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시기, 쌍방울그룹으로부터 수억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중국 출장 계획을 직접 보고받고 결재·서명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당시 수차례 중국 출장에서 쌍방울 김성태 회장(해외 도피 중), 방모 부회장(구속), 아태평화교류협회 안모 회장 등과 함께 북측 인사를 만나 대북 사업에 관한 경협 합의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 협의를 위한 평화부지사 국외 출장 계획' 문건. 2019년 1월 18일 작성된 해당 문건은 이재명 당시 도지사(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종 결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
CBS노컷뉴스는 경기도 평화협력국이 2019년 1월 18일 작성한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 협의를 위한 평화부지사 국외 출장 계획' 문건을 단독 입수했다. 앞서 경기도는 올해 국정감사 등에서 국회가 제출을 요구한 평화협력국 관련 자료 대부분을 비공개 처리했다. 같은 자료에 대한 취재진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서도 "국가 안전 보장과 통일, 수사에 관한 사항"이라는 사유를 들며 거절했다.
이번에 입수한 문건은 평화협력국 주무관이 작성해 평화협력과장, 국장, 평화부지사 등을 거쳐 이재명 대표(당시 도지사)의 최종 결재까지 전 과정이 등록 당일(1월 18일) 이뤄졌다. 이 대표의 복심으로 불리는 정진상 당시 경기도 정책실장(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도 협조 결재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문건에는 이 전 부지사가 2019년 1월 17일부터 20일까지 중국 베이징과 선양을 3박 4일 일정으로 방문하는 출장 계획이 나온다. 북측과 합의된 남북 협력사업의 구체적 추진은 물론 도지사(이재명 대표)의 방북 등을 위한 협의도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출장 첫 일정은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 협의 및 간담회'로 △중소기업의 북한 내 경제특구 진출 △남북 평화행사 추진 등 논의를 진행한다고 명시했다.
당시 출장에서 이화영 전 부지사 수행은 평화협력국장 신모씨와 부지사 수행비서 윤모씨 두 사람이 맡았다. 검찰은 최근 이 전 부지사가 설립한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피압수자로 신씨 등을 명시한 것도 이런 배경과 맥을 같이 한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 협의를 위한 평화부지사 국외 출장 계획' 문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신모 평화협력국장, 윤모 비서관 등 3명이 중국 출장을 함께한 것으로 나온다.검찰은 이 전 부지사 공소장에 2019년 1월 17일 이 전 부지사가 당시 중국 선양에서 쌍방울 김성태 회장과 방모 부회장, 아태협 회장 안씨 등과 함께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조선아태위)와 경제협력 관련 합의서를 작성했다고 적시했다. 이 전 부지사의 중국 출장과 검찰이 지목한 쌍방울의 대북 사업 관련 협의가 정확히 같은 시기와 장소에서 이뤄진 셈이다.
다른 경기도 내부 문건을 보면 이 전 부지사는 석 달 뒤인 같은 해 4월과 5월 연달아 중국 출장을 갔다. 검찰은 5월 출장에도 쌍방울 김 회장과 아태협 관련자가 동행했고,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와 △지하자원 개발 △관광지 및 도시개발 △자연 에너지 조성 등 사업에 관한 경협 합의서가 작성됐다고 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7월 경기도는 아태협과 함께 '제2회 아시아·태평양 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를 필리핀에서 공동 주최했다. 수억원의 행사 비용은 역시 쌍방울이 지원했다.
서초동의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 대표가 경기도의 대북 사업을 어느 정도로 인지·개입했는지 여부가 중요해질 수 있다"라며 "통상 공무원은 출장 계획은 물론 성과(결과)를 상급자에게 보고한다"고 말했다.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은 지난달 28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 재판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부지사 혐의와) 이재명 대표와의 관련성은 전혀 없다. 공소장에도 (관련 내용은) 없다"고 했다.
한편 '쌍방울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2019년 경기도와 쌍방울 등의 대북 사업에 깊게 연루된 인물인 아태협 회장 안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최근 발부 받아 소재 파악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