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박병호. 연합뉴스kt 위즈 박병호. 연합뉴스유니폼은 달랐지만 박병호(kt 위즈)는 여전히 고척돔의 지배자였다.
키움 히어로즈와 kt 위즈가 맞붙는 2022시즌 KBO 리그 준플레이오프는 '박병호 시리즈'로 불린다.
박병호는 2011시즌부터 작년까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다섯 차례 홈런왕에 오르는 등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전성기를 누렸다. 올 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을 얻어 kt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박병호는 역대 최다인 통산 여섯 번째 홈런왕에 등극하는 등 변함없는 파워를 자랑했다.
공교롭게도 박병호의 새로운 소속팀 kt는 이전 소속팀 키움과 정규리그 막판까지 치열하게 3위 경쟁을 펼쳤다. 경쟁에서 밀린 kt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승리하면서 양팀의 시리즈가 펼쳐지게 됐고 박병호는 옛 소속팀과 맞붙게 됐다.
박병호는 '박병호 시리즈'라는 주위의 이야기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며 말을 아꼈다. 대신 타석에서 실력으로 진한 존재감을 내뿜었다.
박병호는 kt의 준플레이오프 첫 득점을 생산했다. 0-4로 뒤진 7회초 벼락같은 선두타자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박병호가 고척돔에서 홈런을 때리는 장면은 낯설지 않다. 다만 유니폼이 낯설었을 뿐이다.
박병호의 홈런은 경기 흐름을 바꿔놓았다. kt는 박병호의 홈런을 발판삼아 막판 4-4 동점을 만드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짜릿했다. 역시 박병호"라며 "큰 경기에서는 홈런 하나가 물꼬를 터준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kt는 키움에 4-8로 졌다. 박병호는 웃지 못했다. 남다른 각오로 2차전에 임했다. 그리고 웃었다.
박병호는 17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1회초 첫 타석에서 찾아온 득점권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귀중한 점수를 뽑았다.
박병호는 1회초 1사 1,2루에서 키움 선발 에릭 요키시의 커브를 공략해 깨끗한 중전 적시타로 연결했다.
역대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6경기 연속 타점 신기록이 작성된 순간이기도 했다.
kt는 박병호의 적시타에 힘입어 키움을 2-0으로 꺾고 1차전 패배를 만회했다.
박병호는 아직 100% 몸 상태가 아니다. 지난달 오른쪽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다. 정규리그 막판 1군 엔트리에 복귀했지만 대타로만 출전할 수밖에 없었다.
박병호는 지난주 KIA 타이거즈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4번 지명타자로 돌아왔다.
정상적인 주루 플레이가 어렵지만 박병호는 타석에 서는 것만으로도 상대 배터리를 힘들게 만드는 타자다. 이강철 감독은 "60~70% 정도 뛸 수 있다고 하니까 주전으로 나가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며 강한 신뢰를 내비쳤다.
박병호의 방망이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침묵했지만 익숙한 고척돔에서 친정팀을 만난 준플레이오프에서는 2경기 연속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이래서 '박병호 시리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