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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탄생' 윤시윤 "'헬조선'이 끝? 김대건처럼 꿈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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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터뷰]'탄생' 윤시윤 "'헬조선'이 끝? 김대건처럼 꿈꿔야"

    핵심요약

    영화 '탄생'에서 가톨릭 성인 김대건 신부 역

    영화 '탄생'에서 김대건 신부 역을 연기한 배우 윤시윤. 민영화사 제공영화 '탄생'에서 김대건 신부 역을 연기한 배우 윤시윤. 민영화사 제공시작 전부터 영화 '탄생'의 여정은 쉽지 않았다. 조선 최초의 신부(神父) 김대건을 연기하는 것 자체가 누구에게나 부담이었을 터. '성인(聖人)'이란 종교적 수식어를 빼고도 김대건의 짧지만 뜨거웠던 생은 척박한 조선 땅에 많은 유산을 남겼다. 모두가 평등하고 서로 사랑하며 존중하는 세상. 김대건이 뿌린 씨앗은 그렇게 조선 사회를 바꾸어 나갔다.

    윤시윤은 '종교인' 김대건이 아닌 '청년' 김대건에 주목했다. 만약 가톨릭 '성인' 김대건을 연기해야 했다면 그의 합류는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윤시윤 또한 현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당시 조선의 청년이던 김대건의 마음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냉철한 비판에 앞서 비전을 제시할 줄 알고, 직접 실행에 옮겼던 김대건의 삶은 그에게도 많은 도전을 남겼다.

    배우 윤시윤의 궤적만 놓고 보면 데뷔 초부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따라다녔다. MBC '지붕뚫고 하이킥'으로 사랑 받고 곧바로 '제빵왕 김탁구'가 흥행하면서 단숨에 주연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윤시윤은 이 모든 것에 '감사'할 줄 안다. 주말 드라마든, 영화이든, 웹드라마든, 조연이든 주어진 자리에서 자신이 할 일을 명확히 해낸다. '탄생'에서도 그는 때로는 호기심 넘치는 청년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진 사제로, 꼼꼼하게 김대건을 재현했다.

    윤시윤은 영리한 만큼 탐구심도 많다. 고정관념을 벗어나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사람을 바라보길 원한다. 뛰어난 배우이기보다는 '좋은' 배우가 되려고 노력한다. 너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스스로의 인생을 가꿔나가려 한다. 주어진 것에 만족할 줄 아는 마음가짐. 경쟁이 치열한 연예계에서 윤시윤의 세계는 조금 특별하다. 그래서인지 단순히 상업적 성공으로 재단할 수 없는 '탄생'의 본질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

    다음은 배우 윤시윤과의 일문일답.

    민영화사 제공민영화사 제공Q 바티칸에서 직접 프란치스코 교황 앞에서 시사회를 가졌다.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었을 듯한데

    A 유머 감각도 너무 좋으시고, 그냥 동네 할아버지 같다. 한국과 관련된 농담도 하시고 그랬다. 김대건이란 인물을 표현해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바티칸에 가면 성 베드로, 요한부터 압도적인 규모로 성인들의 동상들이 있다. 그 비어있는 마지막 칸이 김대건 신부의 자리라고 하더라. 김대건 신부가 살아서 돌아와 준 느낌이지 않을까. 사실 '오징어 게임'이든 '기생충'이든 K-콘텐츠, 우리 문화를 그들이 인정하고, 관심을 갖고, 우리가 만드는 김대건에 거는 기대가 있었기에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거 같다

    Q 가톨릭 성인이기도 한 김대건 신부를 연기한다는 점에서 부담도 많았겠

    A 지금은 열심히 오디션이 끝난 후 서 있는 느낌이다. 잠을 편히 잔 적이 없는데 배우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관객들의 평가를 받고, 또 그 테스트를 통과해야 영화 배우로서 더 나아갈지, 잠시 숨을 고를지 선택을 하게 되니까.

    만약 '탄생'이 종교물이거나, 종교인을 연기해야 했다면 부담스러워서 못했을 거다. 다만 지금 청년들이 갖고 있는 새로운 세상이나 사상에 대한 호기심, 치기 어린 꿈과 이상, 이렇게 접근을 하면 충분히 공감 가게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어떤 나라든 새로운 세상을 꿈꾸면서 모험하는 청년들 이야기가 나오지 않나. 하다 못해 '원피스'의 루피를 보면서도 그렇게 느끼니까. 그런 관점에서 김대건이란 인물을 평가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Q 그렇다면 '탄생'의 초점은 어디에 있을까

