습니다.  2017년 수원지법과 2019년 대전지법이 낸 국보법 위헌 제청과 개인이 낸 헌법소원 등 11건이 병합돼 심판대상에 오른 건데, 국보법이 헌재 심판대에 오른 것은 여덟번째입니다.

    국보법 제7조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4시간 넘게 이어진 공개변론에서 쟁점은 청구인 측과 이해관계인(법무부)은 △이적표현물 소지만으로 처벌 가능한가 △사상의 검증 매커니즘에 걸러질 수 없는가 △오남용 여부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습니다.

    2022. 9. 15 헌법재판소 공개변론 中
    청구인 측: 양심을 형성의 자유와 실현의 자유로 나눠보겠습니다. 형성의 자유는 내면에 절대적으로 기본되는 기본권이지만, 실현의 자유는 법률에 의해 제한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현할 수 없는 양심과 사상은 온전히 형성될 수 없습니다. (중략) 국보법 7조는 내면의 영역까지 처벌 대상으로 삼습니다. 7조 1항은 말뿐만 아니라 비언어적 표현, 즉 몸짓 등도 처벌합니다. 대법원은 어떤 판결에서는 박수나 경례가 비언어적 표현에 해당된다고 판시하고, 어떤 판결에서는 아니라고 판시합니다. 그런 데다 박수나 경례 등 몸짓은 말과 글처럼 정확한표현이 아닙니다. 처벌가능한 구체적 사건에서 행위자가 어떤 특정한 몸짓을 했는지 내면 의사를 주관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법무부 측: 표현의 자유는 다른 모든 자유를 보장하는 근간입니다. 사상·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민주사회의 기초이자 본질적 요소입니다. (중략) 그런데 위험이 명백하고 현저하면, 우리 헌법상의 내란과 선전·선동죄 구성 요건으로 해석됩니다. 현존성이 없으면 내란에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양측 모두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법무부 측은 명백하고 현저한 위험을 내포한 표현이라면 국보법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본 반면, 청구인 측은 그런 표현이라 하더라도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며 현존하는 형법 체계 안에서 처벌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다를 뿐입니다.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 가인 김병로 선생 역시 이같은 맥락에서 국가보안법을 폐지되어야 할 법률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지금은 21세기입니다. 초대 대법원장 김병로 선생의 생각처럼 국보법은 옥상옥과 다를 바 없는 법이고 오용된 측면이 큰 법이기도 하지만, 선생이 살던 시대에는 인터넷도, 딥페이크 기술도 없었습니다. 이적 표현의 전파 속도나 깊이, 설득력이 현격하게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2022. 9. 15 헌법재판소 공개변론 中
    이석태 재판관: 청구인 측 대리인은 사상의 자유시장은 어떠한 불온한 사상이라고 하더라도 즉각적 결과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수용되거나 숙고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민주주의를 공격하는 것에 대해서는 민주주의를 적극적으로 수호해야 한다는 방어적 민주주의 이론에 따라 불가피한 제한이 필요하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떠한 입장인가요?

    청구인 측: 방어적 민주주의 개념 자체가 헌법 정신에 어긋나지 않게 해석되어야 하고, 기본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용인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국보법 7조는 너무 자의적이기 때문에 위헌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석태 재판관: 이해관계인(법무부)의 주장처럼 사상의 검증 매커니즘만으로 해소가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이해관계인은 사상의 검증 매커니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입니다.

    법무부 측: 사상의 검증 매커니즘은 당연히 존중하지만 어떤 사상이냐가 중요합니다. 사상이 국가의 안전과 자유민주주의의 존립을 흔들면,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위협하는 것으로 직결되면 이를 국가가 제한하여 헌법 가치를 수호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중략) 단순히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서 표현물을 만드는 것은 전혀 제한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사상 전체를 국가가 제한기 위해 국보법이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방어적 민주주의'는 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 그 체제를 무너뜨리려는 사상은 제한될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냉전 시대에 꽃피운 이론으로, 이 논리라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사회를 지키기 위해 적을 살해할 수도 있고 심지어 엄격한 조건 하에서 고문도 가능합니다. 미국이 자국령 밖인 관타나모에서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사람을 붙잡아 고문했던 것도 이 논리를 근거로 합니다.

    어떤 종북 표현이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 걸러지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마냥 기우는 아닙니다. 우리는 가짜뉴스가 선거판을 휩쓸고 승패를 사실상 바꾼 것을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2016년 미국 대선이 그랬습니다. '방어적 민주주의'가 여전히 설득력을 갖는 이유입니다.

