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찰청. 송호재 기자부산의 오피스텔 수십채를 소유한 집주인이 돌연 잠적해 세입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임대인은 오피스텔과 상가를 담보로 수십억원을 대출한 것으로 확인돼 이른바 '깡통전세' 피해가 우려된다.
20대 취업준비생 A씨는 2년 전 부산 부산진구 한 오피스텔에 주인 B(30대·남)씨와 1억 2천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고 입주했다.
A씨는 계약 전 등기부등본에 근저당권이 잡혀 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공인중개사의 "걱정할 필요 없다"는 말을 믿고 계약을 진행했다.
1년 넘도록 B씨와 연락할 일이 없이 지내던 A씨는 얼마 전 오피스텔 관리소로부터 "전세 사기가 우려되니 확인해보라"는 청천벽력같은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관리소 측은 A씨에게 "B씨가 소유한 오피스텔 상가 가운데 공실 관리비가 수개월째 미납 상태인데, 확인해보니 가압류가 걸려 있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집주인 B씨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고, 주민등록등본 상 주소지에도 거주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A씨는 "너무 갑작스러워 아직 실감이 나지않는데 취업도 안 한 입장이라 겁이 난다"며 "부모님께 '걱정하지 말라. 알아서 하겠다'며 대출 받아 들어간 전세인데, 한순간에 빚쟁이가 될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임대인 B씨는 해당 오피스텔 270여개 호실 가운데 64개 호실을 소유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해당 오피스텔에서 A씨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세입자만 40여명에 달한다. 이들의 전세금을 모두 합치면 40억원을 훌쩍 넘는다.
이 오피스텔의 호실당 시세는 평균 1억 6천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임대인 B씨가 호실당 평균 1억원의 담보대출을 받았다고 가정하고, 8천만원~1억 4천만원의 전세금을 합치면 시세를 훌쩍 넘는 전형적인 '깡통전세' 형태를 보인다.
심지어 A씨를 포함한 대부분이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여서 큰 피해가 우려된다. 현재 세입자 40여명은 변호사를 선임해 단체 소송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일부 세입자가 실제로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고소장을 접수하는 등 실제 피해 사례도 드러나고 있다.
이 오피스텔 임차인 C씨는 지난해 9월 전세 계약을 해지하면서 B씨에게 전세금 반환을 요청했지만, 이를 받지 못하자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대규모 전세 사기로 번질 우려가 크다고 보고, 해당 사건을 반부패수사대에 배당해 집중적으로 수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