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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유류저장고에 미사일 추진체 떨어져…'아찔'했던 낙탄 현장

영동

    [르포]유류저장고에 미사일 추진체 떨어져…'아찔'했던 낙탄 현장

    핵심요약

    민주당 국방위원 등 12일 낙탄사고 현장 찾아
    탄두는 골프장, 추진체는 유류저장고로 추락
    웅덩이 패이고, 소나무 꼭대기까지 그을음
    유류저장고 인근 사병들 생활관도 있어
    아찔했지만 2차 사고 없어 '천만다행'
    "국민들에게 낱낱히 보고하고 사과해야"

    지난 4일 밤 미사일 낙탄사고로 탄두가 떨어진 현장. 전영래 기자지난 4일 밤 미사일 낙탄사고로 탄두가 떨어진 현장. 전영래 기자지난 4일 밤 발생했던 현무-2C 미사일 낙탄 사고 당시 탄두는 강릉의 한 공군부대 내 골프장에 떨어졌지만, 추진체는 공군기지 내 유류저장시설에 떨어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국방위 김병주·김영배·송옥주 의원과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 등은 낙탄사고 현장조사를 위해 12일 오후 3시 30분 강릉 제18전투비행단을 방문했다. 앞서 지난 7일 부대 출입이 통제된지 5일 만에 2차 방문을 시도 했으며 이날에는 군 당국과 사전 협의해 부대 출입과 낙탄현장이 공개됐다.

    미사일 낙탄사고 8일 만에 처음 공개된 현장은 처함했다. 골프장에 탄두가 떨어지면서 생긴 웅덩이와 유류저장고 한 가운데 떨어진 추진체로 산산조각 난 철제 난간과 철조망, 불에 그을린 잔디와 소나무 등은 당시 아찔했던 상황을 보여줬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미사일을 발사했던 곳으로 바닷가쪽에 위치해 있었다. 이 곳에서 이현철 미사일전략사령부2여단장은 "4일 밤 11시에 현무 미사일 1발, 2분 후 우리 측 에이태큼스(ATACMS) 1발 발사 이후 2분 간격으로 미국 측 에이태큼스 2발 등 총 4발을 동해상으로 실사격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며 "처음 발사한 현무 미사일이 10초 정도 정상 비행을 하는 것이 확인됐지만, 이후 실시간 중계 카메라를 통해 비정상 비행궤도가 식별돼 사격을 중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 미사일을 발사했던 지점.  전영래 기자지난 4일 미사일을 발사했던 지점. 전영래 기자군 당국은 이어 미사일 탄두가 떨어진 골프장을 공개했다. 발사지점에서 후방 1㎞ 가량 떨어진 곳이다. 탄두가 떨어진 골프장 페어웨이에는 길이 15m, 폭 1.5m, 깊이 1m 가량의 웅덩이가 패여 있었다. 이 곳에서 200~300m 인근에는 병사들의 생활관과 교회 등이 위치해 있는 만큼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는 아찔했던 상황이었던 것을 가늠할 수 있었다.

    이날 국방위원들과 취재진을 가장 놀라게 한 곳은 추진체가 떨어진 유류저장시설이었다. 취재진에게 촬영까지 못하게 할 정도로 주요 보안시설인 유류저장고 한 가운데로 추진체가 떨어진 것이다. a국방위원들에 따르면 상당히 많은 양의 유류가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진체가 떨어진 곳에 있던 일부 시설은 파손됐고, 유류저장고로 올라가는 계단 철제 난간은 조각나거나 휘어진 채 형상만 유지하고 있었다. 또한 화염이 발생했던 곳 주위의 철조망도 찢겨져 있었고 소나무 꼭대기까지 그을음 흔적이 남아 있어 당시 화염이 얼마나 컸을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지난 4일 밤 미사일 낙탄사고로 탄두가 떨어진 현장. 전영래 기자지난 4일 밤 미사일 낙탄사고로 탄두가 떨어진 현장. 전영래 기자추진체 파편 가까이에는 유류 주입구와 폐드럼통 보관 창고, 가스 배출구 등이 위치했고다. 특히 저장고에서 100여 m 인근에는 장병들이 머무는 생활관이, 바로 옆에는 수송대 차고지도 있었다. 국방위원들은 유류저장시설이었던 만큼 2차 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였다고 입을 모았다.

    김병주 의원은 "현장에 와보니 탄두가 떨어진 골프장에서 200~300m 거리에는 사병들의 생활관과 교회 등이 있었다. 또한 추진체가 떨어지고 화염이 일어난 곳은 유류저장시설이 있는 지역이었다"며 "천만다행으로 그날 비가 온 상태라서 유류저장고까지 화재가 나지는 않았지만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래서 국방부와 합참에서 이것을 은폐·축소한 것이다. 지난 7일 처음 방문했을 때 막은 이유가 그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오홍균 공군 제18전투비행단장은 "유류저장고는 미사일 공격에도 방어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고 화재가 발생해도 원격이나 수동으로 소화가 가능한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국방위원 등이 12일 오후 미사일 낙탄사고 현장을 둘러본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전영래 기자 민주당 국방위원 등이 12일 오후 미사일 낙탄사고 현장을 둘러본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전영래 기자 이날 낙탄사고 이후 처음으로 낙탄현장을 둘러본 국방위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국방부와 합참에서 사고를 조직적으로 은폐·축소한 것을 확인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영배 의원은 "국민들께서 밤새도록 불안과 공포에 떨었는데도 불구하고 어떤 정보도 주지 않고 사실을 은폐·축소·왜곡했던 이유가 바로 낙탄현장이 유류저장소였기 때문으로 오늘 확인했다"며 "이것은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 당국과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사실을 왜곡하고 축소함으로써 오히려 안보의 구멍을 내는 것을 자초하고 있다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만약에 대통령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국정조사라도 해야 할 큰 문제"라며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모든 진실을 국민들에게 낱낱히 보고하시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낙탄사고 영상을 직접 촬영했던 주민 A씨는 "사고 당시 불길 70~80m까지 올라가면서 정말 겁이 많이 났었다. 만약에 영상을 찍은 것을 (SNS 등에) 올리지 않았다면 이런 일을 모르고 지나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고는 날 수 있지만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앞으로는 시민들이 겁 안나게, 믿을 수 있도록 대처해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우리 군과 미군은 지난 4일 밤 북한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대한 대응조치로 강릉에서 지대지 미사일 사격을 하던 중 현무-2C 탄도미사일이 비정상적으로 비행 후 공군기지 내로 낙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엄청난 폭발음과 섬광, 화염 등이 발생하면서 주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밤새 불안에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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