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고체연료로 로켓엔진을 연소하는 시험에 성공했다고 오늘 아침 발표했습니다.
그동안은 액체연료 계열의 미사일을 주로 개발해 왔거든요. 그런데 고체연료를 쓰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등을 개발하게 되면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미국의 대처까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해요.
CBS의 대표 밀리터리 덕후입니다. 국방부 담당하는 김형준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일단 북한이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대출력 고체연료발동기, 말이 너무 어려운데 이게 뭡니까?
[기자]
북한은 기본적으로 외국 용어를 그대로 쓰지 않습니다. 우리말로 약간 바꿔서 사용하는데요, 쉽게 이야기하면 큰 출력을 내는, 대출력, 고체연료 로켓엔진을 말합니다.
미사일 연료는 액체랑 고체로 나뉩니다. 액체는 효율이 높지만 미사일에 연료를 미리 넣어둘 수가 없고, 고체는 효율은 조금 떨어지지만 미사일에 연료를 넣어둔 채로 몇 년씩 놔둘 수 있다는 각각의 일장일단이 있어요.
[앵커]
여기서 효율이란 게 폭발력을 말하는 겁니까?
[기자]
연소력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높은 추력을 낼 수 있는 힘을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크기가 좀 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을 개발하려면 고체연료 로켓엔진을 꼭 만들어야 하니까 거기에 한 걸음 더 다가간 셈이고 당연히 ICBM도 고체연료로 만들려고 하겠죠.
북한 발표를 보면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140톤포스 추진력이 나오는 대출력 고체연료발동기 지상분출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라고 말합니다.
톤포스라는 건 추진력의 단위예요. 쉽게 말씀드리면 1톤을 공중으로 밀어 올릴 수 있는 힘을 1톤포스라고 합니다. 140톤포스니까 140톤을 밀어 올릴 수 있는 힘이예요.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이 엔진 시험을 참관했는데, 지난해 초 8차 노동당 대회에서 제시했던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의 전략무기부문 최우선 5대 과업실현을 위한 중대 문제를 훌륭히 해결했다'며 과학자들을 칭찬했고요.
한 술 더 떠서 "최단기간 내에 또 다른 신형전략무기의 출현을 기대한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사실 청취자 분들께서는 액체와 고체연료라는 게 상당히 생소한 이미지입니다. 저를 포함해서. 고체연료라는 건 뭐고 이 미사일을 북한이 개발하게 되는 게 우리에게 어떤 위협이 되는 건가요?
[기자]
북한이 지금까지 주로 만들었고, 우리 언론에도 자주 나왔던 화성 계열 미사일들은 액체연료를 사용합니다.
이 액체연료가 독성이 아주 강해요. 미리 연료를 넣어 두면 미사일이 부식됩니다. 그 연료를 넣는 시간도 오래 걸려서 발사 준비를 했다, 하면 한미 정보당국에 포착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만든 해결책이 뭐냐, 미사일을 만약에 우리를 향해 쏘려고 한다면,
[앵커]
준비하는 동안 우리가 사격할 수 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리 탐지한 뒤에 선제타격해서 미사일 공격을 막는 개념이예요. 이게 그 유명한 킬 체인입니다. 이걸 정식으로 채택했고요.
그런데 고체연료는 액체연료보다 연소 효율은 별로 안 좋아요. 그런데 일단 한 번 연료를 넣어두고 나면 몇 년씩, 그냥 오랫동안 계속 보관했다가 언제든지 쏠 수가 있어요. 우리가 낌새를 미리 알기가 어려워지고 그만큼 킬 체인, 즉 선제타격을 하기도 어려워지는 겁니다.
지난해 초 8차 노동당 대회의 사업총화, 즉 결산보고를 보면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수중 및 지상고체발동기 대륙간탄도로케트 개발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건데요.
그러니까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과 SLBM을 고체연료 기반으로 만든다는 얘기입니다.
김형준 기자[앵커]
오늘 한국국방연구원, KIDA에서 열린 북한군사포럼에 직접 다녀오셨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상민 북한군사연구실장이 오늘 보도된 내용에 대해 언급했는데, 한 번 들어 보시죠.
"결국은 고체추진 ICBM, 2017년 공개했던 북한판 토폴-M이나 중국의 DF-31A를 닮은 고체추진 ICBM을 목표로 개발하고, 그렇게 됐을 때 현재 사용되고 있는 화성-15형, 17형, 이런 것들은 우주발사체로 전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앵커]
아까 140톤을 밀어 올릴 수 있는 힘, 140톤포스를 말씀해 주셨는데 안 와닿거든요. 어느 정도의 파괴력, 혹은 효과를 가진 미사일이 등장하게 된다고 이해를 해야 되나요?
[기자]
기존 미사일의 예를 들어서 설명해 드릴게요. 화성-12형, 14형, 15형, 17형 미사일에 쓰이는 액체연료 백두산 엔진이 80톤포스짜리 엔진을 2개 묶은 쌍둥이 엔진입니다.
