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윤창원 기자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내려놓은 나경원 전 의원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1일 당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나 전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 말을 아낀 채 설날 이전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의 출마에는 향후 지지율 추이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나 전 의원이 압도적인 1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대통령실과의 대립으로 강제로 '비윤' 포지션에서 서게 된 나 전 의원의 지지율 추이가 그대로 이어질 수 있느냐가 변수다.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깡패'라는 나 전 의원의 존재감이 다시 확인됐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7~9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2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나 전 의원은 30.7%의 지지율로 1위 자리를 공고히 지켰다. 이번 조사는 대통령실과 나 전 의원의 마찰음이 공개된 지난 5일 이후 나온 첫 여론조사인데, 같은 기관에서의 이전 조사보다 오히려 지지율이 8.4% 상승했다. '김장연대'로 세몰이를 하고 있는 김기현 의원이 18.8%로 뒤를 이었고, 유승민 전 의원(14.6%), 안철수 의원(13.9%) 순이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오차범위 ±3.1%p.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친윤계는 나 전 의원을 일제히 견제하며 '제2의 이준석' 만들기에 나섰다. 곧바로 "지금 출마하고 싶은 유혹은 순간의 지지율 때문에 그렇다. 신기루 같은 것(김정재 의원)", "2년 전에 나 전 의원에게 조언하고 함께 했던 참모 그룹들이 거의 다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유상범 의원)"이라는 공격이 나왔다. 친윤계 한 의원은 "대통령실에서 사퇴마저 안 받아주고 있는 게 나 전 의원이 처한 상황"이라며 "대통령이 맡긴 자리도 박차고 나왔는데 대통령과 함께 가는 여당 대표가 되겠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순간에 '비윤'이 돼버린 당내 포지션이 나 전 의원의 압도적인 지지율에도 출마 여부를 고민짓게 하는 이유다. 현재 당심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대통령과의 불협화음이 지속될 경우 당원들이 지지를 철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윤계가 나 전 의원을 '제2의 이준석' 프레임으로 몰아가는 이유다. 이를 의식한 듯 나 전 의원은 이날 공개행보에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수차례 강조하며 '비윤' 이미지 탈피에 나섰다. 그는 "대통령실과 충돌로 비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럴 의도가 없다"며 "윤 대통령이 말하는 3대 개혁의 완성은 물론 정당개혁의 원년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출마 시 '반윤' 이미지가 씌워질 수 있지 않겠냐는 기자들 물음에는 "찍는다고 찍혀지냐"고 일축했다.
친윤과 비윤 사이의 애매한 스탠스가 두 그룹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친윤을 표방하면서도 탄압받는 이미지가 친윤표와 동정표를 흡수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은 '대통령을 잘 모시기 위해서'라는 메시지를 내면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게 아니라 윤핵관과 대립각을 세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당원들은 우리가 뽑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도와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지만 윤핵관에 대한 지지는 바닥"이라며 "김기현 의원과 연대한 장제원 의원 자체의 비호감도도 높은 상황에서 나 전 의원은 그런 당원 정서를 십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