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부 장관. 박종민 기자▶ 글 싣는 순서 |
①이종섭 "日 한반도 '반격' 땐 우리 주권 존중할 것, 동의도 반드시 필요" ②이종섭 "인구절벽? 장기복무선발 확대-근무여건 개선으로" (끝) |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앞으로 우리 군을 기다리고 있는 인구절벽 문제에 대해 "장기복무 선발을 확대해 직업안정성을 강화하고 근무여건을 개선하는 등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초급간부 소요를 축소하고 장기활용, 비상근예비군을 확대하는 등 여러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잇따라 수출에 성공하는 쾌거를 기록한 방위산업에 관해서도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이러한 기조를 국정과제로 해 앞으로도 잘 이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지난 26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나 여러 국방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다만 이 인터뷰 직후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이에 대한 내용은 반영되지 않았다.
병역자원 감소 문제에 "직업안정성과 초급간부 근무여건 개선, 장병 인권보장 신경써야"
2021년 12월 20일 강원 철원군 육군 3사단 백골부대 OP(관측소)를 찾아 전방지역을 바라본 윤석열 대통령. 국회사진취재단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방부는 기존의 캐치프레이즈인 '강한 안보, 자랑스러운 군, 함께하는 국방'을 '튼튼한 국방 과학기술 강군'으로 변경했다. 기존의 '국방개혁 2.0'도 '국방혁신 4.0'으로 변경했고, 내년 초 세부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미래 전장환경을 주도하는 인공지능(AI) 과학기술 강군으로 거듭나기 위해 기존의 절차와 방법을 과감히 탈피한 국방혁신 4.0을 기획했다"며 "AI·무인·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북한 핵·미사일 대응, 군사전략·작전개념, 핵심 첨단전력, 군 구조·교육훈련, 국방R&D·전력증강체계 분야를 혁신해 경쟁 우위의 AI과학기술 강군을 육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AI 등 첨단과학기술을 국방 전 분야에 적용하여 싸워 이길 수 있는 강군으로 거듭나는 것"이라는 얘기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한 추진전략으로 3가지를 제시했는데 ① 선택과 집중, 우리 군의 본질적 변화가 요구되는 핵심분야를 선정하여 노력을 집중하고 ② 실현과 체감, 법률·제도·예산지원을 통해 실현 가능하고 야전 제대에서 실제 체감할 수 있는 발전적 변화를 추진하며 ③ 소통과 공감, 광범위한 소통으로 대내·외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문제는 과학기술 발전으로 인해 미래 전장 환경도 변하고 있다는 점과 함께, 우리에게 아주 심각한 수준의 인구절벽이 기다리고 있다는 현실에서 기인한다. 지난해 감사원이 예측한 2039년 병역의무자는 15만 1천명으로, 그 때까지 군이 현재 규모를 유지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단 국방부는 인터뷰 이틀 뒤 발표한 2023~27 국방중기계획에서 이 기간 동안 현행 50만명 규모 병력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김승겸 합참의장. 황진환 기자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병력 감소는 필연적이기에 현재 있는 병역자원이라도 잘 활용해야 한다. 이 장관은 여기에 대해 "최근 병 봉급 인상 등 영향으로 간부 지원율이 하락하고 있는데, 장기복무 선발을 확대해 직업안정성을 강화하고 단기복무장려금 등 경제적 인센티브를 대폭 확대, 초급간부 근무여건 개선 등 여러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미래 병역자원이 감소해 상비병력 유지 자체를 어렵게 하고 있으므로 병력충원을 위해 단기적으로는 현역판정률 상향, 전환복무 폐지, 보충역·대체복무·상근예비역 감축을 병행하겠다"며 "장기적으로는 징병제를 유지하면서 모집병과 여군 인력을 확대하고, 초임간부 소요를 축소하고 장기활용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군무원과 함께, 간부 출신으로 전역한 비상근복무 예비군을 활용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군무원은 국제전쟁법상 민간인이기에 전투에 참가할 수 없다. 문제는 전시에 향토예비군을 지휘해야 하는, 다시 말해 무기를 들고 전투에 참가해야 하는 예비군 지휘관 등이 현행 제도상 군무원이라는 점이다. 향토예비군들은 전시가 되면 어쨌든 군인인데, 지휘관은 민간인이라는 웃지 못할 상황이 일어나는 셈이다.
또한 비상근복무 예비군은 제도의 본래 취지와 어긋나게 해당 계급의 원래 정년(대위 43세, 소령 45세, 중령 53세 등)까지만 운용한다는 방침으로 운영되는 등 문제로 최근 인력미달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군은 최근 내년 비상근복무 예비군을 1500명 추가모집한다고 밝힌 바 있고, 1년에 180일 복무하는 '장기 비상근복무 예비군' 복무도 180일에서 100일로 축소됐다.
