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과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출마를 고심 중인 나경원 전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식당에서 만찬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들이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을 연달아 찾아 만나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 최대 승부처 중 하나로 꼽히는 수도권 민심에 구애한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오 시장 쪽에서도 이런 관심이 싫지만은 않은 눈치다.
16일 오 시장을 찾은 건 나경원 전 의원이었다. 두 사람은 이날 서울시청 근처 한 국숫집에서 1시간가량 만나 만찬에 반주로 막걸리를 곁들였다고 한다. 언론에 일정을 발표하지 않은 비공개 회동이었지만 취재진 수십명이 현장을 찾을 정도로 관심이 쏠렸다.
두 사람은 최근 일련의 어려움을 겪는 당의 상황과 시정 현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국민께 기쁨 드리는 전당대회가 돼야 하는데 파열음이 나와서 함께 걱정했다(오세훈)", "내년 총선 승리에 가장 중요한 수도권에 관해 얘기했다(나경원)"라고 각각 전했다.
나 전 의원을 비롯한 유력 당권주자들이 오 시장 쪽에 손짓하는 건 이번 선거 승부처로 '수도권'이 꼽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서울 등 수도권 정서와 가깝고 당내에선 비교적 중도 확장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장제원 의원 등 친윤그룹 지지를 받는 김기현 의원이 영남권을 기반으로 부상하자, 수도권에 행보를 집중하며 대척선을 긋던 다른 주자들에게 오 시장은 매력적인 카드다.
그런 차원에서 다음 날인 17일엔 '수도권 적자'를 자처하는 안철수 의원이 오 시장을 찾는다고 한다. 면담은 시장 집무실에서 공식적으로 이뤄지며 안 의원 최측근이자 그가 오 시장에게 인선을 추천했던 김도식 전 정무부시장이 배석할 계획이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나 전 의원과의 만남이 한달 전부터 잡혀 있던 서울 소재 다선급 당협위원장과의 의례적 신년 회동이었다면, 안 의원 면담은 이번에 그쪽에서 당권주자로서 정식, 적극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왼쪽)이 15일 오후 서울시내 한 식당에서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김기현 의원도 지난 15일 중구의 한 전통술집에서 오 시장을 만나 막걸리, 정확히는 동동주로 대작했다. 김 의원은 영남권 중심 적극 지지층의 결집을 실감하자 중도외연 확장까지 꾀하려 한다. 또 '반(反)김장연대'라는 이름이 나올 만큼 수도권 주자들의 견제가 커지면서, 이를 희석할 행보로 오 시장과의 회동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처럼 유력 당권주자들을 하루 한명 꼴(15일 김기현, 16일 나경원, 17일 안철수)로 만나게 된 오 시장의 표정에는 곤란한 기색이 역력하다. 최근 전당대회가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당내 대립구도가 뚜렷해진 탓이다.
물론 현역 자치단체장으로서 '중립 기어'를 지키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만, 지금은 특히 더 예민한 시기. 차기 대권을 꿈꾸는 입장이기 때문에 표정관리 하나도 허투루 할 수 없는 노릇이다.
혹여 나 전 의원을 감싸는 듯한 장면이 연출될 경우 '주류 포화'에 유탄 맞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나경원 비토'에 가담하자니 어렵게 쌓은 중도개혁 이미지에 흠집 날 우려가 상존한다. 오 시장이 '안타깝다'는 원론적 입장으로 양비론을 유지하는 배경이다.
다만 오 시장은 간만에 집중되는 지지층의 관심이 싫지 않은 분위기다. 판을 직접 세팅하지 않고도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는 후문도 측근들 사이에서 흘러나온다. 승부처 수도권을 노리는 주자들의 러브콜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