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신년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방부는 올해 우리나라 최초의 군 정찰위성 1호기를 쏴 올리고, 지난해 2차례 시험비행에 성공한 고체추진 우주발사체의 최종 시험발사를 진행하는 등 정보·감시·정찰(ISR) 능력을 더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3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은 해병대의 사단급 연합상륙훈련인 쌍룡훈련과 함께, 20여개의 기동훈련(FTX)을 과거 독수리(Foal Eagle) 연습 수준으로 부활시킨다. 과거부터 쭉 컴퓨터 시뮬레이션(CPX) 방식으로 진행됐던 전구(theater)급 연합훈련 자체도 11일 동안 연속으로 실시하기로 했는데,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인 만큼 한반도 정세에 영향 또한 예상된다.
국방부는 11일 2023년 새해를 맞아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같은 내용을 보고했고,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를 직접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보고를 받은 뒤 "상대방에 의존하는 그러한 평화는 지속될 수 없는 평화이고 가짜 평화이다"며 "북한의 위협을 실효적으로 억제할 수 있도록 한미 확장억제의 분야별 협력을 더욱더 공고하게 만들고, 나아가 한국형 3축 체계의 능력과 태세를 획기적으로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이 장관은 밝혔다.
소형 무인기에 뚫린 서울 하늘…작전수행체계 손보고, 전자전 대응수단 구축
연합뉴스업무보고 내용이 한창 만들어질 당시엔 중심 내용이 아니었겠지만, 지난해 12월 26일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해 수도 서울을 휘젓고 북한으로 유유히 돌아간 사건의 여파도 반영됐다.
국방부는 "최근 작전에서 식별된 작전수행체계의 취약점을 면밀히 분석해 현존 전력을 활용한 작전수행체계를 신속히 보완하겠다"며 작전개념을 재정립해 ① 한미 감시·정찰자산 등을 활용해 무인기를 조기에 탐지·식별하고 ② 식별된 무인기를 추적하여 공중에서 다중 차단하며 ③ 물리적(하드킬)‧비물리적(소프트킬) 수단들을 선별 운용하여 적시적‧효과적으로 타격하는 체계를 갖추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탐지‧추적‧타격자산의 배치와 운용을 조정하고, 합참‧작전사 통제하 교육훈련체계를 보완해 전 제대가 참여하는 합동방공훈련을 주기적으로 시행하며, 실시간 정보공유와 대응절차를 점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북한 무인기 대응 능력을 증강하기 위해서 접적지역 전방에 대한 감시‧식별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하고, 대드론체계‧안티드론건 등 다양한 타격체계를 조기에 확보하며, 탐지와 타격체계 사이 실시간 표적정보 공유와 통합운용체계를 구축하겠다고도 발표했다.
이 모든 사항은 해당 사건에서 무인기를 격추시키지도 못한데다, 더 심각한 문제로 육군 1군단과 지상작전사령부 그리고 합참이 작전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수도방위사령부에 알려주지도 않는 등 지휘통제체계의 총체적 난국이 드러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 경우는 서로 다른 군종조차도 아닌 같은 육군의 현행작전부대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다.
실제로 이날 업무보고 현장에서 열린 토론에서 국방과학연구소(ADD) 정상준 박사는 "우리의 무인기 기술이 조만간 스텔스 무인기를 제작‧양산할 수 있을 만큼 진전돼 있고, 북한 무인기를 효과적으로 탐지‧식별‧추적‧격추할 수 있는 대응체계 발전을 위한 충분한 수준의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섭 장관도 브리핑에서 "지금까지 우리 군이 군사력을 강화하는 것, 즉 무기체계를 획득하고 전력화하는 이 과정에서 우선순위가 있다. 국방예산은 한정돼 있으니 무엇이 가장 위험하고, 대비하기 위해 뭘 갖춰야 하는지 평가해서 우선순위를 정한다"며 "소형 무인기는 정치적으로, 국민 심리적으로 보면 굉장히 불안한 요인이 되지만 군사적 수준에서 보면 크게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보았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국민들에게 굉장한 불안감을 주었다는 점에서 좀더 중점을 두고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갖고 있는 전력들을 어떻게, 어디에 배치함으로써 어떻게 효율적으로 작전할 것인지와 같은 것들을 재검토하고 있고, 주어져 있는 환경 속에서 작전 개념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을 검토해서 발전시키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사항은 북한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또 '합동드론사령부'를 조기에 창설해 감시정찰‧전자전 등 다목적 임무수행이 가능한 부대로 육성하고, 스텔스 무인기, '드론 잡는 드론' 등 공세적 운용개념에 기반한 무인기 핵심기술 및 체계개발을 가속화 하겠다고도 덧붙였지만, '합동드론사령부'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일단 이 사령부가 추구하는 것은 미군도 채택한 다영역(Multi-Domain) 또는 전영역(All-Domain), 즉 지상·바다·공중·우주·사이버/전자전이라는 '모든 영역을 유기적으로 활용하는' 개념이라고 한다. 국방부는 최근 떠오르고 있는 전략공간인 우주‧사이버/전자전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요구되는 능력과 기반체계를 확충하고 관련 정책‧전략을 발전시키겠다고 설명했다.
