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오후 경기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 모습. 황진환 기자지난해 12월 26일 북한에서 내려온 무인기 1대가 수도 서울의 영공을 휘젓고 북한으로 유유히 돌아갔다. 비상이 걸린 군은 후속대책 마련에 나섰고, 사건 발생 9일 뒤인 1월 4일 종합적인 대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9일만에 나온 대책이라는 점을 방증이라도 하듯, 이 대책들은 어딘가 허술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특히 드론에 대응하겠다며 별도의 사령부인 '합동드론사령부'를 만든다는 방안에 대해서 전현직 군 관계자들을 비롯한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패한 건 방어인데 해결책은 드론 공격?…"지적 타당한 점 있다, 공개 가능한 범위서 설명"
국방부는 4일 대책을 발표하면서 우리 군의 대드론 능력 확충 차원에서 "접적지역 전방에 대한 광역 감시와 식별 가능한 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탐지와 동시에 식별하며 다수의 항적을 동시에 추적하고, 저공비행을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겠다"고 밝혔다.
또 "드론타격체계, 안티 드론 건 등 여러 종류 타격체계를 조기에 확보해 탐지체계와 연동, 민간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운데 타격이 가능하록 추진하겠다"며 "무인기 위치 식별, 비행정보 공유 등 탐지·타격체계와 표적정보를 실시간 연동해 통합운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육군 제공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 오히려 그동안 우리 군에 부족했던 전력들을 도입하고, 매번 '따로 놀기' 일쑤인 육해공군의 합동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드론 방어보다는 드론을 통한 공격에 보다 치중한 것으로 보이는 부분 때문이다.
국방부는 "탐지가 어려운 소형무인기를 연내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스텔스 무인기도 연내 생산할 수 있도록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드론 킬러 드론(드론 잡는 드론) 체계를 신속히 개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군에서 어떠한 전력을 도입할 때는 우리가 현재 처해 있는 전략환경을 평가한다. 그 결과, 어떠한 목적을 위해 어떠한 성능을 가진 어떤 무기가 필요한지 판단내리고 이를 합동참모회의에서 결정한다. 이를 '소요결정'이라고 하고, 필요한 성능은 '작전요구성능(ROC)'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미 제시된 ROC에 따라 개발하는 과정이 아직 끝나지도 않은 '스텔스 무인기'를 어떻게 올해 안에 생산할 수 있느냐다. 일단 국방부 관계자는 "사실 현재 기술로 개발하고 있는 스텔스 무인기는 일정 수준 개발돼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미래의 ROC 등을 고려해서 크기도 소형보다 큰 편이고, 그 과정에서 여러 기술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확보한 기술로 소형 무인기를 빠른 시일 내에 제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방부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한 퇴역 장성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무기체계를 만들 때는 처음에 구상을 해서 제안서를 만들고, 또 ROC를 만드는 과정에서 일정한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라며 "뜬금없이 어마어마한 예산과 시간이 소요될 일을 툭툭 던지듯이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육군 특전사령관을 지냈던 전인범 퇴역 중장은 "북한은 이번 드론보다 훨씬 발전된 드론과 무인기를 보유하고 있을 텐데, 싼 값의 구식 정찰용 무인기를 운영해 잠자고 있던 대한민국을 깨웠다"며 "놀란 나머지 너무 성급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해결책이 아니며, 북한에 경고하고 무인기를 우리 국민 피해 없이 격추하는 방법을 구비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내실 있게 종합적인 준비가 있어야 유효한 대응책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 발표 당시 취재진 여러 명이 방공작전이 실패한 상황인데 군의 대책이 지나치게 공격에 치중돼 있다고 비판했다. 군 당국은 "현 작전체계상 문제가 있는 부분을 식별해 자산 배치를 조정하고, 이에 따라 실제 작전 수행 능력을 발휘하기 위한 훈련도 하고 있다"며 "방패 역할이 가장 먼저 강구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무인기는 방어적 성격의 장비로는 방어하기 어렵다. 드론 잡는 드론도 충분히 개발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서 이렇게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취재진의 지적에 타당한 점이 상당수 있고, 오늘 내용은 공개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설명드리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합동드론사령부를 '왜' 만드는지 납득 못 시키는 국방부와 합참
육해공군의 드론을 통합 운용하는 사령부를 만든다는 계획을 두고는 평가가 복잡하다. 국방부는 1월 4일 대책 발표 때 "감시정찰, 전자전 등 다목적 임무수행이 가능한 합동 드론사령부를 조기에 창설하겠다"며 "작전운용개념이나 지휘구조, 편성, 전력 등을 종합 검토해서 추진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12월 27일 국무회의에서 "북한의 주요 군사시설을 감시·정찰할 드론부대 창설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어제 사건을 계기로 해서 드론부대 설치를 최대한 앞당기겠다"며 "최첨단으로 드론을 스텔스화해서 감시·정찰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한 점을 반영한 대책이다.
