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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 철거 걱정 속 뜬 눈으로 밤새운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



사건/사고

    기습 철거 걱정 속 뜬 눈으로 밤새운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

    강제 철거 위협 속 난방도, 전기도 부족하지만
    유가족 "철거 위협에도 계속 분향소 지킬 것"

    서울광장에 설치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구본호 기자 서울광장에 설치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구본호 기자 
    서울시의 이태원 참사 서울광장 분향소 행정대집행이 유가족들의 반발 끝에 무산됐지만 기습 철거를 우려한 유가족들은 밤새 뜬 눈으로 분향소를 지켰다.

    제대로 된 난방과 전기시설조차 없던 탓에 한겨울 추위와의 사투를 벌여야 했던 유가족들은 끝까지 분향소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16일 오전, 서울시청 광장 앞 차려진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 옆 천막에서 눈가에 피로가 가득한 유가족 10여 명이 추모객들을 맞이했다.

    분향소로는 꽃다발과 화분, 국화 등 조화들이 수북하게 쌓여져 있었고 분향소를 지나던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유인혜(27, 서울 광진구)씨는 "출근 길에 가능하면 꼭 한번이라도 들러 애도를 하고 간다"며 "누구의 잘못을 떠나 자식과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슬픔을 대변할 수 있겠냐"고 애도한 뒤 자리를 떠났다.

    비록 서울시가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에게 통보했던 분향소 자진철거 시한인 전날(15일) 오후 1시를 넘겼지만, 서울시는 아직까지 강제 철거를 강행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전날 오후 경찰이 분향소 주변에 예고없이 차단벽을 설치해 항의하던 유가족 1명이 다치기까지 하는 등 갈등이 이어지고 있어 유가족들은 밤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밤사이 영하로 떨어진 날씨는 가스난로 하나로 난방을 해결해야 했던 유가족들을 더 힘들게 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종철 대표는 "행패 부린 사람들은 없었지만 밤새 걱정 돼 한 잠도 못잤다"며 "밤새 10여명이 가스 난로 하나로 난방을 하고 분향소를 지켰는데, 옆 텐트 자원봉사자분들은 난로도 없이 지냈다"고 호소했다.

    유가족들은 발전기 한 대만을 이용해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밤에는 분향소 조명을 켜야하는 탓에 개인 용도로는 전기를 쓸 수 없어 휴대전화 불빛에 의존하고 있다.

    자원봉사자 천막에 온수통은 놓여있지만, 전기가 부족해 물을 데우지 못한 탓에 간혹 물을 찾는 추모객들에게 유가족은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냉수만 건네곤 했다.

    전날 이후 유가족과 경찰간 별다른 충돌 상황은 없었지만, 경찰은 분향소를 에워싸고 4~5m 간격마다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 여기에 경찰버스와 차량들로 '차벽'까지 빽빽하게 세웠기 때문에 분향소 앞을 찾아 걸어가지 않으면 바깥을 지나는 시민들로서는 분향소가 어디 있는지 알아보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서울광장에 설치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구본호 기자 서울광장에 설치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구본호 기자 
    인근 편의점에서 일하는 김효원(25.서울 용산구)씨는 "분향소를 기사를 보고 최근에 알게 됐고 차단벽은 공사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며 "근처에 일하는 사람도 잘 모르고 분향소 주소가 나오는 것도 아닌데 추모를 하려고 오는 사람들도 찾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떠나보낸 자녀와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분향소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이종철 대표는 "우리가 여기서 얼마나 오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기다려 보겠다"며 "저희들을 협박하고 (분향소를) 철거하겠다니 의미없는 기다림 같기도 하지만, 계속 저희들을 겁박한다면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행동하는지 전 국민들에게 보여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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