    그때는 악용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그래도 '찬양, 고무, 선전, 선동'이라는 다소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점철된 법 때문에 어떤 그림을 소유할 수 없고 노래를 부를 수 없고 인신이 구속될 수 있다니, 헌재가 다시 살펴볼 만합니다. 헌재는 학술적 논의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국보법의 처벌 대상이 너무 광범위한 것은 아닌지, 아직도 오·남용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봤습니다.

    2022. 9. 15 헌법재판소 공개변론 中
    이석태 재판관: 이적 표현물을 소지한 사람의 경우 장기간 시간이 경과하면 스스로 소지했다는 자체를 모를 수 있다는 비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중략)국가의 존립 측면에서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소지한 것만으로 처벌할 경우 (이적할 의도가) 내심에 있는 것인지 아닌지 어떻게 판별하나요?

    법무부 측: 이적 표현물을 소지한 것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은) 양심 형성은 절대적 기본권이기 때문에 제한할 수 없다는 논거인데, 형사법상 소지죄가 인정됩니다. 무기·마약 음란물 소지도 처벌됩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 자체만으로 처벌됩니다. (중략) 일정한 해악을 끼칠 수 있는 물품의 소지는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 형사법에 규정돼 있습니다.

    마약류와 무기, 음란물은 그 위험성으로 인해 제조 및 유통단계부터 관련 법률이 엄격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아동 성착취물은 제작 과정부터 피해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소지 행위를 처벌하고 있는 만큼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1949년 '국회 프락치 사건'을 시작으로 국보법은 무고한 사람들을 정권의 입맛에 따라 '빨갱이'로 몰며 극단적으로는 사형까지 시키는 근거가 되기도 했습니다. 청구인 측의 핵심 논거 역시 이같은 오·남용 사례인데, 법무부 측은 "부풀려진 것이고 지금은 국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취지를 계속 강조했습니다.

    2022. 9. 15 헌법재판소 공개변론 中
    이영진 재판관: 국보법이 헌재에서 여러 번 심사받은 바 있는데, 헌재는 한정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즉 국가 안정에 위험성을 주는 경우에 한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 취지에 따라 그 다음 해인 1991년 5월에 추가 구성요건을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결정은 2015년인데 이후로 선례를 변경할 만한 사정 변경이 있었다면 어떠한 것이 있었는지 청구인이 설명 가능한가요?

    청구인 측: 말씀드렸듯이 2015년 결정 이후에도 오·남용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법무부 측에서 신중하게 기소한다고 했는데, 2015에 군에서 정보보고를 통해, 내사를 통해 2016년에 기소된 사례들이 굉장히 많고 10년 전 동아리 활동으로도 기소한 사례가 있습니다. 노래를 부른 것만으로도 처벌된 적이 있습니다.

    법무부 측: 예전에 술자리에서 적가를 불렀다고 해서 처벌됐습니다. 현재는 2018년 광화문 광장에서 김정은 환영식 방송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팬이다'라는 발언을 명시적으로도 했지만 수사기관에서 실질적인 위험성이 없다고해서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법무부 측 대리인은 변론 내내 "국보법 7조 위반 기소 건수는 2021년 1건도 안 되고 2020년 이후에는 7건"이라며 오·남용 우려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순수한 학술 목적이나 호기심으로 이적 자료 받은 사람들이 처벌받은 사례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법원에서 이적 목적과 실질적 위험을 살펴봐서 혐의가 뚜렷한 부분만 선고했다"고도 했습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이제는 국보법 기소 건수가 0건에 가깝고 오·남용 우려는 부풀려진 것이라는 법무부 측에는 에이브러햄 링컨의 말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링컨은 "악법을 폐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법을 강력하게 집행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국보법의 명맥을 잇는 가장 좋은 방법이요? 링컨의 생각대로라면 지금은 그런 법을 자주 집행하지 않는다고 항변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상당수 국민들은 '그래, 분단국가에서 상징적으로나마 남겨둬야 하는 법' 정도로 국보법을 생각할 테니까요.

    1948년 여순 사건 직후 제정된 국보법. 핵무장한 북한을 머리맡에 두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상징적으로나마 필요한 법인지 모르겠습니다. 법무부 측이 내세우는 '방어적 민주주의', 당신의 본질적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자유의 일부분을 제한하겠다는 논거는 강력하고 묵직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법은 그 사회가 이룬 최소한의 합의입니다. 민주 사회를 지키기 위해 가장 민주적이지 못한 법을 용인하려면 대한민국과 중국의 본질적인 차이가 무엇인지부터 헌재는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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