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모습. 황진환 기자지난달 전국의 주택가격이 2003년 12월 한국부동산원이 집값 통계를 산출한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내렸다.
지난해 아파트 가격 연간 하락률은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 폭락기를 뛰어넘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16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전국주택(아파트·연립·단독주택)가격이 전월 대비 1.98% 떨어졌다.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가격도 지난달 각각 1.96%, 2.60% 내리며 역시 관련 통계 조사가 시작된 뒤 가장 큰 폭으로 내렸다. 전국과 수도권 아파트값도 각각 2.91%, 3.66% 내려 종전 최대 하락기록을 갈아치웠다.
수도권은 매수심리 위축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1.96%) 25개구가 하락폭이 확대됐고, 경기(-2.88%)는 신규 입주물량 영향을 받는 지역 중심으로 하락세 심화됐다. 인천(-3.19%)은 연수‧남동구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 밀집지역 위주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은 노원구(-4.28%)과 도봉구(-2.98%), 성북구(-2.77%) 등 서울 외곽지역의 하락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강남권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인 잠실 주요 단지를 중심으로 하락거래가 이어진 송파구(-2.17%)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지방은 매수심리 크게 위축되고 입주물량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매물 적체가 심화되는 가운데, 대구(-2.56%)와 대전(-2.24%), 울산(-1.87%)이 하락세를 이끌었다.
지난해 집값이 약세를 보이면서 연간으로는 주택 종합 가격이 전국적으로 4.68%, 서울은 4.75% 각각 내렸다. 전국은 2003년 통계 산출 이후, 서울은 2012년(-4.75%) 이후 10년 만에 최대 하락폭으로 집계됐다.
아파트값은 연간 전국이 7.56%, 수도권이 9.68%, 서울이 7.70% 떨어졌다. 이런 수치는 2003년 부동산원 통계 산출 이후 가장 많이 내린 것이면서 직전 침체기인 2012년을 뛰어넘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전국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은 세종시로 조사됐다. 지난 1년 간 17.12% 하락했다. 이어 대구가 12.38% 내려 두 번째로 낙폭이 컸다. 둘 다 공급 과잉의 여파로 풀이된다.
2021년 아파트값이 각각 24.51%, 22.54% 뛰며 상승 1, 2위를 기록한 인천(-12.52%)과 경기(-10.13%)는 지난해 10%이상 떨어지며 상승분의 상당 부분을 반납했다.
전세시장 약세도 이어졌다. 지난 2020년 8월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 2법이 전격 시행된 뒤 급등했던 전셋값이,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수요 감소와 깡통전세 우려, 거래절벽에 따른 매매 매물의 전세전환 등과 맞물린 영향이다.
주택 전셋값은 전국이 지난해 5.56% 하락했고, 서울은 6.55% 떨어졌다. 각각 2004년(-5.84%, -7.80%) 이후 18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내린 것이다. 특히 지난해 아파트 전셋값은 전국이 8.69%, 서울이 10.11% 하락해 2003년 통계 산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내렸다.
수도권에서는 서울(-3.08%)이 주요 대단지 위주로 매물가격 하락하며 전셋값이 내렸다. 경기(-3.57%)는 구리·김포·양주시 등에서, 인천(-3.61%)은 입주물량 영향 있는 신도시 지역과 구도심 대단지 밀집지역 중심으로 하락세가 심화됐다.
지방 역시 매매가격 하락과 동반해 공급물량 있는 지역 위주로 하락폭 확대가 이어졌다. 대구(-3.29%)와 울산(-2.32%), 대전(-2.28%)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전셋값 약세로 월세 시장도 고전하고 있다. 지난달 주택 월세는 전월 대비 전국 0.28%, 서울이 0.27% 내리며 전월(-0.11%)보다 낙폭이 확대됐다. 아파트 월세는 지난달 전국이 0.41%, 서울이 0.45% 내렸다.
서울(-0.27%)은 전세가격 하락세가 심화되며 주요 단지 위주로 월세 역시 전세와 동반 하락했다. 경기(-0.59%)는 시흥‧하남시 등 신도시 위주로 하락세 심화됐고, 인천(-0.38%)은 신규 입주물량 영향 등으로 전세가 하락 지역 위주로 동반하락하며 하락세가 거세졌다.
지방은 계절적 비수기와 경기침체 등으로 이사수요가 위축된 가운데 대구(-0.67%)와 대전(-0.31%), 광주(-0.27%) 등 5대광역시 모두 하락폭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