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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한 뒤 "함정수사·불법체포" 주장으로 무죄…전관변호사는 '호황'

사건/사고

    마약한 뒤 "함정수사·불법체포" 주장으로 무죄…전관변호사는 '호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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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 유흥업소 마약 사망 사건, 유명 연예인의 마약 적발까지 마약 범죄는 이미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 이른바 '마약 청정국'으로 불렸던 지위는 이제 옛말이 됐다. 지난해 마약류 범죄계수(인구 10만명 당 검거된 마약류 범죄자수)는 31.2명을 기록해 마약류 사범 통제 '임계치'인 20명을 훌쩍 뛰어 넘었다. 물론 마약계수가 꾸준히 150명 이상을 상회하는 태국이나, 독일(441명), 영국(305명), 콜롬비아(77명) 등 다른 아시아, 유럽, 남미 지역 국가에 비하면 훨씬 낮은 수치(2020년 기준, UN세계마약보고서 참조)지만 최근 추세를 볼 때 국내 마약 범죄에 '비상등'이 켜진 건 분명하다. 국내 마약 범죄 증가율은 10대, 20대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2017년 119명이던 10대 마약사범은 작년 450명으로 4년만에 3.8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20대는 2112명에서 5077명으로 2.4배 늘었다. 20대 경우 전 연령층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SNS, 다크웹 등 인터넷을 통한 마약류 거래가 활발해지는 이유 때문으로 분석된다. CBS노컷뉴스는 이러한 국내 마약 범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수사당국을 교묘히 피하는 마약 사범부터 일상 속에 은밀하게 스며든 마약 실태, 정책 및 예방책의 문제점 등을 집중 조명해봤다. '마약 사각지대'의 현실을 연속 보도한다.

    [마약 사각지대 기획①]공권력 비웃는 마약범죄 지능화
    '무죄' 얻어내려 "함정수사, 불법체포" 주장
    "법원 현장 상황 고려 없어", "마약 수사 위축"
    피해자 없는 마약 사건, 구형 및 선고 '재량'
    마약 사건 늘어나…힘 쓰는 '전관'

    ▶ 글 싣는 순서
    ①마약한 뒤 "함정수사·불법체포" 주장으로 무죄…전관변호사는 '호황'
    (계속)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최근 연예계 뿐만 아니라 주부, 학생들까지도 손을 대는 등 마약이 우리 일상 속으로 침투하고 있다. 문제는 그 배경에 '솜방망이 처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향정·대마 등 '마약류사범' 1만 8695명 중 3668명(19.6%)이 '기소유예' 처리됐다. 기소 되더라도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비율이 44%에 달했다.

    마약 사범들은 법정에서 경찰의 함정수사나 불법체포 등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통상 마약사건 수사는 위장수사나 제보에 의존한 현장 검거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다른 사건들에 비해 변수가 많은데, 이때 발생한 경찰의 실수 등을 파고들어 위법한 수사임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피해자가 없는 마약 범죄의 특성상 구형이나 재판 과정에서 '전관'이 힘을 쓸 여지도 큰 것으로 파악된다. 여러 참작 사유에 대한 전략을 세우고, 전관 변호사의 방패 속에 마약 사범들이 '법꾸라지'처럼 법망을 빠져나가는 경우도 엿보인다.

    '무죄' 얻어내려 "함정수사, 불법체포" 주장…실제 사례 보니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사례1. 2020년 1월 텔레그램 이용자로부터 필로폰을 매수한 남성 A씨는 휴대전화 채팅앱을 통해 함께 투약할 상대를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여성 프로필 사진과 함께 필로폰 투약을 원하는 듯한 메시지를 남겨 놓은 B씨에게 대화를 걸게 됐다. B씨는 마약 수사 경찰관이 신분을 위장한 아이디였다. 이들은 텔레그램으로 넘어가 계속 대화를 나눴고 만나기로 약속했다.

