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의원과 김기현 의원. 윤창원 기자설 연휴를 앞두고 국민의힘 당권주자들 사이 온도 차가 뚜렷하다. 대통령실에 이어 현역 의원들의 공세까지 받은 나경원 전 의원은 상심에 찬 잠행에 들어간 반면, 김기현 의원은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는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 들고 희비가 엇갈렸다. 3월 8일 전당대회까지 한 달이 넘게 남은 시점에서, '오더 정치'에 대해 반감과 '당정 일체'의 중요성 중 어떤 쪽이 당원들의 마음을 잡을 지는 변수로 남았다.
18일 국민의힘 대전시당 신년인사회 일정에서 이목을 끌었던 두 후보의 만남은 나 전 의원의 불참으로 일단 불발됐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등에 대한 대통령실의 해임 조치를 두고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언급했다가 대통령실은 물론, 초선의원에 광역단체장에게까지 십자포화를 받은 나 전 의원은 이날은 공식 일정 없이 조용한 시간을 보냈다.
나 전 의원 측은 당혹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나 전 의원 측 한 관계자는 "상당히 난감해하면서도, 의견을 내면 또 다른 말이 나올 수 있으니 우선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나 전 의원 측은 이날 기자들에게 나 전 의원의 '대출 탕감' 저출산 정책 발언에 대해 왜곡이 있었다며 팩트체크 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국민특보단 포럼 신년교례회'에 보낸 축사에도 "당과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힘써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모두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지 않겠다는 점을 거듭 밝히는 행보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의 기류가 바뀌지 않는다면 나 전 의원이 윤 대통령에게 사과를 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설 연휴 전 출마 여부를 밝히겠다던 계획도 순방에 나선 윤 대통령의 귀국(1월21일) 및 설 연휴 이후로 조정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퇴로가 마땅치 않은 나 전 의원 입장에서는 출마는 하되 중간에 포기를 하는 방안까지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권 경쟁에 뛰어든 안철수, 김기현 의원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양천구 해누리타운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 양천갑 당원대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황진환 기자반면 일련의 당내 흐름 속에서 '친윤단일후보'로 자리매김한 김기현 의원은 연일 상승세를 확인하고 있다.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지난 14~16일 전국 국민의힘 지지층 397명을 대상으로 차기 당 대표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김 의원은 35.5%로 1위를 차지했다. 나경원 전 의원(21.6%), 안철수 의원(19.9%) 등을 훌쩍 앞선 수치다.
김 의원이 최근 연대, 포용, 탕평을 아우르는 이른바 '연포탕'을 꺼내든 건 이같은 상황을 전제로 하면서 지지 저변을 넓히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 의원은 이날 대전시당 신년인사회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저는 어느 계파에 속한 후보가 아니라 '국민파' 후보"라며 "'연포탕'을 주제로 당을 화합 모드로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경쟁자들에 대한 언급 대신 갈등 봉합에 우선순위를 강조했다.
남은 것은 '윤심'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전개되는 전당대회 경쟁 상황에 대한 당원들의 평가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당심'은 전략적이다. 시대가 30대 당 대표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해 이준석 전 대표를 택했을 정도다. 총선을 앞두고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선택지를 찾을 것"이라며 '윤심의 오더'가 반감을 살 수 있다고 봤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아무리 80만으로 당원이 늘었다 해도, 실제 투표에 나서는 층은 윤석열 대통령의 뜻과 반대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