먼저 우주에서는 AI 등 첨단과학기술이 적용된 우주전력을 지속 확충하면서, 한미 우주토의식연습(TTX)과 국제우주연습‧훈련에 참여하는 등 우주 선진국과의 협력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또 민관군을 따로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흔한 사이버 영역에서 유사시 군의 역할을 명문화하기 위해 통합방위법을 개정하고, 지능화‧고도화된 사이버 전력을 구축해 나가면서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연합훈련도 시행할 예정이다.
전자전 분야 또한 최근 드론 요격을 위한 소프트킬에 쓰이기 때문에 주목받고 있지만, 사실 드론 요격은 전자전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세계의 실제 전장에서는 적의 통신을 마비시켜 지휘체계를 혼란에 몰아넣고 그 사이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는 등 전자전 영역 활용이 점점 더 주목받고 있다. 앞서 언급된 '발사의 왼편'도 사이버와 전자전 기술을 이용한다.
국방부는 국방 전자기능력 발전을 위한 기반체계 마련을 위해 전자기 스펙트럼 작전 수행을 위한 제도와 인프라를 확충하고, 작전수행을 위한 전력 확보를 병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부터 2029년까지 소프트킬 방식의 한국형 재머 등,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한 전자기전 수단과 전장관리시스템을 단계적으로 확보할 예정이다.
올해 첫 우리 독자 정찰위성 쏜다…고체연료 우주발사체도 곧 실용화
이와 함께 그전부터 '425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하던 우리나라 독자 정찰위성 1호기가 올해 발사될 예정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올해 후반기에 1호기를 발사할 예정으로, 2020년대 중반을 목표로 전력화해 운용할 예정이다"며 "해상도와 같은 측면에서 아주 월등한 첨단기술이 적용돼 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감시능력이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자 제공이 사업은 지난해 3월 30일과 12월 30일 2번 시험비행에 성공한 고체추진 우주발사체와는 별개다. 고체추진 우주발사체도 올해 마지막 시험발사를 진행할 예정으로, 그러면 425 사업과는 또다른 정찰위성 등을 저궤도에 비교적 저렴한 값으로 쏴 올릴 수 있게 된다.
업무보고와 함께 열린 토론에서 지난 연말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8기 6차 전원회의에 '위성발사체' 언급이 나온 것과 관련해, ADD 이도윤 박사는 "우리의 고체추진 위성발사체 기술이 북한에 비해 월등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고 여기에 대응하는 한국형 3축 체계에 대해서도, 먼저 북한 미사일을 선제타격해 무력화하는 '킬 체인(Kill Chain)'에 대해 극초음속 비행체 핵심기술을 확보해 북한 전 지역에 대한 정밀타격능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극초음속이란 마하 5(음속의 5배) 이상을 뜻하는데, 이 상태에서 자유롭게 궤도를 바꾸면서 날아가는 미사일이 극초음속 미사일이다.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요격 난이도가 상당히 올라간다.
ADD가 개발하고 있는 극초음속 비행체 '하이코어'. 김민석씨 제공국방부는 이것이 탄도미사일 기반 '극초음속 활공비행체(HGV)'인지 순항미사일 기반 '극초음속 순항미사일(HCM)'인지는 따로 밝히지 않았지만, 현재 ADD가 후자에 가까운 비행체 '하이코어'를 개발하고 있는 만큼 이와 관련돼 있다고 추정된다.
이와 함께 한미연합훈련과 연계해서 연합‧합동 미사일 타격훈련을 강화하고, 미사일 발사 전에 이를 교란‧파괴(발사의 왼편, left of launch)하는 개념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발사 뒤 요격(발사의 오른편, right of launch)에 속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를 위해서는 북한의 혼합공격에 대비해 장사정포요격체계(LAMD) 핵심기술과 L-SAM‧M-SAM 통합 운용체계를 발전시키고, 정례적 합동‧연합 미사일 방어훈련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사시 '참수작전'을 시행하는 특전사 707특수임무단의 대테러 훈련 모습. 연합뉴스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경우 특수부대를 침투시키거나 미사일 공격으로 지도부를 제거할 수 있다(참수작전, decapitation strike)는 능력을 갖춰, 결과적으로 그렇게 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대량응징보복체계(KMPR)에 대해서도 현무-4·5 미사일로 대표되는 고위력 탄도미사일 능력을 확충하고, 특수부대의 은밀침투능력과 특전사 특수임무여단의 전력을 보강하겠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특수임무여단은 기존 공수특전여단과 달리 짧고 치열한 전투를 통해 소기의 강력한 전투효과를 내기 위해서 경량화돼 있으면서도 고위력의 장비들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적진에 안전하게 침투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레이더를 피한다든가 하는 그런 장비들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미 도입된 공군 MC-130K 특수작전용 수송기, 현재 방위사업청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MH-47 특수작전용 헬기 등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확장억제'에 늘어난 우리 발언권…연합훈련 대폭 확대가 한반도 정세에 줄 영향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표방한 '한미동맹 강화' 또한 적극적으로 추진된다. 국방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보다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한미간 확장억제 협력을 심화하고 실질적‧구체적 이행방안을 발전시키기로 했다.
