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 발생 당시 현장 검증 모습. 연합뉴스미제 사건이었던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21년 만에 붙잡힌 피고인 이승만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나상훈 부장판사)는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승만(53·범행 당시 31)과 이정학(52·범행 당시 30)에 대한 17일 선고 공판에서 이승만에게 무기징역을, 이정학에게 징역 20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이승만과 이정학에게 각각 20년과 10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도 함께 내렸다.
이들은 지난 2001년 12월 대전 국민은행 지하주차장에서 당시 40대의 은행 출납과장을 권총으로 숨지게 하고 현금 3억 원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 두 달 전인 2001년 10월에는 골목길에서 순찰 중인 경찰관을 승용차로 들이받아 쓰러뜨린 후 권총을 빼앗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이때 빼앗은 권총은 두 달 뒤 강도살인 사건에 사용됐다.
신상정보 공개가 결정된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 이승만(왼쪽·52), 이정학(51). 대전경찰청 제공
이승만과 이정학은 당시 권총을 발사한 사람이 상대방이라는 주장을 이어왔다. 재판부는 당시 총을 쏘고, 범행을 주도한 사람이 이승만이라고 판단하고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정학은 병역을 마치지 않아 총기에 대해 별다른 지식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반면, 이승만은 수색대대에서 군복무를 마쳐 상대적으로 총기 사용이 익숙하고 실탄 사격 경험도 풍부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사건 당시 목격된 권총의 정확한 사용법과 피해자가 탄환을 맞은 부위 등은 범인이 상당한 권총 사용 경험을 갖고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범행 당시의 상황과 역할 분담 등에 대한 이정학의 진술이 일관되고 이는 다른 진술이나 증거와도 일치하며, 이들의 지인이 진술한 이승만과 이정학의 관계와도 일치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이승만은 범행을 모두 인정했다 이후 다시 권총 사용에 대해 부인하게 됐는데 이러한 진술 번복 경위에 대한 설명에 설득력이 매우 떨어진다"고도 덧붙였다.
앞서 검찰은 이승만에게 사형을, 이정학에게 무기징역을 각각 구형했다. 결심 공판 당시 피고인 이승만은 최후 진술에서 "검사님, 저에게 사형을 구형해 주셔서 감사하다. 피해자와 모든 분들께 죄송하다"고 말하면서도 "검찰에서는 제가 총을 쐈다고 하지만 한 건 한 것이고 하지 않은 건 안 한 것이다. 참작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건 현장에 남아있던 DNA가 실마리가 돼 사건 발생 21년 만인 지난해 검거됐다. 대전경찰청 신상공개위원회는 이들에 대한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고, 사건 당시 30대였던 이승만과 이정학은 50대가 돼 모습을 드러냈다.