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 박종민 기자민선8기 경기도 '김동연호'가 출범 4개월이 되도록 제대로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도의회의 추경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긴급한 민생지원은 계속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상당수가 공석으로 남아있는 도 산하기관장 인사도 난항이 예상된다.
여기에다 경기도청을 대상으로 한 검경의 연이은 압수수색으로 직원들도 피로감을 호소하는 분위기다.
빠른 시일 내에 '경기도정'을 제 궤도에 안착시켜야 하는 김동연 지사의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민생예산은 뒷전'…답답하고 무능한 경기도의회
연합뉴스경기도의회 여야는 지난 21일 도와 도교육청이 제출한 추경예산안 처리를 위해 원포인트 임시회까지 열었지만, 결국 아무런 성과없이 끝났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양당이 계수조정에 이견을 보이며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국민의힘 측에서 '도에서 버스 유류비 지원비 200억원을 사전 협의 없이 쪽지 예산으로 넣었다'고 문제 삼은 것이 직접적인 요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예산은 최근 총파업 직전까지 치달았던 경기도 버스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원책이라는 것이 민주당측의 설명이다.
추경안에는 지역화폐 발행 385억원, 고금리 대출을 사용하는 저신용·저소득자 지원을 위한 대환대출 114억원, 저출산 극복을 위한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121억원 등 시급한 민생예산도 담겨있다.
추경 심의 지연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에게 돌아간다. 김 지사 입장에서는 마음이 다급할 수밖에 없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민생추경, 하루가 급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2차 추경안이 한 달 넘게 처리되지 않고 있어, 민생과 도민 복지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어 "도민의 민생은 하루하루가 아쉬울 정도로 다급하다"며 "하루빨리 도의회가 정상화되어 '민생추경' 심의를 마무리해주시길 1,390만 도민과 함께 간곡하게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이충환 경기도상인연합회장도 CBS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민생 활성화는 어쨌든 예산이다. 예산이 있어야 전통시장도 살고 소상공인, 자영업자, 골목 상권이 살 수 있다"며 "정당이 자기들 목소리만 높이며 민생을 외면한 것은 있을 수 없다. 의원의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또 "우리 연합회 차원에서는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곧바로 조율에 들어갈 것"이라며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고, 더 나아가서는 집회를 통해 특정 집단을 강력 규탄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산하기관장 '인사청문회' 놓고 줄다리기…임명 지연 우려
스마트이미지 제공경기도 산하기관장 '인사청문회 운영 방식'을 놓고서도 국민의힘이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기관장 인사가 상당기간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의회의 도 산하기관장 인사청문회 대상은 지금까지 15곳이었다.
하지만 양당은 최근 한국도자재단과 경기도청소년수련원, 경기도여성가족재단, 경기도사회서비스원, 경기도사회적경제원(신설 예정) 등 5곳의 기관장에 대해서도 인사청문회를 추가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민주당과 도의 입장에서는 국민의힘의 요구를 나름 성의있게 수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청문회 실시 기한'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추가로 요구하면서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임명권자(도지사)의 청문 요청일로부터 10일 이내 8시간 범위' 안에서 청문회를 하도록 한 당초 규정을 '15일 이내 2일 범위 내'로 늘려야 한다고 요구한다.
청문회 결과 송부 시한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은 '청문 요청일로부터 10일 이내 결과를 임명권자에 송부한다'는 규정 역시 '20일 이내'로 넓히자고 제안하고 있다.
공공기관장 후보자에 대한 자료 요구와 충분한 검증을 위해 기간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국민의힘 입장이다.
이에 대해 도와 민주당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국민의힘 요구를 수용해 청문회 실시 기한을 이처럼 대폭 늘린다면 연내에 기관장 임명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없다"며 "이는 고스란히 도민들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이은 경기도청 압수수색 … 공직사회 '위축'
경기도청에 대한 검경의 연이은 압수수색과 각종 수사도 공직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며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물론 전임 이재명 지사와 관련된 사안이기는 하지만, 대선 직후부터 계속 이어지는 강제수사에 경기도청 공직자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뤄진 압수수색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지난 4월에는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 등과 관련해 경기도청 총무과와 조사담당관실, 의무실 등이 압수수색의 대상이 됐다.
또 6월과 8월에는 이 전 지사 자택 옆집의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합숙소가 선거캠프로 쓰였다는 의혹 사건 수사를 위해 경찰이 GH 본사와 판교사업단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9월에는 검찰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고발된 이 전 지사와 관련해 공소시효를 사흘 앞두고 경기도청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어 쌍방울 그룹의 횡령 혐의 등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도 경기도청 북부청사 평화협력국과 남부청사 소통협치국, 경제부지사실(전 평화부지사실)에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이달에는 지난 5일 도와 쌍방울 간 대북 사업 유착 의혹과 관련해 공공기관담당관실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 공무원 노조 관계자는 "부정이 있다면 당연히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겠지만, 연이은 압수수색으로 경기도 공직자들이 현재 위축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계속된 검경의 수사가 최대한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행정을 촉발하는 부정적인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내부분위기를 전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김동연 지사께서는 고위 간부들에게 '직원 격려'를 자주 강조하고 있고, 도의회에 대해서는 진정성 있게 계속 설득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