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를 부르는 이란 선수들. 연합뉴스이란 축구 대표팀 선수들은 30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B조 미국과 16강을 앞두고 다같이 국가를 제창했다.
이란 선수들은 잉글랜드와 첫 경기에서 국가 제창을 거부했다. 웨일스와 2차전에서는 다수의 선수들이 국가를 불렀지만 여전히 일부는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미국전에서의 풍경은 완전히 달랐다.
이유가 있었다.
미국 CNN은 이란 선수들이 이란혁명수비대(IRGC)로부터 협박을 받았다고 전했다. 국가를 부르지 않을 경우 가족을 감금하거나 고문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아무리 신념이 강해도 가족이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는 흔들릴 수 있다. 영국 미러를 포함한 다수의 해외 매체들은 이란 선수들이 IRGC의 협박으로 인해 국가 제창에 대한 입장을 바꾼 것이라고 전했다.
이란 선수들이 월드컵 첫 경기에서 '침묵 시위'를 벌인 이유는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와 관련이 있다.
지난 9월 한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가 사흘 뒤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이란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란의 주장 에산 하즈사피는 대회 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행복하지 않다. 대표팀은 그분들을 지지하고 함께 아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축구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월드컵을 시작한 이란은 잉글랜드에 2-6으로 크게 졌다. 하지만 웨일스를 2-0으로 완파하면서 사상 첫 16강 진출의 희망을 살렸다.
잉글랜드가 웨일스를 3-0으로 완파하면서 이란은 미국과 비기기만 해도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란은 전반 38분 크리스천 풀리식에 결승골을 내주고 0-1로 졌다.
이로써 2승1무를 기록한 잉글랜드와 1승2무의 미국이 나란히 조 1,2위를 차지했다. 1승2패에 그친 이란은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경기 후 이란 축구 팬들은 SNS를 통해 수비 중심적인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의 경기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