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저출산고령사위원회 부위원장. 박종민 기자"나경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장관급인데 민간인이라는 게 말이 되냐"
대통령실은 기자간담회에서 정부 정책과 무관한 '출산 시 대출 탕감' 발언을 내놓은 나경원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해 격분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나 부위원장이 위원장인 대통령과 전혀 조율되지 않은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저출산 정책에 대한 혼선을 가중시킨 데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9일 "본인이 직접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 두 자리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른 관계자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임기가 3년인데 애초에 당 대표 나갈 생각이 있었으면 하지 말았어야지 여론조사가 좀 나온다고 당 행사에 가서 선거운동하는 게 말이 되냐"며 "장관급 공직자가 민간인 운운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나 부위원장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장관급 자리와 장관은 다르다"며 "나는 공직자가 아닌 민간인"이라고 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도 "본인이 당대표 선거에 나가는 것이 당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상황이 이런데 결단을 빨리 내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나 부위원장을 해촉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지만 일단 신중히 지켜보자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장 해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전당대회를 앞두고 신중하자는 입장"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연초 대통령께서 3대 개혁 의지를 밝히고 강력히 추진해나가는 시점에서 이런 불필요한 논란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나 부위윈장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출산 시 대출을 탕감해 주는 이른바 '헝가리 제도'를 언론에 발표한 데 이어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돈 없이 해결되는 저출산 극복은 없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지난 6일 브리핑을 갖고 "(출산 시 대출 탕감 발언은 나 부위원장) 개인 의견일 뿐 정부의 정책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나 부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대통령실의 우려 표명에 대해 십분 이해한다"면서도 "억측을 바탕으로 근거없는 곡해를 하는 일은 지양해 달라. 어쨌든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