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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 논란에 이어 '낙하산'까지…뒤숭숭한 금융권

금융/증시

    관치 논란에 이어 '낙하산'까지…뒤숭숭한 금융권

    금융권 수장 첫 교체기 앞두고 특정 외부 인사 임명설 '솔솔'
    인사는 그 자체가 메시지…금융권 긴장
    이복현 금감원장, 우리금융 손태승 회장 향해 "현명한 판단 하셔야"
    손태승 회장 대법원서 징계청구 '승소' 확정
    NH농협금융 손병환 대신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단독 추천
    신한금융 조용병, 회장 후보 결정 앞두고 갑자기 '용퇴' 선언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후임에 정은보 전 금감원장 '설왕설래'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내년 초 국내 금융사의 최고경영자(CEO) 교체를 앞두고 금융권에서 '낙하산'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의 수신금리 인상 자제령 등 시장의 자율성을 위축시키는 '관치 논란'에 더해 연말 금융권 전반이 뒤숭숭한 분위기다.

    우리금융지주 겨냥한 이복현 금감원장의 발언들


    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들 보호를 위해 시중 은행들에 적정한 예대금리차 관리를 주문하는 것은 정부 정책 방향 설정 범주에 포함되는 정당한 지시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특정 시기 예·적금 금리인상 자제와 특정 금융사 CEO에 대한 외부 인사 선임 움직임 등은 금융권 전반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인사는 메시지'라는 점에서 당장 금융권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최근 예사롭지 않은 발언은 검찰 출신 첫 금융감독원 수장인 이복현 원장으로부터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윤석열 사단' 일원으로 통했던 이 원장은 금감원장에 임명될 때부터 파격이었다.

    이 원장은 지난달 14일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고경영자(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 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하게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언뜻 보면 금융당국으로서 합리적 발언처럼 들릴 수 있지만 문제는 시기였다.

    금융위원회가 닷새 앞선 같은 달 9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과거 우리은행장 재임 당시 발생한 라임펀드 환매중단 사태의 책임을 물어 '문책 경고'라는 중징계 결정을 의결했기 때문이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우리금융그룹 제공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우리금융그룹 제공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 결정 다음 날인 10일에도 이 원장은 "급격한 시장 변동에 금융 당국과 금융기관들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한다"며 "당사자(손 회장)도 현명한 판단을 내리리라 생각한다"며 중징계를 받은 손 회장을 압박했다.

    나흘 후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놓은 발언과 겹치면서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손 회장의 퇴진을 우회적으로 압박한 발언으로 해석했다.

    지난 2020년 파생결합펀드(DLF)과 관련해 중징계를 받은 손 회장은 이후 징계 취소 청구 소송을 냈고, 1심과 2심에서 이미 승소한 상태였다. 대법원 2부는 15일 손 회장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문책 경고 징계를 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윤석열 정부 취임 후 첫 금융 CEO 교체기 '주목'


    금융권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손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금융 당국이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압박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들어 금융사 CEO에 대한 대규모 교체 시기가 처음 시작됐다"며 "외부인사 임명 등 낙하산 인사 정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NH농협금융지주 제공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NH농협금융지주 제공
    NH농협금융지주 손병환 회장은 내부 출신으로 연임이 유력했다. 통상 농협금융 회장직은 임기 2년 수행 뒤 1년을 더 보장받았다.

    특히 디지털금융 전문성을 갖춘 데다 농협금융 최대 실적을 냈다는 점에서 손 회장의 임기 연장을 의심하는 내부 인원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NH농협금융은 이달 12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손 회장 후임에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이 전 실장은 윤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정책자문단 총괄간사와 당선인 특별고문으로 활동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신한DS 제공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신한DS 제공
    신한금융지주 역시 연임이 유력했던 조용병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 결정을 목전에 앞두고 갑자기 사퇴했다.

    조 회장은 올해 6월 부정채용과 관련해 대법원으로부터 무죄를 확정받아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났고, 신한금융의 경쟁력을 강화시켰다는 평가 속에서 연임이 예상됐다.

    하지만 조 회장은 갑자기 용퇴 의사를 밝혔고,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 8일 진옥동 신한은행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연합뉴스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연합뉴스
    내년 1월 임기가 종료되는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자리에도 관료 출신 인사가 거론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후임으로는 정은보 전 금감원장 이름이 오르내린다. 정 전 원장은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과 사무처장, 부위원장 등을 거친 금융관료 출신이다.

    전국금융산업노조와 기업은행 노조는 "직전 금감원장이 피감기관인 기업은행 수장으로 온 전례는 없다. 정 전 원장이 임명될 경우 출근저지 투쟁 등 강경 투쟁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KDB산업은행 강석훈 회장. 황진환 기자KDB산업은행 강석훈 회장. 황진환 기자
    앞서 윤석열 정부는 지난 6월 KDB한국산업은행 회장에 정치인 출신인 강석훈 전 의원을 임명하기도 했다.

    강 회장은 19대 국회의원과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정책특보를 거쳤다. 특히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이라는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 수행을 위한 작업을 착착 진행 중이다.  

    국내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내부 출신이 회장을 맡아온 BNK금융 역시 최근 외부 인사도 회장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도록 CEO 경영승계 규정을 개정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부의 '낙하산' 인사 투입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끊이질 않는다.

    예적금 금리 인상 자제령…금융권에선 "이치에 맞지 않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가운데)이 지난 7월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5대 금융지주 회장단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박종민 기자김주현 금융위원장(가운데)이 지난 7월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5대 금융지주 회장단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박종민 기자
    금융사들의 '눈치보기'는 CEO 인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은행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은행권으로 자금이 쏠려 제2금융권 등에서 유동성 부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은행들이 금리 상승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경제에 부담을 줄일 방안을 고민해 달라"고 직접 주문했다.

    사실상 '예적금 금리 인상 자제령'으로 연 금리 5%대 예적금 상품이 일시에 사라졌다.

    지난달까지 5대 시중은행에서는 5% 넘는 예금 상품이 적지 않았지만 현재는 모두 5% 밑으로 내려갔다. 16일 기준 5대 은행 주요 정기예금 금리는 4.44~4.88%로 상단이 지난달 말(5.10%)에 비해 약 0.22%포인트나 떨어졌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는 적정한 예대금리차 운용으로 수신금리는 올리고 대출금리는 내려 은행권의 과도한 '이자 장사'를 막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 예적금 금리가 상승하자 그동안의 입장을 180도 바꾼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대금리차 공시를 제도화하면서 은행들의 대출금리 상승과 연동해 수신금리 경쟁을 부추킨 것은 정부였는데, 이제와서 예적금 금리 인상을 자제하라고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낙하산' 인사와 '금융관치' 논란에 대해 금융권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는 이유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금융사들이 정부의 정확한 의도가 뭔지 눈치만 살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낙하산 인사 투입 논란 등이 현실화되면 저항도 만만찮게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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