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도피 중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양선길 쌍방울그룹 회장이 조사를 받고 있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 모습. 연합뉴스검찰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을 송환해 본격적인 조사에 나선다. 검찰은 쌍방울을 둘러싼 여러 의혹의 시작점인 전환사채(CB)의 흐름부터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전망이다.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김 전 회장이 검찰청에 도착한 17일 오전부터 곧장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다른 피의자와 마찬가지로 김 전 회장을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수사할 계획이다. 김 전 회장은 오전 10시 47분쯤 법무부 호송차량을 타고 수원지검에 도착했다.
김 전 회장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쌍방울 주가 조작 의혹,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뇌물 제공 의혹, 불법 대북 송금 의혹 등에 연루된 핵심 인물이다.
검찰은 쌍방울이 발행한 전환사채(CB)부터 집중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쌍방울 자금이 흘러가는 지점 곳곳에서 각종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은 2018~2019년 쌍방울이 발행한 CB 200억원을 거래하면서 관련 내용을 허위 공시하고 회삿돈을 배임·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쌍방울 CB는 김 전 회장이 만든 것으로 알려진 착한이인베스트란 투자 회사가 매입했고, 이듬해엔 김 전 회장 친인척이나 측근 명의 투자회사들이 매입한 뒤 계열사인 비비안이 전량 매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윤창원 기자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도 쌍방울 CB와 연결돼있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쌍방울이 CB로 이 대표의 변호사비를 대납했다는 게 골자다. 2018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을 맡았던 변호인이 수임료 명목으로 현금 3억원과 3년 후에 팔 수 있는 쌍방울 CB 20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이와 관련해 이날 태국 공항에서 김 전 회장은 YTN 등 취재진에 "회사에서 전환사채를 만드는 데 어떻게 비자금을 만들 수 있겠냐"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 대표도 변호사비용은 3억원을 자비로 납부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김 전 회장을 상대로 자금 흐름의 출발점부터 다시 들여다 볼 계획이다.
검찰은 이밖에도 김 전 회장이 사실상 혐의 일부를 시인한 불법 대북 송금 의혹도 살펴본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5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당시엔 중국 심양에 한국 기업들이 사업을 하려고 많이 나가 있었다"며 "나 역시 회삿돈을 준 게 아니라 개인 돈을 준 것"이라며 북측에 돈을 건넨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검찰은 이르면 18일 오전 중으로 김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이미 수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횡령 혐의'로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 관계자는 "여러 혐의에 대해 전반적인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핵심 인물인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17일 오전 인천공항 1터미널로 송환, 수원지검으로 압송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싱가포르와 태국 등 해외에서 8개월간 도피생활을 해 온 김 전 회장은 이날 오전 8시 19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파란색 셔츠에 검정 자켓 차림이었으며 양손에 수갑을 차고 있었다.
김 전 회장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혹은 측근과의 접촉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를 묻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도 했다.
심경을 묻는 질문에 김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저 때문에 저희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상처를 받았다. 검찰에서 다 밝혀질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지난 10일 태국 빠툼타니의 한 골프장에서 양 회장과 함께 태국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이어 지난 12일 법원에서 불법체류가 인정돼 강제추방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