이 장관은 "군무원과 비상근복무 예비군은 임무, 근무형태 등이 서로 달라 대체해서 활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인구감소와 병력 감축 등에 대비하기 위해 비상근복무 예비군 숫자를 확대하고 있고, 올해 3800명 수준에서 2024년 약 5천명, 그 이후에도 계속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고만 답했다.
그야말로 '잊을 만 하면' 등장하곤 하는 여성징병제에 대해선 "병역소요 충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쟁점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모병제에 대해선 "일정 규모 이상의 상비병력이 필요한데, 병역자원 감소를 고려했을 때 전면적인 모병제 전환으로 상비병력을 충원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다만 몇몇 전문가들은 병역자원의 급격한 감소 움직임으로 인해 빠른 시일 내에 전면 모병제 전환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방부가 해당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신중하다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어 보인다. 물론 모병제 전환은 군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문제이기에 그렇기도 하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2022년 후반기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인터뷰 닷새 전인 21일 이 장관은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열었다. 국방부 장관은 군령과 군정을 모두 맡는 자리로, 작전지휘와 함께 평소 군이라는 조직을 유지하는 문제까지 모두 책임지고 있다. 때문에 이 회의에서 그는 최근 몇 년 사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장병 인권보장에 대해서도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 장관은 "회의에서 병사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현장 의견을 면밀히 검토하고, 각 군 사이 병역자원 입영률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등 국방부가 할 역할을 강조했다"며 "부대관리 측면에서는 힘들고 소외되는 장병들이 없도록 장병 급식과 의료지원 문제에 특히 관심을 갖고, 법·규정 준수, 총기·탄약 관리, 성폭력 피해 예방 등에도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요즘은 '방산' 하면 '비리' 아닌 '수출'…"국가 차원 지원 필요, 방사청은 효율성 높여야"
과거 '방위산업' 하면 '비리'가 곧장 떠오르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은 그게 아니라 '수출액'이 거론되는 세상이다. 올해 방산수출은 170억 달러 규모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최근 5년간 평균 대비 5배 수준으로, 국가적으로는 13만개의 일자리 창출과 46조원의 생산유발효과를 거두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방위산업은 인명을 살상하는 무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비판도 많이 받지만, 갈수록 혼란스러워져 가는 국제정세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산업이기도 하다. 취재진은 먼저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물었다.
이 장관은 "우리 방산기업들의 수준이 세계적으로 높아져 수요국이 원하는 우수한 성능의 무기체계를 적정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며 "우수한 무기체계도 수출로 이어지려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데, 방산수출이 궁극적으로 우리 군의 전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하고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11월 24일 직접 방산수출전략회의를 주관했고, 국방부·방사청·각 군에 더해 산업부와 외교부까지 모든 정부부처가 방산수출 지원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실천해 나가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방위산업은 '고객'이 국가뿐이기에 외교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 장관은 "대선 선거운동을 할 때도 국방 분야 공약에서 방위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키우고,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발전시키겠다고 했으며 외교안보분과 인수위원일 때 국정과제로 만들었다"며 "일관성 있게 큰 틀에서 방향을 정했던 것이 폴란드와 계약을 체결할 때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과 업체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으며, 어느 특정한 정부에서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짧은 기간에 될 수도 없다"면서도 "우리 정부 차원에서 했던 역할들도 분명히 아주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다만 자세한 내용은 대답을 자제했는데, 그러한 방법들이 일종의 '영업 노하우'이며 살상무기를 판다는 방위산업의 민감성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취재진은 이러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방법을 물었다. 이 장관은 "성과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기 위해 국가별 맞춤형 수출지원 전략과 제도를 강화하고, 고위급 인사가 해외를 방문할 때 우리 무기체계를 적극 홍보해 나가며, 구매한 나라들이 우리 무기체계의 품질에 만족·신뢰할 수 있도록 군이 운용 노하우·교육훈련·후속 군수지원을 패키지로 지원해 포스트세일즈(판매 이후 지원)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또 "방위산업이 향후 국가전략사업이자 미래 먹거리 산업이 될 수 있도록 방산기술 혁신펀드를 조성하고, 국방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민군 기술협력 강화, 인력양성 등 방위산업 생태계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 지원도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수출도 중요하지만 우리 군이 쓸 무기를 도입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 군에선 합동참모본부가 소요를 결정하고 타당성조사 등을 거쳐 도입에 들어가는데 문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그 결과 도입된 무기가 최신 기술을 적용받지 못해서, 분명히 신형인데 세계적인 수준으로 보면 구형인 경우도 허다하다.
이 장관은 이와 관련해 '효율성'을 강조했다. 그는 "투명성과 효용성 두 가지로 본다면, 과거에는 투명성을 많이 이야기했지만 이제는 효용성을 이야기해야 한다"며 "획득 체계도 절차를 간소화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국내 연구개발을 하면 전력화가 10년, 해외 도입해도 7~8년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효율성을 높여서' 좀더 잘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