12형과 14형은 이 엔진을 반 세트, 그러니까 1개만 썼고요,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화성-15형이 한 세트 2개를 통째로 써서 160톤포스 정도가 나옵니다.
전문가들이 일반적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ICBM을 만들려면 100톤포스 이상을 내는 엔진이 필요하다고 설명을 해요. 고체니까 아마 140톤포스보다 실제 추진력은 조금 떨어질 것 같긴 합니다. 그럼에도 ICBM을 만들 수 있는 출력은 충분히 나옵니다.
[앵커]
사전에 탐지가 어려우면서도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데는 충분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들 수 있게 된 거다, 그렇게 되면 상황이 어떻게 변합니까?
[기자]
북한이 실제로 우리한테 핵무기를 사용한다고 가정해 볼게요. 그러면 미국이 북한에 핵보복을 하기로 약속이 돼 있습니다. 쉬운 말로는 핵우산, 정식 용어로 확장억제라고 불러요. 이게 상당히 망설여질 수가 있는 거예요.
옛날에 프랑스가 자체 핵개발을 시작하면서 당시 드골 대통령이 미국 케네디 대통령에게 한 말이 있습니다. "미국은 파리를 위해 뉴욕을 포기할 수 있느냐".
이게 무슨 말이냐면, 만약에 프랑스가 소련의 핵공격을 받는다고 가정할게요. 안 그래서 다행이지만요. 그렇게 되면 미국이 소련에 핵보복을 하는 게 원칙입니다. 그러면 소련이 뉴욕이나 워싱턴 DC를 노리고 핵공격을 하겠죠. 그러면 그렇게 과감하게 미국이 결정할 수 있겠느냐,
[앵커]
너희 감당할 수 있냐,
[기자]
우리한테 맞게 바꾸면 이렇게 되겠죠. "미국은 서울을 위해서 LA를 포기할 수 있느냐". 미사일 전문가인 한국항공대 장영근 교수의 말 들어보겠습니다.
"ICBM은요, 실제 미국하고 전쟁하겠다 이런 개념은 아니고 미국에 대한 억제력 갖추는 게 가장 시급한 거고요. 실질적으로 ICBM을, 나중엔 장거리 SLBM을 포함해서 하게 되면 굉장히 위협적인 거죠. 화성-17형 같은 것은 괴물 어쩌고저쩌고 하지만, 운용성이나 생존성 같은 것은… 이미 다 볼 수 있으니까."
[앵커]
미국이 우리를 공격하면 우리도 언제든 미국이 채 준비할 새도 없이 핵미사일을 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런 차원의 억제력을 북한이 갖추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이번에 개발한 고체연료 엔진을 앞으로 어떻게 사용하게 될까요?
[기자]
사실 다음은 이거다, 라고 딱부러지게 말하긴 어렵습니다. 제가 순서까지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예상되는 것이 몇 가지 있긴 한데요, 자연스럽게 예상되는 게 있어요.
일단 엔진 시험에 성공했으니까 그 엔진을 가지고 실제 미사일을 조립해서 쏴 보겠죠.
제가 북한 군사나, 혹은 미사일을 다루는 여러 전문가 분들한테 여쭤봤어요. 일단 북한대학원대 김동엽 교수, 이 분은 해군 중령 출신입니다. 이번 미사일 엔진 크기가 2미터 미만으로 보인대요.
[앵커]
작은 겁니까?
[기자]
네, ICBM 치고는 작습니다. 그래서 그전에 공개했던 북극성-5ㅅ 같은 SLBM용 엔진일 것이라고 추측을 합니다.
문제가 있는데, 북한에서 SLBM 발사용으로 쓰는 고래급 잠수함이 별로 신통치가 않아요. 한 번 발사하면 수리를 받아야 하고 이러는 지경인데요. 그래서 현재 구형 로미오급 잠수함을 개조해서 신형 SLBM 잠수함을 만들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진수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계속 언급드렸던 8차 노동당 대회에서 핵잠수함도 만들겠다고 했지만 핵잠수함은 안에 원자로도 들어가야 하고 재료도, 형태도 굉장히 어려운 기술이예요.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이춘근 선임연구위원, 이 분도 미사일·핵 전문가입니다. 이 정도 크기로는 북한이 쓰던 고체연료 재료를 갖고 큰 추력을 내기가 어렵다는 말이 있어요. 그래서 신형 연료를 개발하지 않았을까, 이런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또 이러한 크기 문제 때문에 곧바로 ICBM으로 가기보다, 화성 미사일도 그랬거든요? 화성-12형이 IRBM인데, 사거리 5500km 미만 중장거리 미사일부터 먼저 만들어서 시험할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대형 말고 중장거리부터?
[기자]
중장거리에서 시작해서 장거리로 간다는 거죠. 그렇게 되면 지난 10월 4일에 했던 것처럼 또 일본 열도를 넘어서 실제 사거리로 쏴서 태평양에 보낼 수도 있고요, 또 아직까지 정확히 검증하지는 못한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도 시험을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해볼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