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허수봉(사진 왼쪽), 홍동선. 한국배구연맹상대의 약점을 정확히 공략했다. 현대캐피탈은 허수봉(25·195cm)과 홍동선(22·198cm)의 포지션 변경으로 OK금융그룹의 허를 찔렀다.
현대캐피탈은 26일 경기도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시즌 도드람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OK금융그룹과 원정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 대 0(25-20, 25-20, 25-20) 완승을 거뒀다. 최근 2연패의 사슬을 끊고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외국인 선수 오레올이 양 팀 최다인 18점에 공격 성공률 53.33%로 공격을 이끌었다. 여기에 허수봉은 서브 2점을 포함해 8점, 홍동선은 블로킹 2개를 포함해 5점으로 힘을 보탰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아포짓 스파이커 허수봉을 미들 블로커, 아웃사이드 히터 홍동선을 아포짓 스파이커로 기용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또 두 선수의 자리를 바꿔가면서 상대에 혼란을 주는 변칙 전술을 꺼내들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허수봉은 날카로운 속공으로 OK금융그룹의 수비를 흔들었고, 홍동선은 아포짓 스파이커로 출전한 OK금융그룹 차지환의 공격을 철저히 가로막았다. 최 감독은 경기 후 "(허)수봉이가 스윙이 빨라 속공에 장점이 있고, 높이가 있어 블로킹하는 게 어렵다. 그 부분을 활용했다"면서 "(홍)동선이도 오랜만에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흡족해 했다.
현대캐피탈 허수봉. 한국배구연맹
사실 이 같은 변칙 전술을 준비하는 데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미들 블로커로 나선 허수봉은 "사실 직전 경기를 마치고 준비하기 시작했다"면서 "2018-2019시즌 때 미들 블로커로 뛴 적이 있어서 어려움은 없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홍동선과 호흡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허수봉은 "(홍)동선이가 너무 잘해줘서 믿고 속공을 때릴 수 있었다"면서 "컨디션이 좋아서 그런지 잘 때리더라. 하나라도 더 바운드해서 주려고 공을 따라다녔다"고 엄지를 세웠다.
홍동선은 짧은 시간 내에 전술에 녹아들기 위해 야간에도 훈련에 매진했다. 그는 "2라운드 대한항공전에서도 비슷한 작전을 썼는데, 그땐 잘 못해서 0 대 3으로 졌다"면서 "이번에는 세터 (이)현승이랑 열심히 맞추면서 분위기를 바꾸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교체 출전이 잦았지만 이날 경기에선 모처럼 선발로 나서 자신의 실력을 맘껏 뽐냈다. 홍동선은 "평소 교체로 들어가서 분위기를 바꾸는 게 쉽지 않다고 느꼈다. 오늘은 선발이니까 보여줄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면서 "개인 운동을 열심히 한 노력이 빛을 발한 것 같다. 후보도 이렇게 중요하다는 걸 요즘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최하위에 머물렀던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2위(승점 46)까지 올라오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최근 상승세에 비해 올 시즌 홈 관중 수는 줄어든 모습이다. 이에 허수봉은 "지난 2년간 성적이 안 좋았으니 관중이 줄어든 건 당연하다"면서 "앞으로 더 잘해서 팬들이 많이 찾아오도록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