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문척교 주민 공청회. 고영호 기자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이 구례군민들을 대상으로 '옛 문척교 철거와 보존에 관한 토론 및 주민 의견 수렴을 위한 주민 공청회'를 개최했지만 주민들은 철거 방침에 반발하고 있어 문척교 철거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5일 오후 2시 문척면 문일관 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공청회는 시작에 앞서 주민들이 의사진행 발언으로 말문을 열었다.
주민들은 "공청회가 주민을 상대로 한 요식적 절차행위로 찬반 공청회 자체가 전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공청회장에서 김순호 구례군수 각성을 촉구하는 선전물. 고영호 기자특히 주민들은 김승희 영산강청장 대신 박세욱 영산강청 하천국장이 참석한 점과 김순호 구례군수가 불참한 점을 지적하며 피켓시위를 하기도 했다.
30여 분간 주민들의 고성과 야유 속에 겨우 시작한 공청회는 주민들을 설득하기에 역부족했다.
옛 문척교. 고영호 기자공청회에 참석한 한 주민 대표는 "문척교가 2020년 8월 8일 수해 원인이 아닌데도 원인으로 둔갑시켰다"며 "섬진강댐을 준설하지 않은 등 섬진강댐 관리방법상 문제가 원인으로, 수해는 갑작스런 대량 방류와 폭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척교 양안에 모래 주머니만 쌓았어도 침수되지 않았다"며 "대량 방류가 8월 8일 오전 8시 이후에 이뤄졌는데 이날 낮 12시~오후 3시 사이에 수해가 발생한 점이 시간상 일치"한 점을 근거로 들며 반박했다.
주민들이 공청회장에서 옛 문척교 보존을 원하는 피켓을 듣고 있다. 고영호 기자
주민들은 "철거를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 백지화 후에 공청회를 해야 한다"며 "기존 철거 반대에서 재검토로 한 발짝 물러서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박세욱 영산강청 하천국장(왼쪽)이 설명하는 동안 패널들이 듣고 있다. 고영호 기자이에 대해 영산강청 대표로 참석한 박세욱 하천국장은 "옛 문척교 철거 여부는 영산강청장도 결정하지 못하기에 정부를 거쳐야 한다"며 "공청회가 통과의례식 요식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박 국장은 "국가 차원에서 수해 예방을 위해 문척교 철거를 추진하는 것"이라며 기존 영산강청 입장을 반복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공청회는 2시간 여 지난 오후 4시 20분쯤 마무리됐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아 후유증이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