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우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과장이 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글로벌 수준의 시장접근성 제고를 위한 외환시장 구조 개선 방안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앞으로 '서학개미'는 퇴근 뒤 야간 시간에도 시장 환율로 바로 환전해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내년 하반기부터 외환시장 마감 시간이 기존 오후 3시 30분에서 새벽 2시로 연장되는 덕분이다. 여기에 해외 금융기관이 국내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시장이 개방되며 외국 자본의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투기자금 유입에 따른 시장 왜곡 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7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외환시장이 폐쇄·제한적으로 운영되면서, 한국의 무역·자본시장과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지난 20년 간 무역 규모는 5배, 주식거래량은 20배 규모로 늘었지만 외환거래량은 제자리걸음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특히 한국 시장 접근이 제약되면서 국내 시장과 산업의 발전이 정체되고 있다고 본다. 이번 개선안을 "나라 밖과 연결되는 수십 년 된 낡은 2차선의 비포장도로를 4차선의 매끄러운 포장도로로 확장하고 정비(김성욱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하는 것이라 표현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내 외환 시장 마감 시간을 한국 시각으로 런던 금융장이 마치는 새벽 2시까지 늘리기로 했다. 퇴근 후 야간에 미국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기존에는 증권사에서 시장환율보다 높게 환전하고 추후 정산을 받아야 했던 '서학개미'들이 그때 그때 시장환율로 환전하고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은행권 준비 상황 등 여건을 살펴 향후 거래 시간을 24시간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매매기준율(전 거래일에 거래 환율, 거래량을 가중 평균해 산출하는 시장 평균 환율)은 기존처럼 오전 9시~오후 3시 30분 기준으로 산출한다.
원화와 달러화. 연합뉴스정부는 또 외환당국이 인가한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 일명 RFI(Registered Foreign Institution)을 지정해, 이들이 직접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해외 은행이 국내 시장에서 외환을 거래하기 위해 기존에는 국내 금융기관을 거치거나 국내에 지점을 세워야 했지만, RFI이 되면 그럴 필요가 없어진다. 한국 주식에 투자하는 외국 투자자의 경우, 외환 거래 시간이 확대되고 현지에서도 직접 참여가 가능해지는 만큼 투자 접근성이 대폭 높아지면서 거래 유인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헤지펀드 등 단순 투기 목적의 금융기관은 참여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지만, 기본적으로 외국 금융기관의 참여가 자유로워지면 투기성 자금 유입 가능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시장이 되레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 특히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야간시간대 '큰 손'들이 움직이면 쏠림현상 등 왜곡현상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른바 '환투기 리딩방'이 성행하는 등 이미 개인투자자들도 환차익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시장에 참여하는 외국 금융기관이 반드시 외국환중개회사를 경유하도록 해, 당국의 거래 모니터링 시스템 안에 두겠다는 방침이다. RFI의 경우 국내 시장 참여자와 동일한 성격의 기관만 참여하게 하는 등 인가 과정에서 여러 의무 사항을 부여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무엇보다 거래량 자체가 늘어나는 것 자체가 환율 변동성을 완화시킨다는 게 한은의 평가다. 한은 관계자는 "다양한 성격의 시장 참가자들이 들어오면, 환율 변동성 측면에서 좀 더 안정되는 모습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외환시장 구조 개선 방안은 내년 하반기 시행이 목표다. 정부는 앞으로 공론화와 외국환거래법 개정안 국회 제출, 내년 초 시범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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