    약속 당일 경찰관들은 A씨가 미리 보낸 차량 사진 등을 토대로 인근에서 A씨가 투숙해 있는 호텔을 특정할 수 있었다. 차량 번호판 조회 결과 소유자가 A씨라는 사실을 알았고, 당시 출동한 경찰관 중 한 명이 A씨를 2년 전 다른 마약 사건으로 체포한 경험이 있어 인적사항까지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A씨가 호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고, 경찰관들과 마주치게 됐다. 경찰관들은 다가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A씨 주변을 에워싸듯이 움직였고, 앞선 채팅 내용을 언급하며 추궁하기 시작했다. A씨는 "결백하다"며 항변했고, 경찰들은 '흉기가 있는지 보겠다'고 몸수색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필로폰은 나오지 않았다.

    이에 경찰은 "투숙한 방에 같이 올라가자"며 A씨를 앞장세웠다. 이 과정에서 약 10분간 필로폰을 임의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A씨는 거절했고, 경찰관들은 A씨 팔에 난 새로 생긴 주사 자국을 토대로 범죄 혐의를 인지해 긴급 체포했다. 이후 호텔방을 긴급 압수수색해 필로폰이 희석돼 있는 주사기 2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문제는 재판에 넘겨진 A씨가 함정수사와 불법체포를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경찰관이 채팅앱에서 여성을 사칭해 대화를 하는 등 범의를 유발시킨 함정수사였다는 것이다. 또 몸수색은 부적법한 불심검문이었고, 에워싸 도망가지 못하도록 하거나 투숙한 방으로 가도록 유도한건 이동의 자유를 제한한 불법 강제연행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피고인에게 이미 상당한 정도로 범의가 있는 상태에서 우연한 기회에 채팅앱을 통해 수사기관과 접촉함으로써 그 범위가 구체화 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며 위법한 함정수사는 아니라고 봤다. 또 불심검문도 적법하다고 봤다.

    하지만 "불심검문 과정에서 피고인으로부터 마약류가 발견되지 않았고, 마약류에 취한 것으로 의심할만한 행동이 관찰되지도 않아 현행범 체포를 할 만한 요건은 부족했다"며 "피고인에게 방에 같이 올라가자면서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을 고지하지 않은 채 에워싼 채로 이동한 것은 위법한 임의동행에 해당한다고 볼 소지가 다분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임의동행 절차가 위법하였던 것인 이상 그와 같이 위법하게 임의동행이 이뤄진 장소에서 피고인의 동의를 얻어 팔의 주사 자국을 확인한 행위도 임의성 있는 피고인의 동의에 기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로서 위 긴급압수·수색에 따라 수집된 증거에는 전부 증거능력이 없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가 항소했지만 기각 결정이 나면서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



    #사례2. 경찰의 함정수사로 판단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뒤집어진 경우도 있다. 필로폰 투약 등 혐의로 1년 10개월의 수감생활을 한 뒤 2019년 9월 풀려난 C씨는 또다시 지난해 7월 두 차례에 걸쳐 서울 강남구 본인 거주지에서 필로폰을 투약 및 소지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후 경찰은 C씨의 상선인 D씨를 체포하기 위해 수사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C씨를 석방시켜줬다. 하지만 C씨는 휴대전화를 끈 채 잠적했다. 그러자 경찰은 C씨와 같은 날 붙잡힌 E씨를 통해 D씨를 체포하려고 계획했다. E씨는 C씨와 함께 수감생활을 하며 친분을 쌓았던 사이였다.

    그런데 E씨는 본인은 직접 D씨와는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C씨에게 부탁해 D씨로부터 필로폰을 구입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E씨는 경찰 통제 하에 C씨와 연락을 주고받았고, 결국 C씨는 D씨로부터 500만원 상당의 필로폰을 구입했다.