2018년 창설된 드론봇 전투단. 연합뉴스사실 우리 군은 이미 지난 2018년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예하에 드론봇 전투단을 창설해 운용하는 중이다. 합참은 이에 대해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드론부대는 기존의 드론봇 전투단과는 차원이 다른 전략적, 작전적 수준에서 과학기술의 발전 추세, 전쟁 양상 등을 반영하여 창설할 것"이라며 "작전 운영 개념과 지휘구조, 편성, 전력 등을 종합적으로 계획하여 추진할 것이며 육군 지작사 차원을 넘어 모든 영역의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설명을 이해하려면 우리 군의 드론 운용 실태를 알아야 한다. 사실 우리 군에서 가장 큰 무인기인 공군 RQ-4 글로벌 호크에도 공격 기능은 없다. 드론들 대부분이 정찰 임무를 수행하는데, 뛰어난 성능으로 전략 수준의 정찰을 수행하는 글로벌 호크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작전사령부, 군단, 사단, 여단에서 운용하고 이 부대들의 작전을 지원하는 식이다.
민간에서는 혼용되지만 본래 군사적으로 '전략'과 '작전술' 그리고 '전술'은 모두 다르다. 간단히 정리하면 전략은 국가 단위의 전쟁(war)에서 이기기 위한 방법이다. 작전술은 전구(theater) 단위에서 여러 전투(battle)를 종합해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군사력 운용 방법이다. 전술은 한 곳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승리하기 위한 방법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국토 전체가 1개 전구, 즉 한국작전전구(KTO)로 취급되다 보니 전략과 작전술의 경계가 약간 모호한 경우들이 있기는 하다.
그렇기에 우리 군은 국가 단위 전략정찰은 공군 글로벌 호크, 지작사 차원에서 드론봇 전투단, 군단 규모에서 군단급 무인기 '송골매'와 같은 식으로 각 부대마다 운용하는 드론에 각자 다른 임무를 부여했다. 당연히 필요한 성능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다.
미 해군의 무인수상정(USV) 시 호크. 김형준 기자그런데 육군은 물론 해군과 공군이 보유한 드론까지 1개의 합동사령부가 통합 운용함으로써 어떠한 전략·작전·전술적 효과를 낼 수 있는지 군 당국은 아직 정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합참은 현재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창설 세부계획은 향후 구체화·발전시킬 예정이며 작전운용개념과 지휘구조, 편성과 전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뒤 추진할 예정"이라는 답변만 할 뿐이다.
합참의 상위조직인 국방부도 마찬가지다. 전하규 대변인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합동드론사령부 창설을 위해서 현 육군 항공사령관 이보형 소장에게 창설과 관련된 임무를 부여했다"며 "그는 항공전력운용, 전략·전력 분야 전문가여서 창설 임무를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육군에서만 운영하고 있는 드론과 관련된 부대(드론봇 전투단)가 있는데, 그런 부대의 임무수행을 넘어서 합동성이 발휘되어야 될 드론사령부를 필요로 하고, 그에 따라서 합동드론사령부를 창설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지만,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는 것 외에는 자세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전현직 군 관계자들 지적 "싸우는 방법, 상호운용성, 교육훈련은?", "육공군 대공방어체계 통합이 더 시급"
육군 제공이렇다 보니 군 당국조차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고 검토해 봐야 안다는 '합동드론사령부'에 대해서는 이견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먼저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우리 군은 육해공군이 제각기 다른 목적을 갖고 있고, 그 와중에 추진하는 유무인 복합체계(MUM-T)의 목적은 각군이 보유한 무기체계의 생존성을 향상시키기 위함이다"며 "이는 합동군 차원이 아니라, 잘해봤자 제병협동(1개 군종 안에서 2개 이상 부대가 함께 임무수행) 차원인데 사람과 무기체계만 모아놓았지, 상호운용성이나 교리가 제대로 있는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아예 안 만드는 것이 낫지만 굳이 만들어야 한다면 싸우는 방법과 무기체계의 상호운용성, 조직 형성의 각군 비율 등 충분한 연구를 거쳐 진행해야 전략적 가치가 있다"며 "육군의 경우 어느 병과학교에서도 드론 교육을 시키지 않고, 전술도 아무것도 없는데 교육훈련이 안 된 상태에서 어떻게 사령부를 만드나"라고 비판했다.
