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우완 투수 조이현. kt wiz"올해가 가장 중요해요.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개명을 할 정도로 야구에 대한 간절함이 컸다. SSG에서 방출의 아픔을 겪은 우완 투수 조이현(27·kt)은 새 팀에서 새 이름으로 재도약에 나선다.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당시 조영우였던 조이현은 2차 5라운드 47순위로 한화의 지명을 받았다. 데뷔 첫해 6경기 평균자책점 10.64에 머문 조이현은 이듬해 1경기 출전에 그친 뒤 좀처럼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2019년 FA(자유계약선수) 정우람의 보상 선수로 팀을 떠나 SK(현 SSG)에 새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SSG에서 선수 생활도 순탄치 않았다. 2022년 새 시즌을 앞두고 입은 팔꿈치 부상을 입어 1군 진입에 실패했고, 그해 10월 방출 통보를 받았다.
13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만난 조이현은 당시 상황에 대해 "폼이 좋은 상태에서 팔꿈치를 다쳐 재활 과정에서 마음이 급했던 거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아파도 참고 던지다 보니 몸이 망가졌고, 2군에서도 성적이 안 좋았다"고 회상했다.
선수 생활의 기로에 섰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을 놓을 순 없었다. 조이현은 프로 복귀를 위해 매일같이 구슬땀을 흘렸고, 11월 열린 kt 입단 테스트에 합격하며 노력의 결실을 맺었다.
조이현은 한 달뿐이지만 소속팀이 없던 시간을 통해 많은 것을 느꼈다. 그는 "팀에 있을 때보다 더 힘들게 운동을 했던 것 같다. 준비를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면서 "다시 마운드에 올라올 수 있게 돼 감사했고, 지금 입고 있는 유니폼이 소중하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SSG 시절 조이현. SSG랜더스데뷔 10년 차를 맞은 조이현은 선수 생활을 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특히 투수와 타자를 겸했던 고등학생 시절 야구 인생의 운명이 뒤바뀔 뻔한 순간이 있었다.
조이현은 2012년 제주고 2학년 시절 120이닝을 소화할 정도로 팀의 핵심 선발 투수로 활약했지만 3학년이 된 이듬해에는 갑작스럽게 슬럼프가 찾아왔다. 이때 자연스레 타자로 활약하기 시작한 그는 타율 4할6푼7리(75타수 35안타)를 기록하며 '이영민 타격상'까지 수상, 타격에 두각을 드러냈다.
당시에 대해 조이현은 "3학년 들어 입스(갑작스러운 난조)가 왔다. 피칭을 하는데 공을 하늘에 던진 적도 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이어 "원래 타자도 겸해서 자연스럽게 방망이를 들었다. 그때는 타자가 더 재밌었던 거 같다"고 추억을 떠올렸다.
그럼에도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투수로 한화의 지명을 받았다. 조이현은 "나도 왜 투수로 지명을 받았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청소년 대표팀에도 타자로 뽑혀서 당연히 타자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투수로 지명해서 놀랐다"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한화에 이어 SSG에서도 투수로서 활약은 아쉬웠다. 조이현은 2019년 7경기 출전에 그치면서 타자 전향까지 고민했지만 구단이 만류했다.
조이현은 "2019시즌 성적이 안 좋아서 2020시즌을 앞두고 타자를 하고 싶어서 면담을 했는데 구단에선 내가 투수를 하길 바랐다"면서 "결과적으로는 그해 1군에서 많이 던질 수 있어서 좋았다. 그때 이후로 타자 전향에 대해 고민해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 35경기, 2021년 30경기로 점차 출전 기회를 늘려갔다.
개명 후 첫 시즌을 준비하는 kt 조이현. kt wiz조이현에겐 최근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유독 잦은 부상 탓에 선수 생활을 하면서 어려움이 많았고,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던 순간 아버지가 그에게 개명을 권유했다.
결국 지난 2021년 11월 개명 신청을 한 뒤 이듬해 3월 승인을 받아 '조이현'이란 이름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조이현은 "어렸을 때부터 몸이 자주 아팠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도 부상이 잦았다"면서 "답답한 마음에 아버지께서 개명을 권하셔서 하게 됐다"고 개명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개명 후에도 방출의 아픔을 겪었지만, kt에 입단하며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조이현은 "야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프지 않고 건강한 몸 상태로 야구를 하고 싶어서 개명을 했다"면서 "개명을 한다고 안 다치는 건 아니지만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해보고 싶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KBO 리그에는 NC 손아섭(손광민), SSG 한유섬(한동민), 키움 김태훈(김동준) 등 개명 성공 신화를 이룬 선수들이 있다. 팀 동료인 배정대(배병옥)도 개명 후 좋은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이현은 이들처럼 성공 사례를 남기는 것보다는 부상 없이 건강한 몸 상태로 야구를 하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그는 "개명을 해서 잘 된 것보단 그 분들은 원래 잘하시는 게 아닐까 싶다"면서 "모두 개인적인 사정이 있지 않았나 싶다. 나는 그저 아프지 않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제 새 유니폼과 새 이름으로 새 시즌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조이현은 "아프지 않아야 2군에서도 경기를 계속 뛰고 1군에 올라올 기회가 생긴다"면서 "아프지 않고 내 능력을 모두 보여드리면서 건강하게 시즌을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