    이후 경찰은 C씨의 체포영장을 신청했는데, 아직 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상황에서 C씨가 은닉한 장소를 발견하게 됐다. 현장을 급습한 경찰은 C씨를 긴급 체포한다. C씨는 필로폰 매수, 투약, 소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C씨는 법정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되기 전 긴급 체포를 한 것은 위법이며, D씨와의 거래(필로폰 매매 알선 혐의)는 필로폰을 매수할 의도가 없었는데 경찰이 E씨를 통해 범의를 유발했다며 함정수사라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긴급 체포는 적법하다고 판단했지만 D씨와의 거래는 경찰의 위법한 함정수사라고 보고 공소 기각 결정을 내렸다. 결국 C씨에게는 최초 필로폰 투약 및 소지 혐의만 인정돼 실형 1년 4개월이 선고됐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이를 뒤집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위법한 함정수사가 아니었다며 공소 기각 결정된 필로폰 매수 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E씨가 피고인에게 필로폰을 구해 달라고 요청했더라도 이는 단순한 부탁에 불과하고, 피고인은 충분히 이를 거절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피고인은 별다른 거절의사 없이 E씨의 요청에 응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했다.


    현장 상황 고려 않는 법원…힘 쓰는 '전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황진환 기자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황진환 기자
    대검이 집계한 지난해 '마약류사범 1심 재판결과'에 따르면 '기타'(무죄·공소기각·면소·선고유예·소년부송치·구류/과료)로 분류된 이들만 177명(3.7%)에 달했다. 소년부송치와 구류·과료를 제외하면 마약사범 중 3% 이상이 무죄 취지의 선고를 받는 셈이다.

    경찰 일선에서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수사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법원이 현장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너무 엄격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또 법원별로 기준이 다르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결국 마약 수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일선서 마약팀 경찰관은 "현장에서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어 긴급 압수수색을 한 뒤 사후 영장을 신청하는 경우가 있다. 그때는 법원이 영장을 발부해주고는 나중에 법정에서는 위법한 압수수색이었다고 판단한 적도 있다"며 "법원도 기준이 제멋대로인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마약 사건은 국가 이외에는 특정 피해자가 없는 범죄다. 이는 기소 여부나 구형량, 선고의 양형 등이 검찰과 법원 재량에 많이 달려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최근 마약 사건이 늘어나면서 그만큼 '전관 변호사'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한 법조계 관계자는 "마약 투약이나 소지는 징역 5년 내외, 제조는 10년 이상도 선고가 되긴 하지만, 여러 참작 사유들을 감안해 구속을 피하거나 집행유예로 그치는 전략들이 있다"며 "여기에 전관 변호사가 힘을 쓸 경우 처벌을 한층 약하게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마약 범죄의 경우 '공적'이라는 특별양형사유가 존재한다. 수사 제보를 할 경우 검찰 수사나 재판 단계에서 이익을 주는 일종의 '플리바게닝(사전형량조정제도)'이다. 또 심신미약을 주장하거나 스스로 마약치료를 받겠다고 나선다면 형량을 일부 줄일 여지도 있다. 로펌들의 홍보 문구 중에는 '전관' 경력을 내세우는 한편, 이 같은 전략과 함께 수사와 재판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기도 하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돈이 많이 들더라도 일단 전관 변호사를 써서 구속부터 피해보자는 수요가 많고 대대적인 마약 단속과 함께 사건 건수도 늘어나는 편"이라며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에는 고위 경찰 출신 로펌 변호사들이 인기가 많이 올라가고 있다. 수사종결권이 경찰에 주어짐에 따라 경찰 수사 단계부터 힘을 쓰길 바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마약 범죄에 대한 '철퇴'를 위해선 처벌 수위를 올려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마약범죄 양형기준이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지난 4일 대법원 양형위원회 국감에 출석한 김영란 양형위원장은 "마약범죄 양형기준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양형기준을 지킨 비율을 보면 마약범죄가 41개 범죄 중 34번째다. 현재 양형기준이 마약범죄 위험성이 크지 않을 당시 만들어진 것도 문젠데, 이를 지키는 비율도 낮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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