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깜짝 동메달을 따냈던 안재현이 23일 한국거래소 창단식에서 부활을 다짐하는 모습. 노컷뉴스일본의 탁구 신동을 울렸던 한국 탁구의 천재가 부활을 다짐하고 있다. 3년 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깜짝 4강의 영광 이후 긴 슬럼프에 빠졌지만 새로운 소속팀에서 화려한 비상을 꿈꾼다.
한국거래소 탁구단 에이스 안재현(23)이다. 약 5년 동안 몸담았던 삼성생명에서 이적해 신생팀에서 새로운 출발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안재현은 지난 23일 시그니엘 부산에서 열린 창단식에서 다부진 출사표를 던졌다. 초대 사령탑인 한국 탁구의 전설 유남규 감독과 윤상준 코치, 홍석표 트레이너 등 코칭스태프와 황민하(23), 서중원(27), 길민석(17) 등 동료들과 각오를 다졌다.
이날 안재현은 "유 감독님 등 코치진과 선수들 모두 능력이 있다"면서 "첫 단추부터 잘 꿰서 한국프로탁구리그 우승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에이스답게 당찬 출사표를 밝혔다. 이어 "탁구 하면 한국거래소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안재현은 3년 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19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깜짝 메달을 따냈다. 당시 남자 단식 세계 157위에 불과했던 안재현은 한국 탁구 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 첫 출전에서 메달 획득과 역대 남자 단식 최연소 메달 기록을 세웠다.
당시 안재현은 14위 웡춘팅(홍콩), 29위 다니엘 하베손(오스트리아) 등 상위 랭커를 눌렀다. 특히 16강에서 당시 4위였던 일본의 16살 천재 하리모토 도모카즈를 꺾었다. 하리모토는 경기 후 펑펑 울며 패배의 아쉬움을 드러냈다. 안재현은 4살 선배 장우진(현 국군체육부대)까지 넘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9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일본의 탁구 신동 하리모토를 꺾는 등 돌풍을 일으키며 깜짝 4강에 오른 안재현. 대한탁구협회하지만 안재현은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국가대표 선발전 2위를 하고도 아쉽게 지난해 도쿄올림픽에 나서지 못한 불운도 있었지만 스스로 슬럼프를 이겨내지 못했다.
도쿄올림픽 단체전 동메달과 최근 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하는 등 국제 대회에서 승승장구하는 하리모토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현재 하리모토는 세계 2위지만 안재현은 48위에 머물러 있다. 안재현은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따낸 이후 훈련할 때 노력을 하지 못 했다"면서 "기량이 떨어지고 지는 게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라고 국제 대회의 부진을 인정했다.
하지만 안재현은 '2022 두나무 한국프로탁구리그(KTTL)' 코리아 리그에서 맹활약하며 삼성생명의 통합 우승을 이끌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정규 리그 28승 6패를 거두며 에이스의 역할을 해냈다.
이런 가운데 안재현은 신생팀 이적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각오다. 안재현은 "1988년 서울올림픽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유 감독님을 존경해왔다"면서 "좋은 팀까지 창단돼 믿음을 갖고 왔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환경에 대한 장단점이 있겠지만 탁구 인생의 전환점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한국거래소 창단식에서 다부진 출사표를 던진 유남규 감독(왼쪽)과 안재현. 노컷뉴스
일단 한국거레소는 오는 12월 2일 개막하는 '2023 두나무 한국프로탁구리그(KTTL)'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12월 5일 한국마사회와 첫 경기를 치른다. 안재현은 "한 달 정도 훈련을 했는데 구단에서 선수들이 편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포커스를 맞춰주셔서 더 열심히 하게 된다"면서 "리그 우승을 달성하려면 힘들다고 무너지면 안 되고, 매시간 힘들지만 즐겁게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더 큰 꿈도 키워가고 있다. 안재현은 "내년 세계선수권(개인전)과 항저우아시안게임이 있고, 2024년에 부산세계선수권(단체전)과 파리올림픽이 있다"면서 "최종 목표는 올림픽 메달"이라고 강조했다.
일단 이를 위해서는 다음 달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해야 한다. 안재현은 "과정이 없으면 갈 수 없다"면서 "국가대표 선발전을 위해 하루하루 노력을 쏟아붓고 있는데 1등으로 선발되도록 준비를 잘 하겠다"고 전의를 다졌다.
2019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 단식 16강전에서 안재현에 패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는 일본의 하리모토. 노컷뉴스3년 전 자신이 눈물의 패배를 안겼던 하리모토가 지금은 자극을 주고 있다. 안재현은 "하리모토와는 어릴 때부터 함께 훈련 파트너도 하고 경쟁을 해왔기에 친하고 잘 지낸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하리모토가 세계 1위 중국 판전둥을 꺾고 아시안컵 우승을 하는 등 지금 엄청 잘 한다"면서 "내가 저 무대에 서는 설렘과 이기는 희열을 느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때 한국 탁구의 차세대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안재현. 과연 새로운 팀 이적이라는 계기를 통해 일본의 신동을 울렸던 천재성을 발휘해 세계 무대에 우뚝 설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