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 경기북부경찰청 제공경찰이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이기영(31)의 신상을 공개했다.
경기북부경찰청은 29일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의 얼굴과 실명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현행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은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 △피의자가 해당 범죄를 저질렀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을 때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과 재범방지 등 공익을 위할 때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기영은 지난 20일 오후 11시쯤 경기 고양시의 한 도로에서 음주운전 중 택시와 접촉 사고를 낸 뒤 택시 기사인 60대 남성 A씨에게 합의금을 준다며 파주시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가 둔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옷장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 8월 파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집주인인 전 여자친구 B씨를 흉기로 살해한 뒤 인근 공릉천에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기영의 범행은 그의 여자친구가 고양이 사료를 찾기 위해 집 안을 뒤지다가 발견됐다. 여자친구는 옷장 속에서 피해자 A씨의 시신을 발견하고 충격 속에 112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범행이 모두 우발적이었다는 이기영의 주장과 달리 금품을 노린 계획적 범행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수사를 진행중인 일산동부경찰서는 이기영의 통신 기록과 금융계좌 거래내역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영장을 전날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다.
택시기사 살해범 영장실질심사. 연합뉴스경찰 조사에서 이기영은 "지난 8월 7~8일 집주인이자 동거녀였던 50대 여성 B씨와 생활비 문제로 다투다 홧김에 그랬다"고 진술했다. 이어 "집 안에서 자전거 수리 중 다툼이 생겼다"며 "들고 있던 둔기를 던졌는데 죽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집 내부 감식 결과 벽에서도 핏자국이 발견되는 등 우연한 사고로 보기 어려운 정황 등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기영은 추가 범행 가능성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캠핑용 왜건에서 발견된 혈흔은 처음에 B씨의 시신을 넣어서 옮기려다가 작아서 천으로 된 차량용 루프백에 다시 담는 과정에 묻었다는 것이다.
그는 피해자들의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대출받는 등 7천만원을 썼으며, 동거녀 명의 아파트에는 3개의 카드사로부터 1억여원의 채무로 인한 가압류가 걸린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기영이 짧은 기간 연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만큼 고의성을 입증하기 위해 사이코패스 검사도 이날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경찰은 강호순 연쇄살인사건(2009년) 이후 법령을 정비, 2010년 6월 서울 영등포구 한 초등학교에서 여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49)의 얼굴 사진을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