    A '탄생'이 위대한 종교인의 이야기인 것은 맞다. 그건 감추거나 가릴 게 아니다. 200년 전 조선의 작은 마을에서 평화를 꿈꿨던 초기 종교인들의 이야기이다. 다만 현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어떤 종교적 메시지도 드릴 생각이 없다는 거다. 그리스도교가 유교 중심 사회에서 근대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그 중심에 천주교인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맹신하다 순교하는 게 아니라 최초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꿈꾸고 바꾸어 나가고자 했던 거다. 당시에는 양반, 지금으로 치면 기득권이 가장 먼저 새로운 세상을 꿈꾸기도 했다. 궁극적으로 초기 종교인들의 아름다운 이야기, 그를 대표하는 한 청년이 '김대건'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탄생'에서 김대건 신부 역을 연기한 배우 윤시윤. 민영화사 제공영화 '탄생'에서 김대건 신부 역을 연기한 배우 윤시윤. 민영화사 제공Q 본인도 이 시대 청년으로서 '탄생'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겠다 

    A 저도 30대 중반을 넘어가는데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우다 보니 어른들 세상에 대한 불만만 늘어난다. (웃음) 근데 대안이 없고, '헬조선' 이게 끝이다. 저를 비롯한 청년들이 가져야 되는 건 냉철한 이성에 근거한 비판 의식보다 따뜻한 이성에서 나오는 새로운 세상이 아닐까. 200년 전 한 청년이 본 적도 없는 바티칸에서 나온 학문을 보면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것처럼. 비판이 아니라 비전을 제시하는 게 제가 해야 되는 일이 아닌가 싶다.

    Q 프랑스어, 라틴어, 중국어 등 다국적 대사를 소화해야 했다. 오히려 한국어 대사보다 많더라

    A 고대 라틴어도 있었는데 대사 분량이 40장 정도였던 거 같다. 하나 하나 뜻을 알고 대사를 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그냥 시각화해서 외웠다. 단어마다 색깔과 폰트를 달리해서 마치 알록달록한 한글 교재처럼 됐다. 그걸 계속 보면서 이미지를 기억해냈다. 현장에서는 먼저 한국어로 제가 대사를 하면, 각국 연기자들이 억양과 높낮이, 어디에서 임팩트를 주고 쉬어야 하는지 체크를 해주고 그걸 반영했다. 일본 웹드라마를 하면서 일본어 대사를 외우던 경험, 쪽대본 시절 1시간 밖에 못 자고 대사를 외워야 하는 극한 상황에서 사용한 암기법 등을 많이 사용했다. 그럴 땐 그냥 통으로 외워야 되니까. (웃음)

    Q 추운 겨울 황량한 설원이나 산악 지대 촬영 등이 굉장히 힘들었을 거 같다. 코로나19 상황이라 해외 로케도 여의치 않았을텐데

    A 서울 장면을 빼고는 다 로케였다. 코로나19 시기라서 외국 냄새가 나는 벽이라도 하나 있으면 촬영을 했다. 벽만 쓰고 나머지는 CG로 만드는 식이었다. 나야 아직 젊지 않나. 옆에서 챙겨주는 사람이 더 고생이다. 그냥 그렇게 일하고 사는 거에 감사하다. 사실 피부가 워낙 예민해서 수염 붙이는 것보다 낫다. (웃음) 사실 제 연기와 에너지, 눈빛을 관객이 어디까지 집중해서 봐줄 수 있을지 아직 자신이 없다. 그래도 눈에서 뛰고 구르고 하면 사람들이 보지 않나.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연기적인 부분은 모자란 게 많았는데 제 단점이나 잘못된 습관을 다 편집해서 완벽하게 만들어주셨다. 보면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세간 살림을 가지고 오거나, 먹을 것들을 챙겨다 주시는 분들도 있었고…. 그냥 축복 받은 작품이다. 김대건 신부를 많은 사람들이 기다려왔다고 느꼈다.

    민영화사 제공민영화사 제공Q 현재 혈액암으로 투병 중인 배우 안성기와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어땠나

    A 제 촬영에서 맞은편 선생님(안성기)의 머리와 어깨 사이로 카메라 놓고 찍어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그런데 사극이라 갓을 조정해도 카메라 움직임에 제한이 가니까 각도가 안 나오는 거다. 제가 연기하는 10분 정도를 그냥 그렇게 고개를 삐뚤게 하고 계시더라. 허리가 아픈데도 카메라 위치 잡아주면서 그렇게. 정말 주제넘게도 그 한 모습만 보았지만 안성기라는 좋은 배우의 가장 기본적인 모습이구나 싶었다. 아마 신인이라면 불만을 가져도 그렇게 했을 수 있다. 그런데 선생님은 지금 이 순간까지도 그렇게 하고 계신 거 아닌가. 반성이 되더라.