전인범 중장도 "드론과 무인기에 의한 전투는 새로운 것이 아닌데, 창설에 대한 구체적인 편성과 운영 개념이 없는 상태에서 효용성을 평가하기 어렵지만 너무 성급하게 답을 내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어 대단히 염려스럽다"며 "합동부대로 창설하는 것은 좋지만, 그로 인해 합참의 군령보좌 기능이 확대되면 합참의 구조를 변경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추가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드론부대를 공세적으로 운용하는 부대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방어와 공격의 영역을 모두 가질 것인지에 따라 규모와 편성이 정해질 것"이라며 "발표 내용으로는 공격과 방어 임무를 모두 수행할 것처럼 보이는데, 이렇게 되면 상당한 규모와 역할이 요구되어 우리 군 전체에 영향이 있을 것이므로 쉽게 만들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방부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한 퇴역 장성도 "별도 사령부를 만드는 식으로 할 것이 아니라, 대공방어체계와 관련돼서 육군과 공군이 현재 이원화돼 있는데 합참 차원에서 그런 문제부터 일원화시킬 필요가 있고, 그 과정에서 어차피 사령부는 필요하다"며 "육군과 공군이 이원화돼 있는 무기체계와 조직을 통합하기만 해도 굉장히 큰 시너지 효과가 있다. 한국형 3축 체계도 원래 서로가 모두 연결되도록 설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육군과 공군의 대공방어망이 통합적으로 네트워크가 형성돼야 하고, 실시간 상황보고와 전파체계가 만들어지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말단의 작전부대 차원에서만 그럴 것이 아니라 합참이 나서서 육군과 공군의 대공방어체계를 통합하고 그 방향에 따라서 조직을 만들고 예산을 집중하는 식으로 추진하는 쪽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합참 "어떻게 지휘해야 할지 고민하겠다"지만…급조대책이란 지적 피하기 힘들어
미 해군의 헬리콥터형 무인기인 MQ-8 파이어 스카우트. 김형준 기자이같은 지적에 대해 합참 관계자는 "합동드론사령부는 일단 합동부대이기 때문에 합참 예하에 둔 것이고, 현재도 어떤 차원에서 지휘해야 할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며 "전 영역(All-Domain, 지상·바다·공중·우주·사이버/전자전) 차원에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드론사령부가 필요하다. 비슷한 이유로 튀르키예군이 그런 사령부를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연구위원은 "별도 사령부가 생기면 그것이 중점이 돼서 예산 등을 확보하기 용이한 행정적 장점 등이 있는 것은 맞다"며 "이런 사건이 터졌으니 몇 년 전 야심차게 만들었던 드론봇 전투단의 방향을 제대로 잡고 갈 중요한 기회이긴 하지만, 방향성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령부가 생긴다고 저절로 임무가 부여되진 않으니, 드론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무인기에 대한 활용도를 현장에서 높이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떻게 싸우는가'다. 드론을 어디서 어떻게 사용할 것이냐에 대한 개념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규 합동사령부의 창설은 필연적으로 장성 임명을 필요로 하기에, 국방개혁의 취지인 장성 감축을 역행할 우려가 있다. 또한 사령관을 어떤 계급의 누구로 임명할지, 기능사령부(지원 분야의 각 부대들을 지휘하는 사령부)일지 전투사령부(보유한 전력을 운용해 실질적으로 전투를 수행하는 사령부)가 돼야 하는지도 매우 중요하지만 당국은 이에 대해 제대로 된 답변을 한 가지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앞서 서술했듯 전현직 군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이번 무인기 사건에 대한 대책이 보여주기식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시간을 두고 제대로 된 전략평가와 전력도입 그리고 부대 구조 개편이 이뤄져야 군의 혼선이나 세금을 낭비하는 일 없이 개선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군은 현재 방공작전 실패라는 대형 사건에 휘말린데다 대통령실, 여야 등에서도 서로 다른 요구들이 빗발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지 않아도 12월 29일 합참이 "북한 무인기는 P73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하지 않았다"고 단정적으로 강하게 부인했다가 1주일 만에 말을 바꾸게 된 일까지 감안해 보면, 군이 미래의 국방을 위해 정말 필요한 목소리를 내는 일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