확장억제 분야별로는, 먼저 한미공조 강화를 위해 북한 핵‧미사일, 역내 미국 핵전력 배치‧운용 현황 등 핵 관련 정보공유 범위를 확대하고, 맞춤형 억제전략(TDS)을 올해 안으로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한 한미동맹 차원에서의 공식적인 대응책이다.
이를 위해 오는 2월 북한의 핵 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한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DSC TTX)'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합의된 내용으로, 국가안보와 연계된 여러 조직이 의사결정 과정을 시뮬레이션해 토론하고 결정하는 도상연습(TTX) 방식으로 진행된다.
연습을 위해선 군사 외에도 정치와 경제 등의 상황을 시뮬레이션해야 하기에, 이는 매년 한미연합훈련에서 전면전 상황을 가정하기 위해 쓰이는 시나리오인 MSEL(Master Scenario Events List), 국가적 차원 위기와 해결 과정을 묘사하는 정치군사게임(POL-MIL Game)과도 관련이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과거엔 한미가 TTX를 하더라도 주로 억제와 위기 관리 같은 측면에서 토의했는데, 이제는 확장억제 논의에 있어서 상황을 상정하는 것 자체의 폭이 넓어진다"며 "미 국방부와 합동전력사령부 등에서 오는 정책·핵 운용 전문가들이 모여서 각 상황별로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부분들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어떤 것이 타당한지 아닌지 확인해 가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런 결과들이 나오면, 예를 들어 'A라는 상황에 있어서 대응은 B라는 방안이 적절하겠구나'라는 의견의 공감대가 형성된다"며 "확장억제에서 우리가 강화해 나가기로 한 정보공유, 협의절차, 공동기획 및 실행은 따로따로가 아니라 계속 환류하는 것들이고 올해 DSC 개정에 이 결과가 반영되면서 발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소식통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같은 내용의 보고를 받은 뒤, "단순한 '훈련'이 아니라 실제 가능한 상황을 최대한 반영한 '연습'이 될 수 있도록 하라"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한반도에 전개해 우리 공군과 연합훈련을 벌이고 있는 미 공군의 F-22 스텔스 전투기와 B-52H 전략폭격기. 국방부 제공국방부는 또 미국 전략자산들의 한반도 인근 전개 빈도와 강도를 확대해 상시배치에 준하는 효과를 발휘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략자산 전개가 전면전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는 있더라도,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를 억제하는 데는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도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일부 취재진이 전략자산 전개와 관련해 우리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지를 묻자 국방부 관계자는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에 의해 지불되는 돈은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3가지로만 사용이 가능하고, 어떻게 사용되는지 모두 공개되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며 "비용 문제는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답했다.
올해 3월 다시금 재개되는 한미연합훈련, 즉 프리덤 실드(FS)에서는 11일 연속으로 훈련이 계속된다. 전구급 연합훈련 자체는 오랫동안 CPX로 진행해 왔지만 닷새 동안 1부 '방어'를 진행하고, 주말을 쉰 뒤 2부 '반격'을 진행해 왔는데, 올해는 1·2부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11일 연속으로 진행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해 온 방식(주말을 끼고 하는 것)과 실제 전쟁 상황은 약간 차이가 있어서, 작전들이 단계별로 연속성 있게 전환돼야 하는데 그런 부분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아서 실전적 면모가 조금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며 "이를 보완하고, 하루 24시간 계속 작전이 진행되더라도 요원들이 이를 24시간 계속할 수는 없기에 교대도 하면서, 실제 전쟁 상황이 얼마만큼 부담을 주는 것인지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을지 프리덤 실드(UFS) 연합훈련 당시 CPX 모습. 해군 제공특히 이 때 훈련과 연계해 한미 해병대의 연합상륙훈련인 쌍룡훈련을 사단급 규모로 확대하고, 20여개의 훈련을 과거 독수리 연습 수준으로 시행하는 등 FTX의 규모와 범위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모든 훈련들은 수십년 전부터 북한이 아주 강력하게 반발해 오던 것들인 만큼, 지난해 말 전원회의에서 강경한 대남 메시지를 내놓았던 북한의 도발과 무력시위 등도 함께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업무보고 자리에서 "적이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협할 경우 언제라도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춰 달라"고 강조하면서 "'교육훈련은 곧 작전이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이를 보다 내실 있고 실전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하며, 전 장병들이 전투임무 위주로 사고하고 행동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이 장관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