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기업이 상용직 노동자 1명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이 코로나19 사태 진정 효과로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기업에서는 코로나19로 묶어두었던 성과급 등을 풀어놓은 반면,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대면서비스업에서 저임금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회복 속도에도 차이가 커 그동안 꾸준히 개선됐던 대기업-중소기업 간의 노동비용 격차가 사상 처음으로 확대됐다.
고용노동부가 20일 발표한 '2021 회계연도 기업체노동비용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지난해 상용근로자 1인당 월평균 노동비용은 585만 원으로 전년(540만 8천 원) 대비 8.2% 증가했다.
'노동비용'이란 업체가 상용노동자를 고용하면서 부담하는 모든 금액으로, 이 가운데 급여 및 상여금, 성과급 등 임금총액을 '직접노동비용'으로 분류한다.
간접노동비용에는 퇴직일시금이나 중간정산금, 퇴직연금 연간 적립액 등을 합한 '퇴직급여 등 비용',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에서 기업이 반드시 부담해야 하는 '법정노동비용', 교통비, 식사비나 자녀 학비보조 등의 '법정외복지비용', 그리고 채용 및 교육훈련비를 합한 '채용, 교육훈련비' 등으로 구성된다.
이번 상승률 8.2%는 2004년 상용노동자 10인 이상의 회사 법인을 조사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기록이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임금수준이 낮은 서비스업 근로자 수가 감소했다"며 "2년간 축소되었던 상여금 및 성과급이 확대되는 등 직접노동비용이 증가하고, 퇴직연금 연간 적립액도 증가해 간접노동비용이 증가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년인 2020년에는 노동비용이 1.3% 증가에 그쳐 전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로 저점을 찍었던 2009년(0.5%) 이후 11년 만에 가장 낮은 기록이었다.
노동비용을 항목별로 나눠보면 임금 등 직접노동비용은 462만 7천 원으로 전년대비 8.0% 증가했고, 퇴직급여 등 간접노동비용은 122만 4천 원으로 8.8% 증가했다.
직접노동비용 중에서 정액급여 및 초과급여(382만 3천 원)도 5.3% 증가했는데, 상여금 및 성과급(80만 3천 원)은 2019년, 2020년 2년 연속 축소됐던 기저효과와 함께 지난해 제조업, 금융·보험업 등의 실적 개선 등에 힘입어 22.9%나 증가했다.
간접노동비용 중에서는 퇴직급여 등의 비용이 1인당 월평균 52만 9천 원으로, 퇴직연금 연간 적립액이 증가하면서 12.1%(+5만 7천 원) 증가한 점이 눈에 띈다.
고용노동부 제공노동부 정향숙 노동시장조사과장은 "퇴직급여 등의 비용에서 퇴직연금 적립액의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한다"며 "적립액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는데, 경기나 실적이 좋아지면 연금에 더 많은 돈을 적립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간접노동비용 중 법정 노동비용은 건강보험료율 상승과 임금 상승 등이 반영된 영향으로 5.9%(+2만 4천 원) 증가해 42만 1천 원을 기록했다.
또 법정외 복지비용은 6.5%(+15천원) 증가한 24만 9천 원이었고, 교육훈련 비용과 채용 관련 비용은 각각 14.4%, 14.8%씩 늘어난 1만 8천 원, 6천 원이었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금융 및 보험업'의 비용이 1057만 2천 원(+7.6%), '전기, 가스, 증기 및 공기조절 공급업'이 919만 6천 원(+0.3%), '제조업'이 662만 6천 원(+9.7%)을 기록해 가장 높았고, '사업시설관리, 사업지원 및 임대 서비스업'이 301만 1천 원(+1.7%)으로 가장 낮았다.
특히 300인 미만 기업체의 1인당 월평균 노동비용은 479만 5천 원으로 5.2% 증가한 동안, 300인 이상은 712만 9천 원으로 10.1% 증가했다.
이로 인해 300인 미만의 노동비용이 300인 이상과 비교해 67.3% 수준으로 전년(70.3%)보다 축소했다. 이러한 낙폭(3%p) 역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 기록이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300인 이상의 경우 반도체 등이 포함된 '전자부품, 컴퓨터, 영상, 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 등에서의 상승률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 과장은 2019년(68.2%)과 2018년(67.8%), 2017년(65.5%)의 상대수준과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이라고 지적하면서 "2020년에 코로나19 사태로 성과급 등의 지급이 감소하면서 대기업의 노동비용이 크게 줄어든 탓에 상대수준이 급격히 증가했던 일이 오히려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