    Q 김대건 신부의 15세에서 30대까지 상당히 넓은 스펙트럼의 연령을 연기했다. 워낙 동안이기도 하지만 10대 연기는 걱정이 됐을 수도 있겠다

    A 일단 15세를 연기해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웃음) 아직 젖살이 있는 느낌을 살리려고 좀 통통한 초반부에 찍었다. 외국어 대사도 15세에 맞게 나이 어린 여자 연기자의 통통 튀는 코칭을 따라 완성했다. 원래 피부덕을 많이 봤는데 평소에 관리는 안 하고, 유전적인 게 크다. 그런데 요즘 슬슬 메이크업 시간이 길어지더라. 얼마 전에 20대 친구들과 사진을 찍으니 누가 봐도 30대였다. (웃음) 중국에 숨어 지내는 장면에서는 청나라 모자가 잘생겨 보일 수가 없었다. 하필 그 모자를 쓸 때만 촬영 장소에 관광객들이 엄청 많이 와서 너무 괴로웠다. 신부복도 보기엔 멋있지만 사실 화장실 등을 고려하면 말도 안되는 복장이었다. 여러모로 중국 배우들과 신부님들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Q 상업영화 특유의 오락성보다는 '전기적인' 재현에 집중한 듯하다. 150억이 투자된 영화인만큼 그런 선택에 있어 신중했을 것 같다

    A 김대건 신부에 대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체계적 극화가 가능한 시나리오와 연출가, 그리고 충분한 자본과 기술이 필요했다. 또 상업적 가치보다 시대적 정신을 가지고 삶을 드리는 위대한 헌신이 필요했다. 그래서 지금에 와서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다. 물론 상업적인 도전도 있어야 하니까 결국 쉽지 않은 용기 끝에 제작된 거다.

    영화는 대단히 고증에 가깝다. '드라마 흐름이 없고, 왜 계속 서술만 하느냐'며 우리 영화를 비판하기도 하는데 전기 영화로서의 의무도 다해야 된다. 상업적으로 어디까지 재미있게 갈 것인지 생각했지만 관조하면서 모든 것을 보여주자는 마음이었다. 흥행도 중요하지만 이 영화가 남아서 자료가 되려면 최대한 자세하게, 왜곡 없이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런 위대한 결정들도 존중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대건 신부에 대해) 남겨야만 했고, 기록해야만 했다. 지금 영화에 쓰지 않은 분량이 2배인데 극적인 재미를 추가해서 공개하기보다 김대건 연구자들에게 자료 차원에서 제공하려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들었다.

    민영화사 제공민영화사 제공Q 서양의 학문을 배우면서도 정작 조국인 조선은 외세의 압박 속에 놓여 있었던 김대건의 상황이 복잡해 보였다. 조선을 무시하는 영국 대사에게 '조선의 백성들은 결코 나라를 버리지 않는다'는 김대건의 대사가 그런 심경을 대변하는 것 같았는데

    A 조선을 근대화 시키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을 거다. 그 대사는 '애국심'이라기 보다는 조선인들의 '저력'에 대한 이야기다. 조선 사회 공동체는 유교를 기반으로 유지됐지만 이제 그 에너지가 다했고, 존중과 사랑, 새로운 학문과 종교가 와야 하는 시점이었다. 식민 사관의 주장을 보면 조선이 마지막까지 국제 정세를 깨닫지도 못하다가 당한다는 식이다. 그런데 거기에 반박은 할 수 있을 거 같다.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저도 놀랐던 게 이미 당시 조선 지식인들은 국제 정세를 파악하고 있었다. 아편 전쟁으로 세계의 중심이라 여겼던 중국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가는 것을 보며 지금의 시각과 똑같은 내용의 서신을 주고 받았다. 아마 좋은 제도와 지도자가 있었다면 건강하게 근대화로 나아갈 수 있었을 거다.

    Q 김대건은 신념이 있는 청년이었다. 본인도 배우로서 저버릴 수 없는 신념이 있다면

    A 잘할 필요는 없지만 많은 것을 경험해야 한다. 할 줄 아는 것과 아예 처음 해보는 것과 다르다. 다양한 경험과 배움이 중요하다. 또 다른 하나는 정말 지켜지지 못하지만 매일 사람을 평가하지 말고, 편협해지지 말자고 다짐한다. 정답을 내면서 살아갈 순 없다. 잘못된 사람은 없고 다양하게 이해하면서 받아들일 줄 알아야 되는데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다. 고지식한 스타일이라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너무 힘들다. (웃음) 그런 점에서 차태현 형처럼 살고 싶다. 힘든 사람들이 태현이 형을 많이 찾는데 형은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준다. 예능이나 연기나 그 모습 자체가 따뜻하다.

    Q 벌써 30대 중반이다. 앞으로의 배우 생활을 위해 그리고 있는 청사진이 있을까

    A 어디로 촬영을 가든 중간 나이다. 어려웠던 선배님들과 술자리를 해도 이질감이 없다. (웃음) 삶의 포지션이 딱 가운데에 있는 것 같다. 돌아보면 제 2030은 주인공으로서 말도 안되는 복을 받아서 연기를 해왔다. 꼭 1번 주연이 아니더라도 작품 안에서 스토리를 이어줄 수 있는, 그런 좋은 중간자 역할을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개인의 삶에 있어서도 멋진 선배이자 후배가 되면 좋겠다.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말 그대로 '좋은' 배우이자 '좋은' 사람을 뜻한다. 함께 일하는 사람도 자부심을 느끼고, 좋은 그런 배우가 되고자 꿈꾸면서 살아간다. 사람 윤시윤이 배우 윤시윤에게 먹칠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너무 성공하니까 거만해져서, 혹은 너무 모자라서 그런 일을 하지 않도록 기도한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살면 그게 축복이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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